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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작가 Jun 11. 2024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사랑과 복수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황유원 옮김, 휴머니스크, 2022

한편, 캐서린은 복수심으로 불타는 히스클리프를 보며 속병을 앓다 딸 캐시를 낳고 죽는다. 캐시는 린튼에 관심를 보이며 히스클리프가 살고 있는 폭풍의 언덕에 몰래 방문했다 감금 당하고, 결국 린튼과 강제로 결혼한다. 이후 애드거가 죽자 캐시는 유일한 상속녀가 되지만 당시 사회 풍습에 따라 결국 린튼이 모든 재산을 물려받는다. 본래 몸이 약했던 린튼도 일찍 죽으면서 마침내 언쇼 가문과 린튼 가문의 재산이 모두 히스클리프에게 넘어간다.     

히스클리프는 삶의 목적이었던 복수심이 사라지면서 살아갈 의지를 잃은 듯 식사도 거부한채 날로 쇠약해진다. 결국, 폭풍우가 몰아치는 어느날 저녁, 눈도 못 감고 숨을 거둔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캐서린의 곁으로 간 것이다.     

책을 모두 읽고 일단 덮었는데, 그냥 먹먹하다.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사랑은 너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 복수로 이어지고, 그것을 지켜보면서 힘들어 해야 했던 두 남녀의 가슴아픈 사랑. 죽음으로 이루어지는 애틋한 사랑. 그 절절함과 안타까움을 에밀리 브론테는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이 책을 더욱 빛나게 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옮긴이인 황유원 작가는 《월간 채널예스》 2023년 2월호에서 번역하면서 느낀 소감을 이렇게 남겼다.     

“번역하는 내내 귀가 따가웠고, 번역하고 나서도 한동안 귓가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떠나지 않던 소설은 《폭풍의 언덕》이 처음이었다. 혹시나 해서 계산해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폭풍의 언덕》에는 '말했다'로 옮길 수 있는 'said'가 375번, '외쳤다'로 옮길 수 있는 'cried'와 'exclaimed'가 각각 114번, 75번 사용되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작품 속 인물들이 두 번 말하고 나면 한 번은 꼭 외쳤다는 뜻이다!(느낌표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사용된 느낌표는 무려 1415개다)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대화는 아니라고 할 수밖에.”     

황유원 작가의 소감을 들으니, 이 책은 한글 번역본도 좋지만 한번쯤은 원서로도 읽어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가슴에 남는다. 아울러,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사랑과 복수를 보면서 애절한 감정을 진하게 느끼고 싶은 독자라면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영국의 작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은 세익스피어의 《리어왕》, 허먼 멜빌의 《모비 딕》과 함께 영문학 3대 비극으로 꼽힌다. 애석하게도 에밀리 브론테는 이 작품 하나만 남긴채 30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다. 출간 당시에는 감정의 극단적인 묘사와 비도덕적인 등장 인물들로 인해 논란을 일으키고, 혹평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책을 출간한 지 100년이 지난 20세기에 이르러 재평가를 받게 된다.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우울한 사랑을 아름답게 표현했으며, 특히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뛰어나다는 재평가를 받으면서 많은 칭송을 받았다.


이야기는 폭풍의 언덕에 세입자인 락우드가 가정부 넬리 딘에게 두 집안, 즉 폭풍의 언덕과 드러시크로스 저택의 역사에 대해 듣는 내용으로 펼쳐진다.     


어느날, 폭풍의 언덕의 주인인 언쇼는 가족의 반대를 무릎쓰고 고아인 히스클리프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자신의 아들 힌들리와 딸 캐서린과 함께 키운다. 히스클리프는 자신을 가혹하게 학대하는 힌들리와의 관계는 매우 나빴지만, 캐서린과는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캐서린이 다음과 같이 얘기하는 것에서 두 사람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히스클리프에 대한 나의 사랑은 땅 아래 있는 바위와도 같아. 눈에 보이는 기쁨의 근원은 아니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거야. 히스클리프는 언제나, 항상 내 마음속에 있어. 내가 늘 나 자신에게 기쁨은 아닌 것처럼 기쁨으로서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으로서.”     


