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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설공주 Jan 03. 2022

꽁치 굽다

묵고 살기 참 어렵다

꽁치를 샀다. 소금 뿌려서 냉장고에 넣었다.
생선 기중에도 등 푸른 생선을 좋아한다. 간고등어와 고갈비가 특히 그러한데 냄새가 문제다. 집안에서는 절대 안 된다. 이 녀석들 한번 먹고 나면 카펫과 커튼, 옷과 머리에 배인 냄새가 괴롭다. 며칠 정도는 약속도 일도 없는 날을 잡아야 한다. 이토록 수선을 피워야 하니 요즘은 잘 묵어지지가 않는다. 이 정도라면 그냥 지나쳐야 함에도 녀석들을 보면 마음이 흔들린다.

개라지에서 구울래도 머리에 수건 쓰고, 그 자리에서 묵고 얼른 들어와서 설거지 얼른 하고 옷도 갈아입고 그러는데... . 혼자 먹을 생각으로 개라지에서 가스버너를 펴다가 맘이 변했다. 마침 둘째도 집에 있으니 제대로 구워 먹자... , 그렇다면 숯불이다.
자... 그렇다면... 숯이 어데 갔나 하고 찾다가 결국은 남편을 찾았다.
"그거 혼자서 못하고 꼭 사람 불러야 되냐..." 구시렁거리면서도 횟집에서 먹었던 꽁치 맛을 보여주겠노라는 장담에 솔깃한 표정이었다. 지저분한 석쇠를 씻어다 주고, 겨우 불을 피우고, 석쇠에다 녀석들을 올렸더니 냄새가 끝내줬다.

구우면서 수저에다 그릇을 나르고 밥과 간장만의 단촐한 점심을 먹었다. 냉동꽁치를 해동한 녀석들이고 굽고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정작 맛도 느끼질 못하는 나는 고향에서 묵었던 지름기가 잘잘 흐르던 녀석들의 때깔이 어른거렸다. 남편과 작은애가 맛있네, 많이 먹어라, 횟집 기분 난다... 하는 타령들이 좋았다면 좋았다.
남은 불에 큰애가 하듯이 라면을 끓일까 하다가, 꽁치로 시작해서 꽁치로 갔다. 두어 마리를 김치찌개에 넣고 감자를 보태서 끓였다.

점심을 먹고 나니... 괴롭다. 이제부터 진짜 일이다. 피해 갈 수 없는 냄새라는 불청객 퇴치가 문제이다. 마당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실내에 오니 당장 냄새가 등천을 했다. 해병대의 모기가 워커를 뚫는다는데... 이 냄새도 방법이 없다. 얼른 씻고 옷 갈아 입고 설거지도 무엇하나 미룰 수가 없다. 이렇게 성화를 부렸음에도, 갈아입은 옷의 감촉에도 불구하고 코끝에는 냄새가 앵앵거리며 날아다니는 기분이다.

바람 부는 날, 주말도 아닌 수요일에 담장을 넘어간 꽁치구이 냄새에 이웃들의 반응이 맘에 씨인다. 옆집에서는 이상한 냄새만 풍긴다고 할지 입에 침이 고이게 했을지. 꽁치 굽는다고 처음 숯불을 피웠는데 자주 먹을 녀석들은 아니다.
빨래는 내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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