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 직업을 찾는 모험 ep.1
해고는 블라인드에 올라오는 글이나 구독자 사연에서만 나오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내가 해고를 당하다니.
회사에 잘못한 일이 있어 해고를 당했다면 억울하지 않기라도 하지,
그저 10시부터 7시까지 평일마다 회사에 나와 일한 죄밖에 없는데 해고라뇨?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일하다가 대표님이 회사 메신저로 불러 회의실에 불려갔다.
회사가 곧 문을 닫을 것 같으니 나가라고 했다.
분명히 2주 전에는 내년 초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함께 힘내보자고 하시더니, 사람 마음이 이렇게 갈대 같을 수가 있나.
2주 만에 회사에 큰일이 생긴 것도 아니었다.
적어도 이때까지 우리 팀에 전달된 사항으로는 그랬다.
자리에 돌아와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었다.
우리 팀은 회사 내에서 수익 TOP 3 안에 들 정도로 잘해오고 있었는데 우리가 벌어온 돈은 다 어디로 간 건지,
대표님은 왜 본인이 자꾸 불쌍하다고 한탄하시는 건지,
당장 다음 달 월급 없이 생활하기 어려운 우리 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았다.
대표님과 재무이사님은 가족이었다.
가족 회사인 줄 처음부터 알았다면 당연히 입사하지 않았겠지만, 누구나 그렇듯 입사한 후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 알게 되었다.
해고 소식을 듣고 나서 마음을 추스른 후, 회사 사정을 아예 몰랐던 건 아니니 이해하며 퇴직금과 마지막 달 월급만 제대로 들어오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대표님과 재무이사님이 우리가 돈을 떼먹을 것 같은 사람으로 보이냐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우리 팀은 돈을 떼먹을 것 같아 물어보는 게 아니라 우리도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돈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했던 것뿐이라 말씀드리니, 언제 줄지는 모르겠으나 줄 거라고 사기꾼 취급하지 말라고 했다.
회사를 다닐 때도 두 분과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정도까지 말이 안 통하는 수준인지 처음 깨달았다.
이미 지난 일인데도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화가 치밀어올라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우리는 그저 우리가 마땅히 받아야 할 퇴직금과 월급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했던 건데, 깡패에게 돈을 빌려준 후 '아 언젠간 갚겠다고, 나 못 믿어?'라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게 되니 억울하고 절망스러웠다.
내가 겨우 이런 사람들이 운영하는 회사 따위를 위해 그동안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까지도 열심히 일을 했다니.
그동안의 내 시간과 노력이 쓸모없는 것처럼 느껴졌고, 자기 회사 직원들을 버러지처럼 보는 임원진의 미성숙한 태도가 깊은 상처를 만들었다.
우리 팀의 리더였던 상사는 본인의 월급에 들어가는 돈을 우리의 퇴직금과 월급으로 주라며 일찍 퇴사하시는 바람에 우리는 아무런 울타리 없이 세찬 비바람과 우박을 그대로 맞으며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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