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갑을 관계는 대체 언제쯤 끝날까요?
영어 신조어 사전에 갑질은 “gapjil”로 등재되어 있는 것을 아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없어지지 않은 문화 중 하나인 거 같다. 필자가 글을 쓰는 지금으로부터 두 시간 전인 자정이 넘은 12:20분에 클라이언트에게도부터 전화가 왔다. 오늘은 금요일 밤 12시 20분인데도 불구하고 수정해서 금요일 오전에 달라는 연락이다 벌써 수정만 세 번째다 게다가 다른 업체와 비딩을 시키며 견적을 깎고 또한 계속 수정을 요구한다. 애초에 어느 정도 금액을 쓴다고 정했으면 괜찮을 일을 최저최저 금액을 향하여 디자인을 계속 제외시키며 수정 중이다. 나는 이 일을 처음에 거절했지만 지인의 부탁으로 하고 또 하고 있다. 넓게 보면 나도 고객이고 꽤 유명브랜드인데 유명브랜드이기 때문에 거기서 나오는 일을 조금이라도 받으려고 다들 잘 보이려고 애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소위 갑질이 행해지는 거다. 나에게 선택권이 있다고 생각하니 자기 마음대로 하는 거다. 법적 제재도 없고 법적 제재가 있다한들 방법도 입증도 힘들다. 여성이 주 소비층인 브랜드에서도 이런 식이라니 오늘의 근로자가 내일의 소비자가 된단 인식은 없는 것 같다.
우리 업계는 일을 시킬 때 현설이라는 것을 한다. 현설은 현장 설명회라고 하여 프로젝트의 내용이나 금액 등을 오픈하여 책정한다. 그러나 그게 정당하게 잘 굴러가는 경우는 잘 없다. 나는 내가 현설자료를 만드는 갑회사에 다닌 적도 을의 회사에 다닌 적도 있다 어느 쪽도 거기에 자유롭지 못한다. 한국은 경쟁은 늘 좋은 결과를 낸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제살 깎아먹기 사람은 갈려나간다. 한국사회에서 출생률이 떨어지는 것은 이러한 문제도 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업에서 행해지는 갑질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고 훨씬 복잡한다. 주로 두 가지의 이유로 나오는데 하나는 대표가 남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이 본인이 위치를 매우 잘 알고 행해지는 행위, 하나는 대표는 그 정도까지 생각이 없거나 별 생각이 없는데 그 사람 밑에 있는 임원들의 세력싸움 때문이다.
스웨덴에서는 대표에게 보고하는 보고서는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A라는 프로젝트를 해야 하면 A를 위한 일만 하면 된다. 하지만 한국에서 일하면 이건 이사님 보고용 이건 대표님 보고용처럼 필요하지 않은 일을 두 번 세 번 해야 한다. 대표님이 보기 위해서 당장 쓰지 않을 실제로 공사에 쓰이지도 않은 그럴싸한 시뮬레이션인 3D를 해야 한다던지 PPT를 해야 한다던지 그런 것들 말이다. 그래서 프로젝트와 상관없는 일들을 두 개 세 개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야근을 해야 한다. 더 나은 공사를 더 나은 완성도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보내고 공사를 하는 시간을 줄여가며 쓸데없는데 시간을 보낸다. 이런 일을 디자인을 하는 때만 이뤄지지 않는다. 오늘 해야 하는 중요한 공정이 있어도 오늘은 본부장님이 방문하니까 오늘은 누가 방문하니까 그 공정을 미루고 다른 일을 하고 보여주기 식의 일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본질은 흐려지고 중요한 것은 대충 넘어간다. 그러다 보니 이 정도 인당 GDP를 내도 현장에서 사람이 사고로 죽어가고 부실공사로 건물이 무너지고 물이 샌다.
우리 업계는 소위 양아치 업계 깡패 같은 새끼들로 유명하다 변명 섞인 이야길 하자면 누가 깡패로 만들었나. 한국에선 디자인에 대한 인건비도 작업자에 대한 인건비도 수고도 감리비는 생각도 없이 원재료의 원가만 들며 깎으려 든다. 게다가 공사기간과 상황은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빨리빨리를 외친다. 그리고 하자가 많다고 욕한다. 뉴욕이나 스톡홀름에 비해서 공사비는 1/3이나 1/5 정도로 저렴하다 물론 그곳 작업자들의 인건비를 고려하더라도 부족하다 이렇게 부족한 부분은 거기서 공사하는 사람들의 화장실을 없애고 안정장치를 없애며 당신의 눈으로 발견할 수 없는 곳의 설비의 하자를 낳는다. 물론 많이 줘도 많이 사기 치는 나쁜 놈들도 많은 것을 나는 동의한다. 하지만 직업에 대한 귀천과 돈을 주면 무엇이든 된다는 갑질을 바탕으로 한 태도가 모든 오류를 낳는다.
그리고 그렇게 갑질을 당한 사람들 또한 다른 곳에 가서 자기보다 더 약한 사람들에게 갑질을 한다. 5년 만에 한국에 돌아와서 산지 2년인데 한국은 발전하였다고 해도 여전히 사회에 뿌리 깊은 병폐들은 그대로 있다. 개선되지 않은 채로 말이다. 요새는 갑질을 넘어 약자를 무시하고 혐오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드라마에서 하도 힘이 논리라고 한 탓인지 물질 만능주의 탓인지 모든 금액에 대한 대가에 인격말살까지 포함될 때도 많다.
문제가 개선되러면 문제인식이 먼저인데 우리 정도면 어때서 라던지 우리보다 더 잘 사는 나라들의 병폐를 끌어오며 이거보다 우리가 낫다고 두둔하는 사람도 많다. 남의 나라 헐뜯고 우리는 이거보다 낫다면 내 삶이 조금은 더 나아지던가 남이 어떠하든 우리 나름대로 좋은 삶으로 발전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은가 이 갑질문화로 인하여 사람들은 자기 자리를 잃고 싶어 하지 않고 실패가 두려워 도전을 피하거나 더 잔인하게 자기 자리를 보전하려 한다 게다가 저 갑질은 남녀노소 학력의 높낮이도 가리지 않고 모두가 한다. 대체 언제쯤이면 이런 일이 사라질까 아직도 사람을 쥐어짜면 어떻게든 된다는 의식이 사라지지 않은 한 힘들지 않을까 싶다. 스웨덴도 고달프지만 나는 자국민인데 한국의 삶도 녹록지가 않다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