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산 Jan 20. 2023

순수성과 대의는 함께 간다

<하얼빈>김훈, 문학동네, 2022

왜 책 제목을 <하얼빈>이라 했을까? 작가의 문장 특징처럼 담백하고 냉철한 이미지를 유지했다. 역사장르에서 쉽게 범하는 왜곡이나 과장을 하지 않기 위한 장치다. 지명을 사용하며.  감정적인 국가주의와 애국주의로 빠지지 않고 서지 기록물의 사실을 바탕으로 소설을 이어간다. 감정의 과장이나 위장된 행동, 영웅시 하지 않는 담백한 글의 태도를 유지한다. 그래서 더 사실적이며 주인공과 함께하는 주변인물들의 절절함이 독자의 머리속에 맴돈다.  


이야기는 이토와 안중근 두 인물의 서사가 주를 이룬다. 1908년 1월부터 1910년 3월26일까지 두 인물의 사건과 주변인물인 가족들, 빌렘 신부 등의 동선, 말과 행동을 따라간다. 못다한 이야기, 소설이 감당하지 못한 일들은 후기에 기록했다. 이로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는 가족들의 시련과 박해, 가족들이 이토 기념관인 박문사에서 사과를 해야하는 과정까지 알 수 있었다. 하얼빈의 지리적 위치가 러시아와 중국, 한국이 만나는 삼거리 교차로 같은 위치다. 이토는 러일전쟁 승리의 전리품처럼 하얼빈 역을 순방하며 러시아인들에게 호감을 주려했고, 안중근은 의병전쟁에서 포로를 풀어주고 더 큰 피해를 입은 상황을 겪으며, 집단보다는 일대일로 접근하는 의혈투쟁으로 돌아서지 않았을까.        


" 포수, 무직, 담배팔이, 이 세 단어의 순수성이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등대처럼 나를 인도해주었다." 고 작가는 말했다. 이런 삼십대 청년의 순수성이 아이러니하게도 대의를 더욱 격렬하게 일으켜준다. 역사적 기록으로 남은 공판기록과 신문 속 짧은 답변들이 오히려  나라를 위한 대의와 함께 하며 에너지가 더욱 커졌다.  


"공부할 때, 시계를 책상 앞에 놓아라. 짐이 내리는 시간이다. 이토는 메이지가 이은에게 주는 시계를 보면서 흠칫 놀랐다.(중략) 이토는 시간이 제국의 공적 재산이라는 인식을 조선 사대부들에게 심어 넣으려 했으나, 시간의 공공성을 이해시킬 길이 없었다. 이토 자신이 설명의 언어를 갖추지 못하기도 했지만 시간을 계량하고 시간을 사적 내밀성의 영역에서 끌어내 공적 질서 안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문명개화의 입구라고." 이렇듯 이미 일본은 침략 야욕은 분명했다. 더구나 일본이 내세운 문명개화의 탈을 쓴 약육강식적인 이론과 주변국의 개별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동양평화론은 이 순수성으로 대항한다.  


작가 전 작품인 '남한산성'처럼 두 대립인물의 심리 묘사와 행동의 원인을 잘 드러낸 글이다. '칼의 노래'이어 '총의 노래'를 썼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담지 않고 후반부는 자료로 남은 역사적인 사실을 나열하며 마무리했다. 이는 다음 또다른 출판을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2022년 연말에 개봉한 '영웅'뮤지컬 영화와 함께 보면 이해와 감동이 더 커질 수 있다. 한국 근대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사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추천할 작품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