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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트아웃 극복기

찰떡 직업을 찾는 모험 ep.31

by 일라

요즘 지난 에피소드에서 비실비실한 체력은 기회를 떠나보낸다고 썼던 게 무색하게 토스트아웃이 되었다.
번아웃까지는 아니고 아직은 조금 쉬면 쥐어짜 낼 힘이 조금 돌아오는 정도랄까.


4월의 마지막 토요일에 노래 모임 사람들과 버스킹을 했다.

버스킹 당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피곤해서 후회하다가, 막상 버스킹을 시작하니 재밌어서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재밌었던 만큼 미래의 체력을 미리 끌어다 쓴 거라, 일요일에는 하얗게 불태우고 남은 재가 되어있었다.


일요일에 약속이 있어서 나갔다가 일찍 파하고 집에 돌아와 낮잠을 잤다.

반나절이긴 하지만 푹 쉬면 내일 좀 괜찮아지겠지? 하며 자고 일어났는데 웬걸.

월요일에 일어나니 아무런 의욕도 생기질 않았다.

할 일은 밀려있는데 시작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그냥 하기 싫어서 그런가 싶어서 좀 쉬었다가 책상 앞에 앉았는데 집중이 하나도 되지 않았고 피곤함이 날 강하게 짓눌렀다.


그제야 몸에서 보내는 제발 쉬라는 신호인걸 깨닫고 좌절했다.

아직 할 일이 태산인데 지금 쉬라니.

하지만 강행하더라도 퀄리티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할 때가 많아 결국 다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럴 땐 맘 놓고 푹 쉬어줘야 한다는 걸 알지만 데드라인이 있는 일들은 미루는 것도 한계가 있다.

결국 밀린 만큼 더 빠르게 해내야 하는 건 미래의 나니까 조금이라도 꾸역꾸역 하게 된다.


하지만 억지로 조금씩 할 때부터 악순환이 시작되었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제대로 일하지도 못한 상태가 돼서 낡기만 하고 화가 가득 찬 예민 덩어리가 어버다.

이런 날들이 반복되자 아쉽지만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우선 데드라인이 가장 빠른 업무부터 끝내려고 노력했다.

5월 7일부터 경기콘텐츠코리아랩에서 시작하는 <5월의 느느조각> 전시회가 가장 데드라인이 빨랐기 때문에 전시회 그림을 제일 먼저 완성했다.


그러고 나서 요즘 내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임상심리사 2급 자격증 공부를 다음 우선순위에 두었다.

시험 날짜가 5월 중순이라 이제 느긋하게 마음을 먹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상담심리사 2급을 따며 다 공부했던 것들인데 3년이 훌쩍 지나니 까먹은 게 많아 다시 기억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어차피 곧 5월부터 상담을 다시 시작할 거라 그전에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하고 있다.


그리고 아쉽지만 취미 노래 모임을 잠시 중단했다.

취미는 일보다 우선순위가 낮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장 먼저 멈추게 되었다.

투잡, 쓰리잡을 하며 취미까지 챙기는 사람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취미뿐만 아니라 친구들과의 약속 등 사적인 약속들의 수도 대폭 줄였다.

원래도 약속이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꼭 가야 하는 자리가 아니면 체력 충전을 위해 몸을 사렸다.


이렇게 한 주를 보냈더니 지난주보다 조금 회복된 게 느껴졌다.

사실 중간에 방심하고 약속을 늘린 적이 있었는 데, 약속 당일에 체력이 바닥나 집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던 불상사가 일어난 뒤로 내 체력을 과대평가한 걸 반성했다.


토스트아웃으로 인해 놓쳐 버린 기회들이 생겨났지만, 괜히 더 무리하다가 번아웃이 오면 그때는 조금 쉬는 것 가지고는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못 본 척하기로 했다.

한동안은 바쁘게 지내야 해서 언제 토스트아웃을 완전히 극복할지는 모르겠지만 또 천천히 나아가 봐야지.





찰떡 직업을 찾아 여행하는 강아지 멍순이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www.instagram.com/illam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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