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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un 03. 2020

따릉이 출퇴근의 묘미

내가 따릉이로 출근, 퇴근하며 하는 것들

지난 달부터 따릉이를 타고 출퇴근하기 시작했다. 

늘 지하철을 타고 다녔는데, 어느 날 문득 집 앞 지하철역 근처에 놓인 따릉이를 보고 '교통비도 아낄겸 이번 달은 따릉이 타고 다녀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 교통비가 평균적으로 4-5만원 정도 나오는데, 따릉이는 한 달에 7,000원이랜다..

집에서 4분 거리에 따릉이 대여소가 있고, 사무실까지도 자전거로 15분에서 20분, 최적의 조건이다.


처음으로 따릉이를 타고 출근한 날에는 길을 헤매다 15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를 30분이나 걸려 도착했다. 그래도 신선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달리고 있자니 행복감이 몰려왔다. 따릉이 출퇴근을 한지 오늘부로 3주가 되었는데 그간 느꼈던 따릉이 출퇴근의 매력이 참 많다. 


정릉천 자전거도로 너무 좋아


| 좋아하는 노래, 오디오콘텐츠와 함께  


자전거를 타며 이어폰을 끼면 안된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무언가를 듣고 싶었다. (외부 소리가 충분히 들리도록 음량을 설정해놓는다) 요즘 푹 빠진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Rain On Me를 들으며 흥을 내기도 하고, 아이유의 밤편지를 들으며 나만의 감성에 빠지기도 한다. 사실 가장 자주 듣는 건 팟빵이다. 작년에 끝이 난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정주행하고 있는데, 이동진씨와 김중혁씨의 티키타카를 들으며 낄낄 대다보면 어느 새 사무실 앞 대여소에 도착한다. 퇴근할 때는 이 시간을 더 즐기고 싶어서 괜히 페달을 더 느리게 밟기도 한다. 


밤 자전거는 또 그 나름의 매력이 있지


| 사색에 퐁당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퇴근할 즈음이 되면 머리가 지끈지끈 거릴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일에 대한 고민과 걱정은 과감히 멈추고 내가 좋아하는 생각들을 해야 한다. '저녁에 떡볶이 먹어야지~ 맥주를 먹을까 말까?!', '자기 전에 따뜻한 차 마시면서 무라카미 하루키 책 읽어야지!' 이런 생각들은 절로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가끔 어둑어둑한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보면 감성의 바다를 헤엄치는 나를 발견하고는 한다. 그 가운데서 인생에 대한 나름의 교훈을 얻게 될 때가 종종 있는데,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네.. 어제는 바람이 안 불어서 페달을 열심히 밟아야 했는데 오늘은 몇 번 안 밟았는데도 잘 가네. 나도 열심히 달리다보면 언젠가는 순풍이 나를 밀어주는 그 때를 만날 수 있겠지?' 따릉이를 처음 타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뜻밖의 수확이다. 


| 씽씽 달리며 날아간 스트레스와 삼성 버즈


집으로 오는 길에는 내리막길이 많다. 나는 내리막길을 슈웅하고 내려갈 때 기분이 너무 좋아서 함박웃음을 짓는데, 아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좀 이상해보였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뭐 그래도 상관없다. 이 순간만큼은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가는 것 같은 통쾌함을 느낄 수 있다. 정말 흔한 비유이지만 '가슴 속이 뻥 뚫리는 기분' 이다. 다만 한가지 안타까운 건 날아간게 스트레스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릉이 출근 둘째 날, 버즈를 끼고 내려오다 덜커덩하는 타이밍에 맞춰 오른쪽 버즈가 공중부양을 하더니 공원 옆 수풀로 날아가버렸다. 운명의 연인을 만날 때 상대방의 모습이 슬로우모션으로 보인다는데.. 버즈가 날아가는게 슬로우모션으로 보일 줄은 몰랐다. 당황한 나는 곧장 수풀 쪽으로 가서 버즈를 찾고자 했지만, 수풀이 워낙 험해 30분 이상을 열심히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어차피 잃어버릴거였어. 살 때부터 예상했잖아?' 하며 애써 씁쓸함을 감추어보았다. 그리고 남은 버즈 한 짝, 미안해.. 언젠가는 꼭 네 짝을 찾아줄게. 교통비 4만원을 아끼려다 9만원을 날려버린 꼴이 되었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하나 건졌다. 이것도 따릉이의 묘미지. 스트레스도 버즈도 모두 안녕! 


안녕....버즈야...


내일 아침에도 따릉이를 타고 출근하려 한다.

고작 2주인데도 습관이 된 것 같다. 따릉이를 타며 나만의 추억이 계속해서 쌓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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