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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ul 12. 2020

개운치 못한 주말

지금은 일요일 밤 10시,

2시간만 지나면 월요일이다.

진짜 주말순삭이다.


나는 늘 주말에도 알차게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 하면서 여유롭게 책도 읽고,

미뤄왔던 공부도 좀 하고, 일도 좀 하고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뿌듯함과 함께 새로운 일주일을 시작할 준비가 되곤했다.


그런데 이번 주말은 만사가 귀찮았다.

토요일에는 남자친구와 평소보다 더 오래 같이 시간을 보냈고,

집에 돌아와서는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라는 영화를 봤다.

맥주와 팝콘도 빼먹지 않았다.

펑펑 운탓에 눈,코,입이 다 퉁퉁 불었지만

개운하기도 했다.


오늘은 6시 30분쯤 일어나 빨래를 돌려놓고 

곧장 밖으로 나갔다.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빵 하나를 사들고 뒷산으로 향했다.

내가 좋아하는 뒷산 전망데크. 

책을 읽으며 가볍게 아침 식사를 했다. 

동네 할아버지들이 모여서 건강관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는데 

우리 모두 각자 저마다의 아픔과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책을 읽으며 간간히 할아버지들의 수다를 엿듣다가

생각보다 싸늘한 날씨탓에 예상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집에서 뒹굴뒹굴 한참을 게으름 부리다가 

12시가 다 되어서야 

'아 이렇게 있으면 주말을 날리겠구나' 싶어 

부랴부랴 짐을 챙겨 주변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서 아침에 못 다 읽은 책을 마저 읽고 

이어서 대학원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지난 2년 간 창업을 하거나 창업과 관련된 일들을 하며 

실제 경영에 도움이 되는 데이터를 발견하고, 해석하고, 이를 통해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꼈다. 몇 달 전부터 조금 더 진지하게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에 관해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관련 대학원을 시간이 날때마다 짬짬이 살펴보고 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띵가띵가 또 놀다가 

이러면 안되겠다싶어 1시간 정도 데이터 관련한 공부를 조금 했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면 여러가지 일들을 한 것 같은데 

뭐하나 제대로 한건 없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럴거면 차라리 의도적으로 푹 쉬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어제 '만사가 귀찮아'라고 느낀 건 사실 

이번 주 내내 고생한 내 몸이 

'그냥 좀 쉬어'라고 스스로에게 메시지를 보낸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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