타인으로부터 온 생채기에 연고 바르기
허를 찔리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런 느낌을 들게 만드는 사람은, 대부분 나와 멀거나 낯선 이가 아니다.
허를 찌르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나의 성향, 심적상태를 알 수 있는 사람일 확률이 크다.
가까운 지인, 친한 친구, 연인, 가족으로부터,
가감 없이 진심을 솔직하게 열어주었던 이들이라서 더 아프고 상처가 되는 말.
그런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나에게 해를 입히려고 그런 말을 했는지
아니면 나를 잘 알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한 말이라 속상한 마음이 더 부각되는 건지
그 사람이 나에게 묘한 경쟁의식을 가지고 한 말을 마법처럼 알아 채린 내게 서운함이 떠오르는 건지
아니면 거울처럼, 그 사람에 대한 내 솔직한 마음이
그 순간을 매개로 투명한 반사가 속속들이 일어나는 것인지
도무지 허를 찔리는 말의 실체를 찾기 어렵다.
내가 내린 잠정적인 결론은 결국, 허가 찔린 나에게 있었다.
자연스러운 투과가 힘들고 불순물처럼 걸러지지 않는 말들이
특정한 사람에게만 비슷한 패턴처럼 나타나는 이유는
'그 사람에 대한 현재 나의 마음이 반사되는 것'이라고 본다.
해결되지 않은 관계의 마음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그 사람이 행하는 말과 행동이 불편해지기 시작하고
상대방과의 소통을 내 식으로 확대해석하게 되는 것일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더 객관적인 지표를 만들어 나의 감정과 심리를 파악해야 한다.
그 사람이 나에게 왜 이런 말을 했을까? 그 사람에게 나는 어떤 영향을 주는 사람일까?
그 사람의 관계 목록에서 '나'를 순위로 매긴다면 몇 번째일까? 그 사람에게 나는 얼마나 중요한 사람일까?
와 같은 상대방이 느끼는 나에 대한 감정을 유추하고 지레짐작하는 것이 아닌,
-> 생각의 주도권을 '나'로 돌려
현재 상태를 냉정하게 한편으로는 스스로 맹목적인 편이 되어주는 관계 검증을 시작해야 한다.
(질문 리스트 예시)
1. 나는 왜 그 사람에게 불편한(이런) 감정을 느낄까?
2. 나에게 그 사람은 어떤 존재일까?
3. 어느 시점에 (그 사람과 겪었던) 어떤 일 혹은 말이 나에게 어떤 긍정적 영향을 주었나?
4. 어느 시점에 (그 사람과 겪었던) 어떤 일 혹은 말이 나에게 어떤 부정적 영향을 주었나?
5. 그 사람과 관계를 지속하고 지탱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은 무엇인가?
그리고 현재 그 힘의 에너지는 어떤 상태인가?
6. 우리의 관계는, 우리는 지금 어디쯤 왔을까?
- 모든 관계에 시작 중간 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끝이 있는 관계도 있기 마련이다.
그 끝을 매듭지어줘야 되는 순간에 눌어붙은 헝겊처럼 억지로 붙잡고 있다면
결국 그 손이 내 마음에 더 큰 생채기를 낼 것이다. 끝에 머무른 관계라면, 건강한 방식으로 관계를 놓아주자.
+ 또, 그 관계가 나에게 영향을 줬던 절대적인 시간, 나를 점유하는 추억 등은 그 자체의 아름다움으로 남겨두면 된다. 아름답지 않더라도 괜찮다. 모난 모양의 순간이었더라도, 그 순간 그 자체로 남겨두면 된다. 내가 짊어지고 갈 수 있는 관계의 배낭에 모든 기억을 모조리 짊어지고 가는 것보단, 오히려 자연스럽게 두고 서서히 날아가거나 소멸되길 기도해주자.
제아무리 관계의 시간과 추억이 아름답고 하더라도, 그 추억의 가치가 현재의 나를 한 겹 한 겹 부수고 있다면 그 추억의 가치는 온전한 것일까? 과연 아름다운 추억을 만세불변한 아름다운 기억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