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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작가 Sep 03. 2024

현재에 머무르는 삶의 행복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보고...

9월의 첫날,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보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은 영화로 알고 있었는데, 정작 극장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아마도 일요일 오전인데다 개봉된 지 오래되어 이미 영화를 본 사람이 많아서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관객이 적은 것이 오히려 나에게는 영화에 더 몰입하는 시간으로 다가왔다.     

《퍼펙트 데이즈》는 도쿄 시부야에서 수행한 공공화장실 개선 프로젝트인 ‘The Tokyo Toilet’을 배경으로 한다. 프로젝트로 도쿄에 17개의 화장실을 개선했는데, 영화를 촬영한 장소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사람이 이 영화의 프로듀서인 ‘야나이 코지’이다.

     

영화의 주연은 야쿠쇼 코지이다. 야쿠쇼 코지는 1996년부터 7년 연속 일본 아카데미상 우수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할 정도로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그는 친구를 따라서 우연히 보게 된 연극에 감명받아 구청 공무원에서 배우로 전향한다. 대표적인 출연 작품으로 《실락원》, 《게이샤의 추억》, 《쉘 위 댄스》 등이 있다. 《퍼펙트 데이즈》에서는 ‘히라야마’라는 도쿄 시부야의 공공화장실 청소부로 열연한다. 실제 청소부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화장실을 청소하는 연기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이 영화로 2023년에는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는다.     


영화는 매일 반복되는 삶이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한 청소부를 이야기한다. 히라야마의 하루는 매일 반복되어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는 일상이다. 아침에 길거리를 청소하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 이불을 개고, 양치질한다. 옷걸이에 말끔하게 걸린 청소복을 입고 출근하면서 집 앞 자동판매기에서 커피를 한 캔 뽑아 마신다. 일터인 화장실로 조그만 봉고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는 항상 테이프로 재생되는 음악을 듣는다. 점심시간에는 공원의 벤치에 앉아 간단하게 빵과 우유로 끼니를 때운다. 점심을 먹으며 사진기를 꺼내 하늘에 걸린 나무를 찍는 것도 역시 일상 중 하나이다. 일을 쉬는 날이면 목욕을 하고, 술집에서 술을 마시거나 노포에서 밥을 먹고,  서점에서 책을 읽는다. 그런데 목욕탕, 술집, 노포, 서점도 모두 단골이다. 역시 변한 게 없는 일상의 반복이다.

   

하지만, 히라야마는 너무 평범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나에게는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것들을 보면서 행복의 의미를 찾는 것으로 보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새로워진 하늘을 보면서 미소 짓고, 차에서 듣는 음악은 기분에 따라 바뀐다. 점심을 위해 찾은 공원 벤치 옆에는 항상 같은 여자가 있었지만, 그가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과 미소는 매일 달라진다. 사진으로 남기는 하늘과 나무의 모습도 항상 같지 않다. 반복적인 일터에서도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어떤 날에는 화장실 변기에 앉아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서 부모에게 안내해 주기도 한다. 특히, 조카가 찾아와 함께 일을 다닐 때는 평상시와 다른 일탈을 한다. 커피를 두 개 뽑고, 음악의 선곡도 달라진다. 공원에서 혼자 찍던 하늘과 나무도 이제는 조카와 함께 한다. 휴일에 반복하던 단골 술집과 단골 책방에서 벗어조카와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히라야마가 눈물을 보이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여준다. 단골 노포 주인의 전 남편이 암으로 곧 세상을 떠난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이다. 출근하는 길에 차 안에서 평상시와 다름없이 음악을 듣는 히라야마의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입가에는 미소를 넘어 웃음을 짓는다. 아마도 에 대한 감동과 일상에 대한 행복을 표현하는게 아닐까 생각했다.


화장실 청소부라는 직업과 반복적인 상으로 지루할 것 같은 히라야마가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에 머물러 있 가능한 것 같다. 히라야마가 조카와 함께 외치던 말에서 트를 얻을 수 있다.


"지금은 지금이고, 다음은 다음이야... "


 삶이 중요을 강조하는 책이 생각난다. 최근에 읽은 크하르트 톨레의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서는 현재의 순간에 존재할 때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작은 사물과 일들은 내적 공간에 여백을 남긴다. 그리고 이 내적 공간, 조건 지어지지 않은 의식 그 자체로부터 진정한 행복, '순수한 있음'의 기쁨이 퍼져 나온다. 하지만 작고 조용한 것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먼저 내면에서 조용해져야만 한다. 깊은 깨어 있음이 요구된다. 고요하라. 보라. 귀 기울이라. 현재의 순간에 존재하라.(p298)"


아울러, 에크하르트 톨레의 또 다른 대표작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현재에 머물러 행복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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