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 직업을 찾는 모험 ep.11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던 성인이 또 한 번 진로 고민을 하게 되면 어떤 말들을 듣게 될까?
보통은 주변에서 말린다.
왜 월급 따박따박 나오는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새로운 진로를 찾지 말아야 하는지 내 회사생활에 큰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발 벗고 나서서 회사를 다녀야 하는 이유 1부터 100가지를 읊어준다.
안정적인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이렇게까지 말려져야 할 일인지 몰랐다.
오히려 나와 거리가 좀 있는 사람들은 나를 응원해 줄 때도 있다.
그게 비록 깊게 참견하고 싶지 않은 가벼운 마음에서 나온 응원일지라도.
가끔은 나에 대해 깊게는 모르기 때문에 진심 어린 독려와 멋있다는 말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은 응원보단 걱정을 먼저 할 때가 있다.
돈이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일을 하려고 갑자기 회사를 때려치우고 백수가 된다고?
그 순간부터 나는 일반적인 사회적 통념을 따르지 않는 룰브레이커가 된다.
내 작은 이상적인 꽃밭에서 '바깥세상도 아름다운 꽃밭일 거야'라는 생각 없는 소리나 내뱉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그들의 걱정스러운 조언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왜 회사를 그만두려고 하는지 이유를 묻기 전에 반대부터 하는 태도에 매우 서운했다.
모든 직장인이 아침마다 회사 가기 싫은 마음을 이겨내고 회사에 다니는 건데, 왜 나만 그럴 수 없는지 비난을 받는 것 같았다.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왜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받을 기회조차 없이 걱정 어린 비난을 받고 나니 울분이 차올랐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는 비난은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비난보다 꽤나 더 아팠다.
우리나라에서는 퇴사를 하겠다고 결정하면, 보통 다음 갈 곳을 정하고 이직을 하는 게 보통인 것 같다.
이 암묵적인 퇴사 규칙을 어기면 세상은 나를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비춘다.
사실 회사생활을 몇 년 이상 하다가 이직할 곳을 정해두지 않고 퇴사하는 사람들 중에 본인의 앞날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퇴사를 한 사람들은 많이 없을 것 같다.
아마 퇴사를 하는 당사자가 매달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월급을 가장 포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혹시나 미래에 다시 회사로 돌아갔을 때 인터뷰 단골 질문인 '공백기 동안 뭘 하셨나요?'에 제대로 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본인이 제일 많이 느꼈을 것이다.
나도 퇴사를 하기 전까지 오만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 꽉 차 있었다.
호기롭게 퇴사를 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했는데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사람이 되면 어떡하지?
주변 사람들이 날 한심하고 실패한 인간으로 보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들에 겁이 났다.
주변의 차가운 반응을 이겨내기 위해 누가 봐도 그럴싸한 미래의 계획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
아무도 나를 생각이 짧은 한심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기를 바랐던 것 같다.
퇴사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나가서는 하는 것마다 실패해서 다니던 회사보다 더 규모가 작은 회사에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상태가 된다면?
주변에서 들려올 비난이 벌써부터 들려와 머리를 옥죄는 것 같았다.
아니 무슨 퇴사 한 번 하겠다고 하니 쓰잘데기 없는 생각은 집어치우라고 온 세상이 나를 잡아먹으려 드는 것 같았다.
성인이 된 후 실수 한 번이라도 했다가는 실패자 낙인이 이마에 찍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