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청년의 그냥 쉬었다는 사회적 낙인

찰떡 직업을 찾는 모험 ep.17

by 일라

쉬는 청년의 그냥 쉬었다는 사회적 낙인


몇 년 전부터 ‘쉬는 청년’, ‘그냥 쉬었음 청년' 등의 단어들이 뉴스에 보이고 있다.

실제로 내가 사회에서 정의하는 쉬는 청년이 되고 나니 '그냥 쉬었음' 이란 말이 생각보다 더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쉬는 청년의 비율은 2024년 기준으로 10년 전보다 20만 명이 증가한 70만 명 이상이 되었다고 한다.

또, 고용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0월 청년 고용률이 45.6%였는데, 이는 2022년 이후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쉬는 청년이 70만 명이나 된다고 하는데, 내가 쉬는 청년이 되어보니 생각보다 밖에서 쉬는 청년들을 만나기가 어려웠다.



작년 가을에 체인지 파인더라고 청년공익활동가 인턴쉽 프로그램이 있어서 참여한 적이 있다.


쉬는 청년 인구 증가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혹시 관련 활동은 뭐가 있을지 궁금해서 참여했고,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참여자 분들과 노동팀을 꾸려 청년 노동에 관한 가상 캠페인을 기획해 봤다.


자료 조사를 하면서 쉬는 청년들이 어떤 가치관과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사했었는데,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었던 자료는 쉬는 청년에 대한 통계 자료나 쉬는 청년 인구가 늘었다는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쉬는 청년들이 실제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는 자료를 찾기 어려워서 결국 주변에 퇴사를 하고 본인의 길을 걷는 분들의 설문조사를 참고했다.


70만 명이나 되는 쉬는 청년들은 어디에 숨어있는 걸까?



우선 쉬는 청년이 되는 이유를 살펴보자.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로 인한 양질의 일자리 부족, 취업 기간 중 치열한 경쟁으로부터 얻는 좌절감 등이 있을 것이다.


전체 노동 인구 중 대기업에 다니는 비율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들었다.

심지어 요즘은 대기업들도 신입보다 경력직을 더 뽑고 싶어 하는 추세다.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시간을 버리는 대신 중소기업에 다니며 경력을 쌓는 게 더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기에 공백기간을 늘리는 대신 중소기업에 다녔었다.

하지만 본인을 왕처럼 떠받들어야 한다는 대표 밑에서 일방적인 해고를 당하는 마당에도 퇴직금과 남은 월급을 받지 못할 뻔했다.


쉬느니 중소기업이라도 다니는 게 더 낫다는 말을 몸소 체험해 보니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도 나빠졌었고, 회사생활에 대한 정이 모두 털리고 말았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생각보다 직업의 귀천이 만연하다.

직업의 귀천은 없고 모든 직업은 소중하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내 자식이, 내 친구가 월급 따박따박 나오는 회사를 그만두고 카페에서 알바를 할 거라고 하면 대다수가 말린다.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데 그걸 포기하고 언제 돈을 많이 벌 수 있을지도 모르고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지도 모르는 알바를 한다고 하니 말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부모님들은 그런 자식을 더 이해하기 어려우실 수 있다.

아직 부모님 세대에는 자녀 세대보다 4대 보험 되고 월급 따박따박 나오는 직업이 알바보다 훨씬 훌륭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과거에는 공부를 해야 더 좋은 미래가 펼쳐진다는 말이 더 만연했고 그렇기에 자식들 공부에 더 신경을 쓰신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해가 안 되지는 않는다.


자신의 주변 사람들 시선만 해도 별다른 대책 없이 퇴사를 하고 쉰다고 하거나 알바를 하며 살 거라고 하면 부정적인데, 쉬는 청년들이 밖에 나와 목소리를 내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쉬는 청년이 된 후에 쉼을 벗어나기 위한 청년 정책이나 활동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본인에게 잘 맞는 일이 무엇일지 스스로 노력하여 찾아야 하는데, 이미 취업 시장에서 좌절감을 맛본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다.

안 그래도 힘든데 또 힘을 내라니.



체인지 파인더에서 인턴쉽 프로그램을 참여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동의했던 건, 바로 '쉬는 청년', '그냥 쉬었음'에서 오는 사회적 낙인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그냥 쉬었음 청년이라는 단어를 보면, 일을 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며 삶에 대해 진지한 생각도 하지 않고 대책 없이 쉬는 사람 같은 느낌이 든다.


실제로 나도 퇴사를 하고 나서 다니던 알바를 그만뒀을 때, 그냥 다니기 싫어서가 그만둠의 이유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할 일 없이 쉰다는 생각에 죄책감과 자기혐오에 빠졌었다.

나름 노력하며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일을 안 하고 쉬면서 쓸모없이 시간을 낭비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청년 인구 70만 명이나 쉬는 청년이 되었다면 더 이상 청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무언가 더 큰 변화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어떤 변화가 있어야 청년들이 원치 않은 쉼을 그만두고 다시 본인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까?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으면 좋을지 정리해 볼 계획이다.





찰떡 직업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강아지 멍순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www.instagram.com/illam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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