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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설공주 Aug 27. 2024

우리 교회 50살에

내 평생 세 곳의 교회

올해 우리 EPC 교회가 50살, 나는 21년 멤버가 되었다. 2003년 한겨울, 치치에 도착했던 첫 주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휴우... 엄청난 시간이었다.


내 평생 3곳의 교회를 출석했다.

첫 번째는 초등학교 2학년 봄, 다른 기억은 없는데 신기하게도 엄마하고 화창했던 봄날은 떠오른다. 한병기 목사님이 계실 때였을 것이고,  막연하나마 교회생활 시작이 훌륭하신 목사님과 그토록 밝고 따뜻함으로 떠올리는 것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기억은 스스로 만들고 짜깁고 끼워 맞추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서 하나님의 은혜와 그 싸인이 아닐까 한다.


두 번째는 결혼하고서 옮긴 남편이 출석하던  교회이다. 나의 모교회는 우리 집 포함 외가 쪽 식구들이 죄다 출석했던, 당시로서는 부산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던 초기의 대형교회였다. 결혼하면 보통은 남녀 불문하고 배우자가 딸려 오는 곳이었는데 나는 반대로 갔다.

이제사 말인데 그 교회가 좋다든가 하는 뭐 그런 거는 없었다. 그럼에도 이민 전까지 16년을 출석했고, 그때 친구들과 지금도 연락하고 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우리 집 대문에서 교회 마당까지 5분이 걸리지 않았다. 근본은 나의 부지런하지 못하고 게으름에 있겠지만, 신앙은 하나님과 나, 일대일의 관계임을 막연하나마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이 또한 은혜라는 한마디 외에는 설명이 안된다.


곡절 끝에 이민 와서 세 번째이자 내 인생 마지막 교회에 둥지를 틀었다. 먼저 이민 온 동생 가족 따라서 자동으로 시작되었다.

50년 교회 역사에서 두 한국 가정이 23년 21년 출석하고 있으니까 어쩌면 진기록일지도 모르겠다.  올드 멤버들로부터는 원주민 취급과 대접을 받고, 첨 보는 사람과 얘길 하다 보면 깜짝 놀라는 것은 덤이다. 그동안 많은 한국가정이 왔다 갔는데 언젠가부터는 처음 오는 한국  가정들은 격하게 환영을 하는 것도 우리 몫이 되었다.


그동안 이래저래 알게 된 지인들로부터 자기네 교회 오라는 꼬심과 은근한 압박 또는 부탁 등등... ,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느낌은 완전 보수파 내 체질이란 거다. '날 몰라? 그토록 날 몰라?'

주위에 가끔씩 보는 이웃들 중에 볼 때마다 교회가 달라진 분이 있다. 나름 속칭 좋은 교회를 찾는 모양인데 아서라 마서라, 이 세상에 좋은 교회는 없다. 교회의 최소 단위인 '나'가 엉망진창인데 확대 교회라고 무에 다르랴.

또 하나, 이건 반대의 경우인데 교회의 목회자 얘기이다. 불법과 탈법, 월권의 범위를 한참 넘겨 왔다갔다 하면서 온갖... . 한편에는 여전히 따르고 섬기면서 공범과 수수방관의 ... . 딱하기가 그지없다.


얼마 전 토욜에 우리 교회 50주년을 기념했다. 반세기 전 교회가 시작했을 때 10대 후반, 20대 초반이었던 청년들이 70대 전후의 중년을 넘어섰다.

교회 역사에서 50년 생일은 희년이라고 불리는데 최소 2년 전부터 준비했다.

세분의 전 목사님, 남북섬과 외국에 있는 멤버들이 초대되었다. 단 한 번이라도 출석했던 모든 이들, 연락 가능한 모든 이들께 통기를 했다. 몇몇 한국인 멤버들 연락처를 찾니라고 내게도 이멜이 왔다.


현재 멤버들을 구역별로 애피타이저, 샐러드, 메인, 디저트로 나눠서 할당이 되었다. 나는 로스트 샐러드 10인분을 만들었다. 초대받은 손님 외에 전교인, 대학생과 젊은 청년들도 다 같이 했다.


세분의 전 목사님들의 회고담이 좋았다. 학생 목사로 시작해서 처음 40년간 재직했던 앤드류 영과 제프 맥퍼슨, 러스티 밀턴 목사님의 회고담과 스피치는 색깔이 다 달랐다.

50년 전 창립멤버의 회고담, 리챠드 에어와 롭 밴 라야 장로님들이 짤막한 스피치와 기도가 이어졌는데 특히 롭이 울먹이면서 몇마다 하는데 나까지도 뭉클했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회심한 젊은 멤버에게 마이크가 갔고 중간중간 어린이들이 준비한 노래와 율동을 다 따라서 하니라고 앉았다 섰다....


모든 행사의 끝은 전교인의 찬송가 합창이 이어졌는데 평소의 그 곡들이 그날은 어찌 그다지도 감동스럽든지....


오래된 사진들을 보노라니 온갖 단상들이 줄을 이었는데, 요즘 많이 보이는 젊은이들 생각을 많이 했다. 이후 새로운 50년이 우리 교회에 허락될는지는 알 수 없고, 하나님의 은혜와 보호하심외에 더 바랄 것이 없기에, 다음 50년과 그를 더 넘어서 예수님이 다시 오시는 그날까지 지금처럼 변함없이, 지금의 젊은이들이 다음 50주년 기념식에서 오늘 우리 모습을 보면서 지난 100년을 회고하며 살아남아 주기만을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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