하지만 둘의 사랑은 캐서린이 히스클리프가 아닌 드러시크로스 저택의 애드거와 결혼하면서 비극으로 치닫는다. 캐서린은 애드거에게도 어느정도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은 히스클리프였다. 하지만, 캐서린은 히스클리프와 결혼하면 자신의 품위가 떨어질 것이 두려워 강렬한 사랑을 외면한채 애드거와의 결혼을 선택한다. 이것을 캐서린이 하인인 넬리 딘에게 하는 얘기에서 짐작할 수 있다.     


“저기 저 사악한 인간이 히스클리프를 그렇게 천하게 만들지만 않았어도 지금으로서는 히스클리프와 결혼하면 내 품위가 떨어지고 말 거야. 그러니까 내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애가 알아서는 안 돼. 그건 그 애가 잘생겨서 그런 게 아니야. 그 애가 나보다 더 나 자신이기 때문이지. 우리의 영혼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든 그 애의 영혼과 내 영혼은 같아.”

  

불행하게도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이 자신과 결혼하면 격이 떨어진다고 얘기하는 것만 듣게 되고, 상심한 채 폭풍의 언덕을 떠난다. 실제로 여기서부터 비극이 시작된다.  아, 정말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다. 몇 년 후 히스클리프는 부자가 되어 다시 폭풍의 언덕으로 돌아와서 복수를 시작한다. 우선, 노름에 빠져 반쯤 폐인이 된 힌들리의 남은 재산을 차지하고, 캐서린을 빼앗아간 애드거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그의 여동생인 이사벨라를 유혹해서 몰래 도망을 친다. 하지만 이사벨라는 히스클리프의 무관심과 학대를 못 이겨 달아나 아들인 린튼을 낳고 병으로 죽는다.     


한편, 캐서린은 복수심으로 불타는 히스클리프를 보며 속병을 앓다 딸 캐시를 낳고 죽는다. 캐시는 린튼에 관심를 보이며 히스클리프가 살고 있는 폭풍의 언덕에 몰래 방문했다 감금 당하고, 결국 린튼과 강제로 결혼한다. 이후 애드거가 죽자 캐시는 유일한 상속녀가 되지만 당시 사회 풍습에 따라 결국 린튼이 모든 재산을 물려받는다. 본래 몸이 약했던 린튼도 일찍 죽으면서 마침내 언쇼 가문과 린튼 가문의 재산이 모두 히스클리프에게 넘어간다.     


히스클리프는 삶의 목적이었던 복수심이 사라지면서 살아갈 의지를 잃은 듯 식사도 거부한채 날로 쇠약해진다. 결국, 폭풍우가 몰아치는 어느날 저녁, 눈도 못 감고 숨을 거둔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캐서린의 곁으로 간 것이다.     


책을 모두 읽고 일단 덮었는데, 그냥 먹먹하다.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사랑은 너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 복수로 이어지고, 그것을 지켜보면서 힘들어 해야 했던 두 남녀의 가슴아픈 사랑. 죽음으로 이루어지는 애틋한 사랑. 그 절절함과 안타까움을 에밀리 브론테는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이 책을 더욱 빛나게 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옮긴이인 황유원 작가는 《월간 채널예스》 2023년 2월호에서 번역하면서 느낀 소감을 이렇게 남겼다.     


“번역하는 내내 귀가 따가웠고, 번역하고 나서도 한동안 귓가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떠나지 않던 소설은 《폭풍의 언덕》이 처음이었다. 혹시나 해서 계산해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폭풍의 언덕》에는 '말했다'로 옮길 수 있는 'said'가 375번, '외쳤다'로 옮길 수 있는 'cried'와 'exclaimed'가 각각 114번, 75번 사용되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작품 속 인물들이 두 번 말하고 나면 한 번은 꼭 외쳤다는 뜻이다!(느낌표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사용된 느낌표는 무려 1415개다)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대화는 아니라고 할 수밖에.”


황유원 작가의 소감을 들으니, 이 책은 한글 번역본도 좋지만 한번쯤은 원서로도 읽어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가슴에 남는다. 아울러,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사랑과 복수를 보면서 애절한 감정을 진하게 느끼고 싶은 독자라면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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