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서서 물을 바라보기만 해서는 바다를 건널 수 없다.
(You can’t cross the sea merely by standing and staring at the water)"
아시아에서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인도의 시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가 남긴 말이다. 그는 문학 이외에 그림, 음악에도 조예가 깊고, 교육가, 사회개혁론자, 독립운동가 등 다방면으로 활동했다. 아마도 그건, 타고르의 끊임없는 도전에서 나온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작은 배조차 없이 지금 당장 바다를 건너야 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눈앞에 광활하게 펼쳐진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내가 과연 저 바다를 건널 수 있을까?’라는 강한 의심과 ‘바다를 무작정 건너다 물에 빠지거나 잘못되면 어떡하나?’라는 불안감이 밀려온다. 그 불안감으로 내 몸에는 단단한 족쇄가 채워진 듯 바다를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그림을 연출할 수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보다 바다를 건너기 힘든 이유를 만들어내면서 밀려오는 불안감이 바다를 건너지 못 하게 한다.
당연하게도 불안한 마음을 나에게서 걷어낸 이후에야 비로소 바다를 건널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때, 무엇이라도 일단 시작하면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내려놓을 수 있다. 이 명제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행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시작을 주저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불확실성은 불안한 감정을 만들고, 걱정으로 이어진다. 걱정은 더 많은 걱정을 줄줄이 엮어내고, 자신감을 떨어뜨려 결국 시작하려는 마음을 사라지게 한다. 그런데도, 무언가를 일단 시작하면 불안한 마음은 점차 사그라진다.
시작하려면, 내가 ‘정말 하고 싶다’라는 절실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찾아야 한다. 나에게 주어진 불리한 상황을 생각하면서 망설이기보다 나에게 주어진 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무언가를 더 배우고 싶을 때를 생각해보자. 가장 먼저 이런 생각이 떠오를 수 있다. ‘새로운 것을 배우려면 돈이 매우 필요해 지금 먹고살기도 빠듯해서 돈을 먼저 벌어야 해’, ‘지금 일이 너무 많아서 시간을 낼 수가 없어’ 등 내가 처한 현실에서 시작하기 힘든 이유를 찾으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가진 것을 잘 활용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부터 시작이다.
비록 준비가 부족하더라도 시작하면 무슨 일이든 일어난다. 시작해서 계속 나아가다 보면 올바른 방향도 보인다. 방향이 잘못되었다면 수정하거나 그만두더라도 늦지 않다. 시작한 모든 일이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시작한 이후에 그 일이 싫어질 수도 있다. 그래도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일단 해 보는 것이 낫다. 그러기 위해서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중국 춘추전국 시대에 ‘순자(荀子)’라는 대학자가 있었다. 그는 《순자집해 수신편》에서 “도수이불행부지 사수소불위불성(道雖邇不行不至 事雖小不爲不成)”이라고 얘기했다. 그 의미는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도 걷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고, 아무리 간단한 일도 실천하지 않으면 이루지 못한다”이다. 대학자인 순자는 “비록 작은 도전일지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이룰 수 있는 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라는 가르침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작가는 하얀 백지에 한 글자라도 써야 문장을 만들고 글을 완성할 수 있다. 농부는 봄철에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수확을 할 수 없다. 도전은 시작함으로써 가능하다.
나는 2022년 5월에 한 권의 책을 출간했다. 이전까지 나는 일상에 쫓기며 바쁘다는 핑계로 독서와 글쓰기를 멀리한 사람이었다. 그러다 육체적, 심적으로 힘든 시기를 맞이하고 그 순간을 이겨내기 위해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시작한 김에 매일 꾸준하게 쓰다 보니 하루가 모여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훌쩍 지나갔다. 처음에는 한 문단을 쓰기가 부담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문단 수가 점점 늘어나고 글쓰기가 자연스러워졌으며 재미난 일과가 되었다. 그러면서 잘 써야겠다는 욕심까지 생겨 글쓰기에 관련한 책들을 읽고, 책까지 출간하겠다는 결심에 이르렀다. 전에 잠깐 시도했다가 그만둔 책 쓰기에 다시 도전했고, 결국 책을 출간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정말 믿기지 않는 상황이 눈 앞에 펼쳐진 것이다. 이런 예상치 못했던 일도 결국 무엇이든 시작을 했기에 가능했다.
“Just do it!”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의 광고 문구이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그냥 해”, “일단 해” 정도로 할 수 있다. 즉, 이 광고는 “어떤 일이든 망설이지 말고 일단 도전하라”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 주고 있다. 만약 내가 ‘언젠가는 책을 써야지’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면 서점에 비치된 내 책을 보는 기회는 영영 오지 않았을 것이다. 도전을 시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단 도전해 보자. 흔히 이런 경우를 두고 결혼을 예로 들기도 한다.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 하는데, 한번 해 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라고 말하는 이들을 자주 본다. 물론 이 말에 대한 반론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 그렇더라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혼조차 그럴진대 무엇이든 일단 도전하면 그리 손해를 보는 장사는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시작은 반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으로 우리는 시작의 중요함을 마음으로 충분히 느끼고 있다. 바닷가에서 물만 보고 있으면 바다를 건널 수 없듯이 생각만 하고 있으면 이룰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 도전을 위해서 일단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당첨되기가 하늘에서 별따기만큼 어려운 로또에 당첨되려면 당장 로또를 사는 것을 시작해야 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