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 직업을 찾는 모험 ep.38
취업 준비 + 프리랜서 일 + 결혼 준비를 동시에 하려니 체력이 바닥나고 말았다.
회사에 다니면서 결혼 준비를 하신 분들은 어떻게 한 걸까. 새삼 존경스러워졌다.
지난번에 충북으로 면접을 보러 간다고 했었는데, KTX를 타고 면접을 보러 가는 건 처음이라 꽤 긴장이 되었다.
면접 장소에 들어가니 면접관은 총 3명이었고, 20분 안에 꽤나 많은 질문들을 하셔서 타이트하게 답변했다.
면접관 중 한 분이 입사하게 된다면 어떤 사업에 참여하고 싶은지 여쭤보셨는데, 지원 공고에 참여하게 될 사업에 대해 자세히 나와있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마침 이 질문을 하시기 전에 기업 웹사이트를 봤는지 물어보셔서 웹사이트에 나와있는 사업에 참여한다는 가정 하에 답변을 드렸다.
내 답변을 들은 면접관은 그런 사업은 진행하지 않는다고 했고, 지원 공고를 제대로 읽은 건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
사실 이때 조금 짜증이 올라왔지만 최대한 표정 관리를 하며, 지원 공고에 나와있던 직무에 대해 말하고 혹시 이게 지원 공고에 있는 내용이 맞는지 조심스럽게 확인을 요청드렸다.
다행히 면접관이 내 말에 동의하시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질문으로 넘어갔는데, 괜히 마음속에 내가 지금 대답을 잘하고 있는 건지 찝찝함이 남았다.
정해진 면접 시간이 끝난 후, 쏟아진 질문들을 방어하느라 기력이 떨어진 몸을 이끌고 다시 KTX를 타러 역으로 향했다.
근무 지역이 서울인데도 지방까지 면접을 보러 오는데 면접비를 지원해주지 않는 게 조금 아쉬웠다.
취준생에게 기차 왕복표 비용은 신중히 생각하고 사야 할 정도인데..!
다음 날 바로 합격 결과가 나왔고, 내 결과는 예비합격자였다.
하지만 4개월 남짓 한 계약직 근무고 월급이 내 분야에서는 좀 높은 편이었어서 아마 합격을 포기하는 이는 없지 않을까 싶어 깔끔하게 마음을 접었다.
KTX까지 타고 면접을 보고 온 시간과 에너지가 아까웠지만, 면접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면접 이후로도 괜찮은 공고가 한두 개씩 올라오면 지원해보고 있는데, 아직 딱히 좋은 소식을 들어본 적은 없다.
결혼을 하게 되면 이제 나와 배우자 둘이서 서로를 책임져야 하는데, 현재 배우자가 대학원생이라 나도 돈을 벌지 않으면 생계를 이어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지원할 때마다 떨어지고 프리랜서 일도 가뭄에 콩 나듯 들어오니 슬슬 불안이 밀려오고 있다.
예민한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걱정에 걱정을 얹으며 최악의 상황까지 상상하는 파국화라던데, 예민함이 하늘까지 솟아있는 내가 지금 딱 그렇다.
상담 쪽 일이 잡히지 않으면 디지털 튜터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하반기 디지털 튜터 공고는 아직도 올라오지 않았다.
‘디지털 튜터도 못하면 어떤 알바를 할 수 있을까?’ ‘이러다가 올해 하반기에는 돈을 아예 못 벌려나?‘라는 생각들이 불안이 더 활활 잘 타오르도록 땔감을 던지고 있다.
정신적 에너지가 깎여가는 상황에서 이사할 신혼집의 리모델링을 준비하기 위해 평일 주말 상관없이 편도 1시간 40분이 넘는 거리를 왔다 갔다 하고, 가전제품도 틈틈이 보러 다녔더니 체력마저도 바닥을 찍고 말았다.
몸도 마음도 지치니 앞날이 더욱더 캄캄해 보였다.
올해 초에 상담을 받았던 선생님에게 상담을 받아볼까 고민하다가 얼마 전에 신점을 보고 온 친구가 생각나 연락해서 후기를 물어봤다.
친구의 신점 후기는 미래를 점쳐주기보다는 인생상담을 받고 온 기분이 들었다고 했는데, 내가 바라는 건 불안의 멱살을 잡고 내 미래에 대해 말하도록 탈탈 터는 일이라 신점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하지만 상담을 받는다 해도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지금 밖에서 외식하는 비용도 짠순이처럼 아끼고 있는 나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선택을 하기로 했다.
불안해하며 일을 미루거나, 아니면 싫어도 묵묵히 해야 할 일들을 하거나.
전자는 체력이 덜 들기 때문에 더 달콤한 유혹 같지만, 결국은 불안에 먹혀 점점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할 때에도 큰 용기가 필요해질 것 같았다.
과거에 이미 그랬던 적이 꽤 있었기 때문에 의욕이 바닥났지만 후자를 선택하기로 했다.
그래도 억지로라도 운동도 하고 인스타툰도 그리고 하니 일상을 유지할 힘이 조금은 생겨난 것 같다.
역시 늘 시작이 제일 어렵다.
이 힘이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해야 할 일들이 밀리지 않도록 꾸준히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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