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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작가 Jun 20. 2024

스마트하지 않은 스마트워치

손목닥터9988 사업에 대한 바람

나는 손목에 항상 스마트워치를 차고 다닌다. 스마트한 이름처럼 시계 기능 이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간을 보는 것이 전부이다. 가장 잘 사용했던 카톡이나 문자 알람 기능은 이제 잘 작동하지 않는다. 아주 가끔, 자기가 원할 때만 알람이 울릴 뿐이다. 이제 점점 더워지면 내 손목에서 스마트워치를 볼 수 없을 것 같다. 시간을 아는 방법은 너무 다양하니까.      


아마 3년 또는 4년 전인 것 같다.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손목닥터9988》이라는 사업에 참여했다. 그 이유는 스마트워치를 공짜로 제공한다는 조건, 단 한 가지였다. 카톡, 문자 등 실시간 알람 기능과 심박수, 수면시간 모니터링 등 건강 지원 기능까지 가능하다니 너무 좋아 보였다. 특히 알람 기능이 마음에 들어서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참여하게 되었다.      


《손목닥터9988》은 서울시민 모두가 99세에서 88(팔팔)하게 살 수 있도록 스마트워치와 전용 앱을 통해 건강 활동을 지원하는 서울형 헬스케어 프로그램이다. - 서울시 제공 -     


서울시의 이 사업은 정말 대단한 성공작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공짜로 제공하는 스마트워치가 더 좋은 제품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마트, 백화점 등에서는 일정 금액을 구매하면 사은품을 주는 행사를 종종 한다. 사은품을 받았을 때 흔히 말해 줘도 욕먹는 사은품이라면 그 백화점에 대한 인상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 스마트워치는 사은품의 성격은 아니지만 이와 비슷할 결일 게다.    


약간 거창하겠지만, 1982년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James Q. Wilson)과 조지 켈링(George L. Keling)이 제시한 범죄 심리학에 《깨진 유리창 이론》이 있다. 낙서, 유리창 파손 등 대수롭지 않은 범죄를 방치하면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범죄 심리학 이론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잘 알려진 것은 남양이라는 국내 기업의 경우이다. 남양은 대리점에 물량을 강제로 할당하고, 막말을 하는 등 ‘갑질 파문’에 직면했다. 이에 대해 남양은 부인하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다 결국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사태에 이르게 된다. 불매운동을 시작으로 제품 품질, 광고 진실성 등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됐다. 이로써, 영업이익이 갑질 사태 직전인 2012년 637억 원에서 2019년 4억 원대로 크게 내려앉았으며, 2020년에는 적자가 발생했다.     


반면, 존슨앤드존슨은 그 반대 사례로 알려져 있다. 존슨앤드존슨의 타이레놀을 먹고 4명이 복용한 당일에 사망하고, 48시간 이내에 7명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했다. 존슨앤드존슨은 이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했다. 첫 사망자 발생 직후 타이레놀 십만 병을 회수했고, 실험실을 세워 수거된 제품의 안전성을 검사했다. 또한, 언론을 통해 타이레놀 섭취 중단을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결국,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넣은 범인을 찾아 존슨앤드존슨은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하지만, 존슨앤드존슨은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타이레놀의 전량 회수라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다시금 주목받았다. 이 결정은 현재로 환산하면 2억6천2백만 달러(약 3천2백6억 원)를 포기한 결단이었다. 미국 내 시장점유율 35%로 1위를 지키고 있던 타이레놀은 사건 이후 8%까지 하락했지만, 전량 회수 조치와 3중 보호 패키징 도입으로 다시 1위를 회복했다. 그 이듬해에는 미국경제지 '포춘(Fortune)'이 선정한 가장 칭송받는 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재도약에 성공했다.     


개인적으로 서울시의 《손목닥터9966》사업을 너무 좋아한다. 다만 이 훌륭한 사업이 한 가지 작은 흠결로  인해 사람들로부터 외면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래되거나 작동이 잘 안 되는 스마트워치를 변경해 주는 건 어떨까? 거대한 댐을 무너뜨리는 것은 작은 균열이다. 댐은 거대한 폭발 등이 아니면 한 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작은 구멍이 발생해서 그것이 누적되어 있다가 결국 무너지는 법이다. ‘스마트하지 않은 스마트워치가 외면받기 시작하면 이와 관련한 사업도 결국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단지 기우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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