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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조이 라이프 Nov 02. 2024

[독서: 2016~현재] 독서를 방해하는 3가지

이것만 안 해도 독서가 만만해집니다.

  안녕하세요. 2016년부터 현재까지 9년째 월평균 3권 이상씩 꾸준히 독서를 하고 있는 애독가 직장인입니다. 


  저는 독서뿐만 아니라 웨이트 트레이닝(헬스), 러닝, 글쓰기, 중국어, Product Management,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함'을 실천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꾸준함 연구가로서 각 영역을 꾸준히 해나가기 위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브런치 매거진 '꾸준함을 연습할 수는 없을까'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난 '[독서:2016~현재]  독서를 지속하는 6가지 방법'편에 이어, 독서를 방해하는 3가지를 소개드리려 합니다. 이 3가지만 하지 않으셔도 독서가 조금은 더 재미있어질 거예요 :)


꾸준함을 연습하면 누구나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 - 윤조이 라이프




1) 비효율적이라는 생각 :
     유튜브로 보면 되는데 굳이?


  얻고 싶은 지식이나 정보가 있을 때, 혹은 다른 사람의 인생이 궁금할 때 유튜브나 SNS에 검색을 해보고는 합니다. 단 10분 정도면 궁금증이 어느 정도 풀리거든요.


  특히 특정 정보를 찾을 땐 Chat GPT만 한 게 없습니다. 정보 그 자체만이 아니라 정보를 내가 원하는 형식으로 가공까지 바로 할 수 있습니다.


  정말 효율적이지 않습니까? 특히 일을 할 때 효율을 매우 중시하는 저로서는 이들이 최선의 선택인 것만 같았습니다.


  독서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에는 한 달에 책을 1권도 읽지 않은 적도 있습니다. 비효율적이라는 생각 때문에요.


  하지만 독서의 본질이 '나와의 솔직한 대화'라는 것을 깨닫게 된 후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인상 깊은 문구에는 줄을 긋고, 짧든 길든 개인적인 소감 및 생각을 책 곳곳에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저자 혹은 책 속 인물과 필담을 나누는 것처럼요.


독서의 본질은 '나 자신과의 대화'


  사실 이때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상대는 다름 아닌 자기 자신입니다. 저자의 말은 일종의 트리거로 작용할 뿐입니다. 어쩔 땐 단 한 줄에서 시작한 스스로와의 대화가 이어지고 이어져 20분 넘게 책 한 장이 넘어가지 않은 적도 있습니다.


  길든 짧든 나의 생각을 하고, 나의 글을 남겨보는 경험을 해보시면 '아, 독서가 실질적으로 내 삶에 도움이 되는구나.' 하는 걸 바로 체감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보통 유튜브로 영상을 볼 땐 이게 잘 되지 않습니다. 영상 제작자는 당연히 시청자가 집중할 수 있는 10-15분 동안 이탈하지 않고 영상을 끝까지 보도록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핵심만 뽑아 휘몰아치듯 사람들의 눈과 귀에 정보를 때려 넣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런 유형의 전달 방식이 유용한 상황도 있지만, 자기 자신과 긴밀한 대화를 시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자와, 아니 나와 대화하기


  제 경험상, 톡톡 튀는 아이디어나 그동안 하지 못한 종류의 생각들이 책의 핵심이 아닌 부분들에서 나온 경우도 많았습니다.


  핵심을 분명하고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맥락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보물들을 많이 발견해 왔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마구 떠오른다...!


  책과 펜 하나만 있으면 나 자신과 깊은 대화를 하고, 이를 통해 나의 세계를 확장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독서는 영상 콘텐츠보다 훨씬 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또, 그 과정에서 보물과 같은 아이디어와 철학을 얻게 되기도 하구요!



2) 지식을 자랑하려는 욕구 :
    a.k.a 지식 뽐내기병


  처음에는 재미있어서 시작한 독서인데요. 책을 몇 십 권 정도 읽고 나니 알게 모르게 내가 가진 지식을 자랑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식 뽐내기병'은 아마 대부분의 독서가들이 겪었거나 겪고 있는 병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적어도 저는 꽤 오랜 시간 걸려있었습니다 ㅎㅎ..


  항간에 떠들썩한 베스트셀러들은 꼭 읽어야 할 것 같고, 어떤 책이나 개념이 대화 중에 나왔을 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제 호기심과 지식 욕구를 채워준다는 점에서는 매우 유의미했으나, 생각보다 큰 부작용이 두 가지 있더라구요.


  첫 번째는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느 일요일 오전, 지인들과 독서모임을 하고 있던 날이었습니다.


"조이는 어떻게 생각해?" "조이? 조이!"

"어?! 응! 아, 방금 뭐라고 이야기했지? ㅠㅠ 잘 못 들었네 미안..."


  지인이 인상 깊은 문구와 그와 관련된 경험을 이야기하고 난 후 제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때 전 한창 '어떻게 하면 이 책과 연관된 다른 책 혹은 개념을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을까?'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예 듣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시종일관 딴생각만 하고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들켜버리고 말았습니다.


지식 뽐내기병 중증일 땐 내가 할말만 생각합니다...


