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러워
방문을 닫고 삽니다. 집에 고양이가 여러 마리 사는데, 얘네들이 자꾸 제 방에만 오줌을 싸서요. 고양이들을 사랑하지만 얘네들이 침대에 뿌려놓은 오줌은 도저히 사랑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화장실에서만 오줌을 싸는 호야만은 예외입니다. 호야는 엄마 고양이이지만 키가 제일 작고 아주 시니컬합니다. 얼굴을 쳐다보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뭘 봐."하고 말할 것 같아요. 어릴 땐 세상 까불이였는데 크면서 자식을 여러 마리 낳고 나니 뭐든 다 귀찮다는 듯이 굽니다.
호야는 다른 고양이들에 비해서 거의 울지도 않습니다. 필요한 게 있어도 조용히 와서 줄 때까지 버티고 있는 스타일입니다. 다른 애들은 간식 달라고 냥냥 거릴 때 혼자 창가에 앉아서 밖을 바라보며 고독을 즐깁니다. (그럼 아빠가 간식을 호야 앞까지 배달해줍니다. 냥팔자 상팔자)
호야는 제 방에서 자는 걸 좋아합니다. 방 밖에서는 자식들이 자꾸 엉겨 붙거든요. 호야가 식빵 구우며 쉬고 있는데 굳이 와서 머리를 들이밀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을 때도 굳이 굳이 핥아줍니다. 그러다가 한 대 얻어 맞고 나서도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애들이 얼마나 귀찮겠어요.
애들한테 시달리고 나서 혼자 있고 싶어질 때면 제 방문 앞에 와서 앉습니다. 문을 열어달라는 거예요. 문 열어달라고 "야옹" 한 번 하면 될 걸, 열어줄 때까지 잠자코 앉아있습니다.
제가 방 안에 있을 때는 앉아있는 호야를 볼 수 없으니, 우는 대신 방문을 박박 긁습니다. 한 30초 정도 긁어도 제가 열어주지 않으면 포기하고 대충 스크래처 위에서 잡니다.
문을 열어주면 잽싸게 들어와서 우선 방을 한 번 탐색합니다. 새로운 물건이 있으면 코를 킁킁대고 냄새를 맡습니다. 탐색이 끝나면 침대에 올라가서 식빵을 굽습니다.
한참 식빵을 굽다가 본격적으로 자고 싶어 지면 이불로 파고 들어갑니다. 호야는 주로 이불속에서 잡니다. 겨울이라 이불이 두꺼운데 숨 막히지 않을지 걱정되지만 늘 잘만 자서 내버려 둡니다. 아주 어릴 때는 머리맡에서 잤었는데 크고 나서는 사람 다리 사이에서 잡니다. 제가 뒤척이다가 호야를 조금 건들면 "깨객개개객"하고 성질을 부립니다. 보통 고양이들은 사람한테 말할 때는 "애-옹" 또는 "먀" 하고 우는데 그 정도의 성의도 보이기 귀찮은 모양입니다.
호야는 저보다 먼저 잠들어서 저보다 먼저 일어납니다. 주로 새벽 5시쯤 일어나는 것 같아요. 방 밖으로 나가서 밥도 먹고 화장실도 가려면 저를 깨워야 하는데, 깨우는 방법이 너무 귀엽습니다. 오죽 귀여웠으면 글까지 쓰고 있겠어요.
우선 느릿느릿 이불 밖으로 나옵니다. 그러고 나서 코를 제 얼굴에 갖다 댑니다. 그러면 자고 있던 저는 축축한 코와 간지러운 수염 때문에 잠에서 깹니다. 얼굴 옆에 있는 호야를 봅니다. "나갈래?" 하고 물어도 호야는 대답을 안 하고 조용히 쳐다만 보고 있습니다.
제가 깬 것 같으면 침대 아래로 폴짝 내려가서 방문 앞에 앉습니다. 그럼 저는 방문을 열어주고, 호야는 유유히 밖으로 나갑니다. 호야가 나가자마자 방문을 닫고 누우면 곧 와그작 와그작 사료 먹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잠에 쉽게 들지 못하는 저는 한 두어 시간 정도 잠 못 들어 괴로워하다가 해 뜨면 겨우 잡니다. 오늘도 새벽 3시에 깼다가 5시에 잠들었어요. 고맙다 호야. 덕분에 장 오픈 시간 전에 잠드는 바람에 못 샀던 미국 주식 샀단다. 많이 벌어서 마당 있는 집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