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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un 08. 2020

산책하며 내 마음을 CHECK

산책을 하면 얻는 것

요즘 마음이 심란했습니다. 

가방 속에서 마구 뒤엉켜버린 유선이어폰 줄처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 지 감이 안 왔습니다.


저는 한차례 창업의 쓴맛을 맛본 후 현재는 한 스타트업에서 마케터로 일을 하고 있는데, 최근 팀원과의 갈등과 그에 따른 사기 저하, 또 제 업무능력에 대한 실망 등으로 고민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재미있지 않다는 생각에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뒷산에 올랐습니다. 그야말로 뒷산이라 산책하기 딱 좋습니다.

저는 자연이 가진 치유의 힘을 믿기 때문에 마음이 복잡할 때면 늘 자연을 찾아 가깝든, 멀든 여정을 떠나고는 합니다. 


자연과 가까이 살고 있다는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푸른 녹음은 참 신비롭습니다. 보기만 해도 가지고 있던 스트레스의 절반은 날아가버리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천장산의 산책로는 큰나무 어린이집부터 의릉지구관리소까지 이어진 약 1.8km의 숲길입니다. 큰나무 어린이집에서 8분 정도 걸으면 성북구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작은 전망대가 하나 나오는데, 전망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혹은 다른 음료)는 그야말로 최고입니다. 전망대에서의 작은 행복을 위해 조금씩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어서 이곳의 가을도 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곳을 산책한지 3주 밖에 되지 않았는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아이처럼 나무들도 엄청나게 자라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구청에서 관리를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길을 걷다 보니 자연에 완전히 둘러싸인 기분이 들어 썩 괜찮았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내가 지금 하는 일을 충분히 즐기고 있나?' '만약 충분히 즐기고 있지 않다면 지금 일을 일단 그만두고, 다음 목표를 조금 더 일찍 준비해야하나?...' 와 같은 고민들이 끊이지 않고 생겨났습니다. 그러다 문득 할 엘로드가 자신의 저서 [미라클 모닝]에서 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게 지루해지는게 누구 탓일까? 그걸 다시 재미나게 만드는 건 누구의 책임일까?


이 질문에 대해 고민해보았습니다. 이 일이 지루해진 건 도대체 누구의 탓일까. 팀원? 아니면 나 자신? 처음에는 팀원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를 충분히 지지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간섭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지만 동시에 이런 말이 떠올랐습니다.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변한다.' 같은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이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은 수 천, 수 만가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발전과 조직의 발전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결정을 내리고, 어떤 사람은 주변 상황에 대해 불평, 불만만 하다 포기해버립니다. 자,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저는 전자와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일을 지루하게 만든건 모든 문제의 원인을 남탓으로 돌린 저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나의 안식처


천천히 걷다보니 어느 새 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이곳을 발견했을 때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집에서 챙겨온 오렌지 주스를 마시며 탁 트인 전망을 바라보았습니다. 29도까지 치솟은 무더운 날씨였지만 참 감사하게도 바람이 솔솔 시원하게 불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즐길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골든 서클'이라고 다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사이먼 사이녁은 무엇이 아니라 '왜'에 대해 먼저 생각하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바로 그 '왜'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저는 '내가 왜 이 스타트업에 들어왔을까'와 '나는 왜 사업가가 되고자 하는가'를 다시 생각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전에 어떤 근거와 마음가짐으로 이 목표를 설정했는지 차근차근 돌이켜보니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흐릿했던 시야가 조금은 선명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왜'라는 질문에 도저히 답을 할 수 없는 목표들은 과감히 놓아버리기로 했습니다. 겉으로는 참 멋있는 목표라도 내가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공감하지 못한 목표들은 결국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버리는 경험을 참 많이 해보았기 때문입니다. 지루해져버린 일을 다시 재미나게 만드는 건 나 자신과 '왜'라는 질문에 끊임없이 답해가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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