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 직업을 찾는 모험 ep.40
지난주에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면접을 보고 왔다.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안에서도 업무가 세분화되어 있는데 그중에 청소년들이 상담 외에도 필요한 지역기관과 연계할 수 있도록 돕는 분야에 지원했다.
사실 이 분야에 대해 아는 건 많이 없지만, 내담자에게 연계할 수 있는 지역기관에 대해 흥미가 있었고, 또 공고에 경력 관련 말이 별로 없어서 도전해 보기로 했다.
면접 전 날, 이상하게 이 면접은 가기 전부터 긴장이 많이 되었다.
사례 질문도 한다고 해서 그런가 뭔가 다른 곳보다 더 어려운 질문을 많이 할 것 같은 예상이 들었는데, 도대체 그게 뭔지 감이 안 잡혔다.
불안의 실체를 확인할 수 없으니 불안은 더욱 높아졌고,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졌는지 평소에 자주 앓던 식도염이 재발했다.
뭘 먹어도 소화가 잘 안 돼서 하루 종일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도망가면 나는 도망 후에 오는 평화에 익숙해져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또 도망가고 싶어 지겠지.
이미 과거에 숱하게 도망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쉽게 도망가는 습관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식도염 때문에 앉아도 누워도 서있어도 불편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보기로 했다.
드디어 면접 당일 날.
자기 전까지도 긴장감이 계속되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퀭한 얼굴과 함께 면접장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봤던 면접들은 보통은 인터뷰이가 한 명씩 들어갔어서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는데 웬걸, 두 명이 함께 들어가라고 해서 긴장감이 증폭되었다.
면접이 시작되기 전, 각자 사례가 적힌 종이를 받아 방에서 읽는 시간을 가졌다.
사례는 다행히 어렵지 않았다. 내용을 외워야 하나 싶어서 긴장했었는데 다행히 가지고 들어가라고 했다.
약속된 면접 시간이 되어 면접장에 들어서니 면접관 네 분 정도가 앉아계셨다.
면접은 자기소개부터 시작해서 지원한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어떤 사업을 하고 싶은지 세세한 질문들이 들어왔다.
하지만 나는 청소년 상담은 아예 처음이라 허를 찌르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할 수 없었고, 어쩔 수 없이 두리뭉실하게 답변을 했다.
내 옆에 앉은 분도 청소년 상담 경험은 있지만 지원한 분야에 대한 경험은 없으셔서 나와 함께 두리뭉실한 답변을 하셨다.
나는 사실 이때부터 긴장이 풀렸는데, 옆에 다른 인터뷰이처럼 청소년 상담 경험도 없고, 여기서 요구하는 지원 사업 분야에 대한 경험도 없어서 안 뽑힐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때부터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이나 하고 가자는 생각 하며 좀 더 여유 있게 답변을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긴장을 아예 안된 건 아니었다. 면접이 끝나고 면접장을 나서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던 걸 보면 꽤나 어려운 면접이었단 걸 알 수 있었다.
끝나고 나서 면접을 같이 본 분과 가는 길이 같아 대화를 나누면서 갔는데, 처음 본 사람과 이렇게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다니 나도 나이가 들면서 넉살이 조금은 늘었나 하는 생각에 괜히 뿌듯했다.
회사를 다니며 생긴 공백기 이후에 상담을 찍먹 하듯이 조금 시작하긴 했지만 프리랜서 상담이었기 때문에 같은 업계 사람들을 만날 일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이런 기회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면접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얘기를 하다가 지금까지 본 청소년 상담 관련 면접 중에 가장 어려웠다고 하셨는데 조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면접보다 어려운 곳이 많다면 절망적이었을 것 같은데, 미리 예방주사를 맞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막상 면접을 하고 보니 어제 면접을 상상하며 부들부들 떨며 긴장했던 것보다는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걱정했던 것처럼 이상한 답변을 해서 창피를 당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경력이 없다고 무시를 당하는 일도 없었다.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하는 습관을 고쳐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면접을 본 다음날 바로 결과가 나왔는데, 내가 예비합격자로 뽑혀 있었다!
합격한 것도 아닌데 뭐 그런 걸로 기뻐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청소년 상담 경험이 없는 내가 청소년 상담 경험이 없는 다른 후보자들을 제치고 혼자 예비합격자로 뽑혔다는 게 의미가 있었다.
그동안 면접에 가보지도 못하고 서류에서 떨어진 공고가 몇 개 인가. 이번에는 면접에도 뽑히고 합격 근처까지도 가봤다.
실낱같은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지난번에 지방에 가서 면접을 보고 온 공고도 예비합격자로 뽑혔었는데 이번에도 뽑히다니.
내가 그래도 긴장만 안 하면 면접을 잘 보는 편인가 보다.
이렇게 계속하다 보면 어딘가 합격하는 곳이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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