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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 관리에 정답이 있을까?

찰떡 직업을 찾는 모험 ep.33

by 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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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끈질기게 들었던 말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인맥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것.

인맥을 잘 관리해야 성공과 더욱 가까워진다는 말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듣곤 했다.


어렸을 때는 성공한 것 같아 보이는 사람, 인맥이 넓은 사람 등 한눈에 봐도 사회에서 인기가 많을 것 같은 사람과 잘 지내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었다.

내 성향이 그들과 잘 지낼 수 있는 성향인지는 카운트하지 않았던 것이다.


20대를 지나 30대를 살아가면서 한 가지 더 분명해진 건 나는 내향인이다.

MBTI 검사를 할수록 내향성의 점수가 더욱 높아졌고, 혼자 있는 시간이 삶의 충전이 되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사회에서 말하는 인맥과 내 인맥의 간극이 생기기 시작했다.

좀 더 폭넓게 더 많은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하는데 내게는 그 사람들을 모두 관리할 에너지가 부족했다.

나는 내 주위에 친구들 몇 명 챙기는 것도 에너지가 꽤 드는 데, 나와는 달리 넓은 인맥을 잘 관리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웠고 왜 나는 그러지 못하는지 자책했다.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을 향해 달리는 사람이 내가 아닌 것 같아서 나를 채찍질해서라도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도 보고 혼자만의 시간을 줄여보기도 했다.

그랬더니 약속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한 일주일은 집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집에서 나만의 시간을 가지길 간절히 원하는 게 느껴졌다.

내가 과연 이 연극을 더 오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초반 그리고 중반까지도 겨우 인맥관리를 이어오다가 20대 후반부터는 허탈함이 밀려왔다.

넓은 인맥을 관리하는 친구를 관찰해 보니 여러 사람들과 커피 한 잔이라도 마시며 자주 보는 게 필요했는데, 그렇게 되면 시간상 에너지상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건 어려워 보였다.

이 친구와는 지금은 전보다 소원해진 사이가 되었다.

싸울만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서로의 성향 차이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다.


나는 이 친구가 내가 기대한 것보다 나를 더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 외에도 시간을 할애해야 할 대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굳이 내가 아니어도 친구관계를 이어나가는 데 별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 친구 입장에서는 나의 성향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달라 그 친구만의 서운함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인간관계에서 멀어지고 당겨지는 일들을 겪고 나니 20대 후반에는 나는 가볍고 넓은 관계보단 소수의 깊은 관계를 원하는 사람이라는 걸 분명하게 인정했다.

그리고 핑계일 수 있지만 30대에는 한 사람에게 쏟을 수 있는 에너지가 더욱 부족해져서 인맥 관리는커녕 누가 내 인맥에 남아 있어 주면 그렇게 감사할 수 없었다.

내가 피곤한 만큼 그들도 피곤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을 텐데 그 와중에 나를 생각해 줬다는 게 고마웠다.



사실 지금도 인맥 관리에 대한 정확한 답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넓은 인맥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처럼 좁은 인맥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20대 때보단 인맥의 범위가 많이 좁아졌지만, 난 지금 내 일상에 만족한다.

가끔 어떤 일이 생기면 '이 분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 때가 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려면 나도 그에 해당하는 에너지와 도움을 줄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요새 커리어 만으로도 바빠서 취미도 줄이고 있는 마당에 그럴 자신이 없다.


10년 전만 해도 친구들 수가 줄어들면 큰일 나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실제로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별 생각이 없다.

혼자서 잘 놀다가 가끔 친구들과 만나 소중한 시간을 보내면 기분전환이 된다.

또, 일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가끔은 내 커리어와 관련된 모임이나 이벤트가 생기면 참여하기도 한다.

낯을 가려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일단 새로운 만남에 얼굴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는 것 같다.

가끔은 내 커리어와 관련된 사람들과 소통을 해야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는 것 같아서 귀찮더라도 꼭 참여하고 있다.


인맥 관리에 대한 정답은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내 일상에 만족한다면 지금은 이게 나의 정답이 아닐까 싶다.





찰떡 직업을 찾아 여행하는 강아지 멍순이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www.instagram.com/illam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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