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 직업을 찾는 모험 ep.30
30대가 되고 나서 종종 사람들이 20대와 달라진 게 뭐냐고 물어볼 때가 있는데, 난 그럴 때마다 매년 달라지는 체력이라고 대답한다.
20대 때는 다양한 걸 도전해보고 싶은 나를 내 체력이 도와줬는데, 30대 때는 내가 체력을 어르고 달래고 잘 보살펴줘야 못 이기는 척 따라온다.
30대가 되고 나니 짊어져야 할 책임과 업무는 늘어나고 있고,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게 체력일 것 같아 일주일에 최소 2-3번은 운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체력은 떨어지는 데 할 일은 쌓여만 가니 이를 더 악물게 된다.
이를 악물어도 가끔씩 허리도 삐끗하고 감기에 걸리기도 하며 건강이 삐그덕 대는 횟수가 늘어나는 게 30대이기에 관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운동뿐만 아니라 식단도 관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당당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아직은 세상에 먹고 싶은 음식들이 너무 많다.
4월 첫째 주에 취미로 하고 있는 노래 모임에서 참여한 공연이 끝난 뒤 오랜만에 라면을 먹었다.
목이 다치면 같이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민폐일 것 같아 공연 전까지는 술도 안 마셨고(원래도 잘 안 마셨지만 먹지 말라고 하면 괜히 한두 잔씩 먹고 싶어 진다), 공연 2주 전부터는 매운 음식이나 튀긴 음식도 멀리 했다.
관리를 잘 한 덕분인지 다행히 공연 날 좋은 목 컨디션을 얻을 수 있었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공연이 끝난 후 라면을 먹었는 데 라면이 맵고 밀가루 음식이라 그랬는지 일주일 동안 위장이 탈이 났었다.
원래도 라면을 잘 소화하지 못하긴 했는데 이 정도로 혹독하게 겪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30대에 들어선 이후에 가장 먼저 금지당한 건 라면이 되었다.
앞으로는 또 어떤 음식을 금지당하게 될까. 먹는 낙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상상만 해도 벌써 슬퍼진다.
20대 때는 건강하지 않은 음식을 먹어도 금세 속도 괜찮아지고 며칠 조금 덜 먹으면 살도 금방 빠졌는데 30대가 되고 나서 이런 축복은 끝이 났다.
핑계고에서 세븐틴의 민규 님이 3일을 먹으면 2주 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었는데 지금 내 상황이 딱 그렇다.
20대 때는 3일 먹은 후 3일 관리하면 다시 돌아왔는데, 이제는 먹은 일 수의 세 배는 관리를 해줘야 겨우 빠질까 말까 한다.
별로 먹은 것도 없는데(내 생각이지만) 살은 더 찌니 괜히 억울해진다.
그리고 또 충격적이었던 건 그렇게 좋아하던 디저트들이 물렸을 때였다.
어느 날 마카롱을 먹는 데 너무 달고 느끼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모르게 디저트 류를 먹는 횟수가 줄어든 걸 발견했다.
아직도 과자나 케이크 등 디저트를 즐겨 먹지만, 확실히 전보다 새로운 디저트 가게를 탐방하고 싶은 욕구가 많이 줄어들었다.
이렇게 빨리 질릴 줄 알았으면 20대 때 더 먹어두는 건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는 컨디션 관리를 잘하지 못한 상태로 일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해야 하는데 친구들과의 술자리로 늦게 자서 평소보다 더 피곤한 상태로 출근을 한다던지, 중요한 회의가 있는데 배탈이 나서 집중을 못한다던지 하는 상황을 싫어한다.
자꾸 30대를 언급하는 것 같아 그만 말하고 싶지만 30대가 되고 나니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날들이 대폭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일이 있을 때는 더욱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어진다.
이제는 하루 이틀 관리한다고 반짝 좋아지는 일이 잘 없기 때문에 평상시에도 건강 관리를 해야 하는데, 이게 참 어렵다.
좋은 음식을 먹으려면 좋은 식재료를 사서 요리를 해야 하는데, 좋은 식재료는 그렇지 않은 식재료들보다 값이 나가고 요리를 하려면 체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요즘 채소 값이 부쩍 올랐기 때문에 지갑 사정이 안 좋을 때는 고기를 먹는 횟수를 줄이고 저렴한 두부나 버섯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식재료는 내가 번 돈으로 어떻게 구비한다 해도 체력과 시간을 준비하기는 더 까다롭다.
퇴사를 하고 나선 틈틈이 시간이 생겼을 때 야채도 쪄서 먹고 하고 있는데, 회사를 다니고 있을 땐 이렇게 먹기가 쉽지 않았다.
출퇴근 시간이 약 편도 1시간 반일 때는 피곤해서 건강하게 챙겨 먹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출퇴근 시간이 짧아졌을 땐 퇴근하고 나면 뭐가 그렇게 힘들었는지 보상 심리가 강해져 심심한 야채찜 따위는 눈길도 주기 싫었다.
바쁠수록 건강을 더 잘 관리해야 하는데 여유가 없어져 더 소홀해진다.
하지만 바쁘다고 해서 건강을 내팽개쳐두면 결국 손해 보는 건 나이기 때문에 회사를 다닐 때보단 여유가 생긴 지금, 조금이라도 더 관리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직장에 다니지 않거나 프리랜서가 아니더라도 체력과 면역력은 중요하다.
특히 일을 쉬는 것에 대한 불안이 큰 사람일수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서라도 건강을 챙기는 걸 제안한다.
왜냐하면 쉬고 있는데도 맨날 비실비실하게 있으면 뭔가를 시작할 의지가 잘 생기지 않게 되고, 의지가 약해지면 더더욱 집에 붙어 있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집에만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괜히 나 자신이 더 초라해 보이고 밖으로 나갈 용기는 점점 더 사라진다.
나도 그런 시간을 겪어보았다.
친구들을 만나러 갈 기운조차 없었을 때, 큰 사고가 없다면 아직 살아갈 날이 몇십 년이나 남았는데 계속 이렇게 무기력하게 살고 싶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스트레칭이라도 하면서 몸을 움직이려고 노력했고, 요즘에는 인스타그램만 봐도 간단하고 쉽게 만들 수 있는 건강한 레시피들이 많이 나와 있어서 따라서 만들어보곤 했다.
아직도 남들보다는 비실비실한 체력을 가지고 있지만, 작년 하반기의 나에 비하면 좀 더 활력이 생긴 것 같다.
지금 크게 할 일이 없다 해도 언제 또 기회가 찾아올지 모르니,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체력을 준비하는 게 불안한 시간을 보내는데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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