  이렇게 몇 달이 지속되다 보니 '내가 진정한 의미에서 독서모임을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더라구요.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며 나의 세계를 확장해 가야 하는데, 어째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스스로가 만든 울타리 안에 갇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둘째로, 책 읽기가 마치 숙제처럼 느껴지게 된다는 점입니다. 돌이켜보면 독서가 진심으로 재미있어진 순간은 혼자서는 해결하지 못했을 인생의 여러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독서를 통해 찾는 경험을 하고 난 후부터였습니다.


  이유 모르게 불안해질 때, 목표를 향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모르겠을 때, 시작만 하고 끝내지는 못하고 있을 때, 남자친구와 싸웠을 때 등등..


   일단은 서점으로 달려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을 꺼내 들었고, 저자와 대화하며 실천 가능한 작은 행동들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인생이 안 풀릴 땐 책장 앞으로!


  그런데 지식 뽐내기병에 걸린 기간 동안은 당장 마주하고 있는 내 인생의 문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트렌드와 이슈들에만 초점을 두었습니다.


  지금 당장 내게 필요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도움이 될 내용들, 혹은 내 관심사는 전혀 아니지만 읽지 않으면 뒤쳐지는 기분이 드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죠.

 


3) 완벽주의 :
    완독이 아니면 의미가 없어


  도서관에 가면 2주 동안 다 읽지도 못할 많은 책들을 빌려오고는 했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듯 한창 지식 뽐내기병에 걸렸을 땐 '세상 사람들이 주목하는' 책들을 골라 읽었죠.


  그러다 보니 무거운 책들을 집으로 힘겹게 들고온 후 , 막상 책을 펼쳐보면 잘 읽히지 않는 경험을 많이 했었습니다.


  읽지 못하고 쌓인 책들은 제 마음에 일종의 죄책감을 남겼습니다. '나는 항상 책을 빌리기만 하고 다 읽지는 못하는 사람이야. 끈기 없는 사람이지.'와 같은 심리적 부채가 복리로 불어갔습니다. 


  왜 책을 끝까지 다 읽어야 할까요? 그렇게 하라고 누가 뒤에서 총 들고 서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여러분 혹시 '제이가르니크 효과(Zeigarnik Effect)'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러시아의 심리학자인 제이가르니크는 인간이 완료되지 않은 작업이나 중단한 작업에 대해 더 오래, 더 잘 기억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그리고 이런 미완의 일에 심리적 압박이 더 해지면, 일종의 '고통'이 됩니다.


완독에 대한 심리적 압박은 복리로 불어갔다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미완의 책으로 남겨두고 싶지 않아서 다 읽으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다 읽기에는 도저히 집중이 잘 안 되니... 결국 이런 책들은 제게 고통만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이런 패턴은 4년 전 <피니시>라는 책을 읽기 전까지 지겹도록 반복되었습니다.


오늘 나는 '당신이 모든 일을 다 해낼 수는 없다'라고 말하려고 한다. 아니, 방금 한 말은 잊어달라. "당신은 목표로 한 일을 대부분 해내지 못할 것이다."  

책 <피니시> 62p - 존 에이커프 저


  '어차피 다 읽지 못한다.'는 생각은 예상보다 엄청난 도움이 되었습니다. 심리적 부담을 많이 내려놓게 되었거든요.


그래, 어차피 다 못 읽는 거였어~
그래도 너한테 흥미가 가는
몇 부분이라도 읽었으니
돈 값은 한 거야!



  그랬더니 실제로 사온 책들 중 대다수는 책에서 내가 필요한 20-30% 정도만 읽고 곧바로 책장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분명히 전처럼 미완의 책들이 쌓여가는데도, 이때부터는 '책은 다 읽어야 하는 것이다.'며 제 등 뒤에서 총을 겨누는 사람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어떤 종류의 목표든, 목표는 반드시 어렵고 재미없는 것이어야 한다는 믿음은 모든 순간 우리의 의지를 완전히 꺾어놓는다.  

책 <피니시> 89p


  20대 초중반의 저는, 목표 달성 과정은 무조건 힘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목표 달성 과정에서 충분히 고생하지 않았다고 느껴지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엄청난 성과라고 할지라도 저에게는 '별 것 아닌 성과'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책의 저자 존 에이커프는 목표 달성 과정은 무엇보다도 '재미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합니다. 당시의 저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왠지 그의 말을 믿고 싶었습니다.



'독서는 재미있어야 한다.'


  모든 영역에서 이런 마인드를 단번에 적용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일단 독서에 한정해 적용해 보았습니다.


  '독서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원칙 아래에서 책을 고르다 보니 저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는 책을 집어 들게 되고, 그러다 보니 완독이라는 것을 생각할 틈도 없이 완독 해버리게 되었습니다.


  또 당장 실용적인 뭔가를 얻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탐구하다 보니 고전, 철학, 뇌과학 등 전에는 생각지 못한 분야에서도 제 취향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이제는 '넌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낼 때 가장 행복하니?'라는 질문을 받으면, 망설임 없이 '책 읽기'를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습니다.


  독서는 유튜브나 SNS보다 비효율적이라는 생각, 지식 뽐내기 병, 그리고 완벽주의를 내려놓고 난 후부터는 책 읽는 순간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오늘 한 번 여러분이 독서를 멀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고민해 보세요. 그리고 그중 하나라도 제거해 보세요. 그러면 책이 조금은 만만해질 거예요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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