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8년여 전 직장 동료들과 오랜만에 술자리를 가졌다. 당시 사원부터 팀장까지 각각의 직급으로 한 팀을 이루었던 이들은 이제 모두 리더급 혹은 한 회사의 대표가 되어있었다. 그래서인지 술자리 안주 중 하나로 리더로서의 고충과 팀원 관리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대화 중 "싸가지 없어도 일 잘하는 사람"과 "착한데 일솜씨가 안 좋은 사람" 중 어떤 팀원이 더 낫냐는 질문이 나왔다. 내 대답은 언제나 늘 그렇듯 전자였다. "싸가지가 없어도 일 잘하는 사람이 백배 낫다"이다. '싸가지가 없다', '착하다'의 기준은 상당히 주관적이라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껄끄러운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호감 있는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 잘한다'와 '못 한다'에 대한 판단 기준은 상당히 객관적이고 공통된 답변이 나온다. 즉, 직장이나 업무와 연관된 관계에서 최고의 인기인은 '일 잘러'인 것이다. 특히 리더 입장에서는 일 잘러 가 있으면 손이 덜 가고 팀 퍼포먼스가 우수하기에 팀워크도 자연스럽게 좋아진다. 동료들 간에도 일 잘러 와 일을 하면 업무 효율과 높은 성과는 물론, 일하는 재미도 더 붙는다.
'일 잘러'로 불리는 이들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책임감'이다. 특히 일정 준수에 철저하다. 일정을 지킨다는 것은 업무에 있어서 상호 신뢰이자 가장 기본적인 매너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잊고 본인의 생각과 페이스대로 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예정된 기간까지 업무 완수가 어려워 자료 전달이 힘들거나 피드백이 안될 경우에는 미리 양해라도 구하면 화가 덜 날 텐데 이런 기본 매너조차 없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개인적으로 일을 할 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요소 중 하나도 시간 엄수이다. 부족하더라도 예정된 기간까지 결과물을 전달하는 사람이 일정을 못 지키는 사람보다 훨씬 낫다. 시간을 끈다고 결과물이 더 좋아질 수도 있지만 그것은 본인만의 생각일 수 있다. 우선 일차적으로 결과물을 공유한 후 피드백을 받고 디벨롭 시키는 것이 업무 속도와 결과물을 더 좋게 만든다. 그래서 채용 인터뷰 시 항상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일하는 스타일이다. 어떠한 방식으로, 어떠한 생각을 갖고 일을 하는지를 사례를 들어 대답할 것을 요청해 보면 인터뷰이의 일하는 스타일을 대략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
또, 일 잘러들은 '이타적 이기주의자'인 경우가 많다. 이 역시 앞서 말한 높은 책임감과 연계된다. 이들은 원체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을 싫어하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본인이 맡은 일을 수행함에 있어 본인의 성과 달성을 넘어 상대방과 회사에 도움을 주고자 더 책임감을 갖고 성실히 일하는 경향이 있다.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 덕에 본인의 업무 만족도도 높고 커리어 평판도 좋아진다. 몸값 역시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일 잘러들은 학습력이 뛰어나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 주춤하지 않는다. 그리고 조언을 깊게 새겨듣고 똑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고자 한다. 후배나 팀원들에게 코칭 하다 보면 한 귀로 흘려듣는 사람과 복기하고 되새기는 사람 둘로 나뉜다. 당연히 전자는 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성장 속도도 더디다. 아니 1년이 지나도 발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이 안된다. 일방통행식 대화가 되기 때문이다. 반면, 후자는 동일한 과제나 이슈가 다시 한번 주어졌을 경우 이전보다 최소 30%씩은 더 좋은 결과물을 내보인다. 서로의 대화에 귀를 기울인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된 것이다.
쌓여가는 사회생활 연수와 함께 많은 이들과 일하는 경험이 늘어날수록 '일 잘러'를 보는 눈이 보다 명확해진다. '일 잘러'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우선 시간 약속을 지키는 습관부터 들이자. 일에 임하는 가장 기본적인 매너이자 책임감의 근간이 된다. 당신도 '일 잘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