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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머 Jul 27. 2022

미래의 나야, 일 때려치우고 싶을 땐 이 글을 보렴

네가 돈이 없을 때 얼마나 궁상맞았는지...

 '해볼 만하겠는데?'하고 들어갔던 회사를 여러 가지 이유로 그만두고 그동안 모아둔 돈을 탈탈 털어 여행을 다녀왔다. 놀 땐 좋았는데 다 놀고 돌아오니 돈이 없다. 


 사정을 아는 친한 사람들은 자신이 쩔해주겠다며 만나면 밥을 사준다. 돈이 없다고 징징대는 나를 놀리고 또 위로해 준다. (증말 잘해줘야지...) 남자 친구는 밥도 사주고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놀아주고 장 봐서 요리도 해준다. 식충이가 된 나는 카드를 턱턱 내밀던 지난날의 내가 그립다. 


 오늘은 집에 있던 동전을 털었다. 당장 다음 주에 취직한다고 해도 월급은 다다음 달에야 나올 텐데, 그때까지 버틸 생활비가 없다. 500원짜리 동전 아홉 개를 주머니에 넣고 짤랑거리며 편의점에 갔다. 도시락 하나에 4,700원. 200원이 모자라다. 삼각김밥 세 개를 사서 계산하고 나왔다. 


 두 손으로 삼각김밥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돈이 없다는 건 뭘까. 직접 생활비를 벌기 전엔 집에서 용돈을 받았는데 힘들게 일하는 엄마한테 돈 달라는 말을 잘 못 했었다. 


 대학생이 되고 알바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기 시작했다. 그래 봤자 한 달에 몇십만 원 정도였지만 엄마한테 돈 달라고 안 해도 돼서 너무 좋았다. 야금야금 모아서 야금야금 썼다. 


 졸업을 하고 들어갔던 첫 직장에서 월급을 생각보다 많이 받았다. 차도 끌고 저금도 하고 주식도 했다. 퇴사하고서는 연봉을 낮춰서 이직했는데, 차를 팔았기 때문에 유지비가 덜 들어서 생활비를 굳이 줄이지 않아도 됐다. 먹고 싶은 거 먹고 가고 싶은 데 가고 놀고 싶을 때 놀면서 배부르게 지냈다. 


 그리고 이제 다시 거지가 된 것이다. 


 사실 진짜 뻔뻔스럽게 굴면, 그냥 엄마 집에 얹혀살면서 엄마가 해주는 밥 먹으면서 돈 안 들이고 살 수 있다. 사람들 안 만나면 돈 쓸 일이 거의 없으니까. 10만원으로 한 달도 살 수 있을 거다. 아 못 사는구나. 어쨌든. 


 그리고 스스로를 식충이라 생각하는 것도,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나 역시 내 애인과 친구들이 돈이 없을 땐 내가 사줄 수 있다고 좋아할 테니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돈 쓰는 건 아깝지 않으니까. 


 그런데 그걸 못 하겠더라. 몇 년 돈 벌어봤다고 관성이 생겼나 보다. 데이트도 하고 싶고 친구들 맛있는 것도 사 먹이고 싶고 엄마 운동 회원권도 끊어주고 싶다. 


 한창 회사에서 스트레스받을 땐, 일 쉬면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절대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시간이 많아지면 나는 행복한 게 아니라 그 많은 시간 동안 불안해한다.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지. 이러다 파산하면. 사람들 앞에서 작아지는 것도 너무 싫고. 


 그래서 다시 월급쟁이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력서를 쓰고 돌린다. 면접관 앞에 나를 내놓는다. 면접을 보고 돌아오는 길은 늘 괴롭다. 하지만 서류부터 탈락시키는 수많은 회사들 가운데 그래도 서류 붙여주고 회사에 불러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기도 하다. 


 어디에서 누구와 무슨 일을 하든 나는 분명 힘들어할 거다. 원체 예민하고 체력도 달리니까. 그래도 이 글 보면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길. 힘들면 코인노래방 가서 노래도 하고 땀 뻘뻘 흘리며 운동도 하면서. 스스로를 먹여 살린다는 게 얼마나 대견하고 장한 일인지 깨닫고 칭찬도 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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