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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해의 취미생활 Jun 22. 2022

질문 없으면 망한다, 대한민국

공학자가 질문의 힘을 말하다 - <최초의 질문>, 이정동

# 무슨 질문을 하는가?


일론 머스크는 시대를 선도한다. 그는 자율주행차, 전기차 산업의 선구자다. 재활용 로켓이라는 혁신적 아이디어로 우주 산업을 이끈다.


일론 머스크는 어떻게 성공했을까? 그는 똑똑하고, 열정적이고, 매력적이다. 그렇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가 가졌던 '질문' 아닐까?


"왜 꼭 석유 자동차를 사람이 운전해야 하는걸까? 왜 로켓은 재활용이 안될까?"


물음표는 방향성이다. 느낌표는 해결책이다. 그래서 물음표가 중요하다. 느낌표만 던지면, 남의 숙제만 한다. 물음표를 던질 수 있어야,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다.


물음표에 관한 책을 읽었다. 서울대학교 이정동 교수가 쓴 <최초의 질문>이다. 저자의 저서 <축적의 시간>, <축적의 길>을 정말 재밌게 읽었다. 저자 이름만 보고 바로 구매했다. 역시나 감명깊었다.



이 책은 말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질문이 간절하다. 혁신적이고 파괴적인 질문이 없다면 더 나아갈 수 없다."




# 추격자에서 질문자로


* 박스 안은 인용구


2000년대에 한국은 개량 기술을 넘어 자체 기술 단계에 진입했다. 선진국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 기술력과 제품 생산력을 갖춘 것이다. 반도체는 이미 오래전에 세계를 선도하는 단계에 들어섰고, 배터리, 자동차, 조선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2019년의 선박 설계도 수출 계약도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1971년에 영국 회사의 설계 도면을 받아 처음으로 유조선이라는 것을 만들어 보겠다고 나서고 반세기 만에 설계도를 주는 단계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전세계에 이렇게 대형 선박 설계도를 수출할 수 있는 나라는 한 손으로 꼽을 정도밖에 안 된다


우리나라는 기술 선진국을 엄청나게 빠르게 추격했다. 그리고 산업화에 성공했다. 이런 나라 찾기 힘들다.


반세기 전, 전쟁을 겪고 아무것도 없었다. 반세기 후, 우리나라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 철강, 화학, 자동차, 섬유, 2차전지 등 핵심 제조 산업의 선도자가 됐다. 끝이 아니다.


문화 산업도 잘 나간다. BTS, 오징어 게임 등 '한국적 재미'로 세계인의 지갑을 열고 있다. BTS 소속사인 하이브 매출액의 75%가 해외에서 나온다.



이 시점에서 저자는 말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남을 추격해왔다. 잘 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선도해야 한다. 뭔가가 달라져야 한다고


한국이 진정한 기술 선진국이 되려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상대적 기술의 틀을 넘어 스스로 게임의 룰을 제시하며 '전세계에 새로운' 기술로 나아가야 한다.

이 절대적 기술의 단계에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답이 없고 질문과 시행착오만 가득하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게임의 룰'을 제시해야 한다. 남 따라가는 건 끝났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 추격 대상은 없다. 우리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오답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정답을 찾아가야 한다.   


메모리 반도체, LNG 선박, OLED, 2차전지, 우리가 1등이다. 누군가는 우리를 카피하고, 추격한다. 우리는? 1등을 유지하는 방식을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질문이 필요한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질문을 해결해 나가야만, 먹거리가 계속 생긴다. 세계 1등은 다들 그런다.


저자는 일론 머스크 사례를 든다.


2002년 당시 31세의 기업가 머스크가 단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1단 로켓을 다시 쓰면 어떨까?"

당시 로켓 발사에 관한 상식은 1단 로켓을 바다에 떨어트리고 회수해서 버리는 것이었다.

스페이스X의 질문도 진화했다. "위성을 싸게 올릴 수 있다면, 지구 궤도상에 수많은 위성을 뿌려서 오지까지 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스타링크 사업의 기초가 된 질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질문했고, 성공했다. 재활용 로켓도 우주에 쐈다. 인터넷 사업도 하고 있다. 실제로 스페이스X는 전쟁을 겪고있는 우크라이나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페이스X는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스타트업이 됐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질문이 간절하다. 추격도 중요하지만, 이제 질문을 던져야 하는 분야도 있다. 우리가 새로운 길을 만들고, 뚫어 나가야 한다. 그냥 되는건 아니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필요하다. 저자는 좋은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복지가 튼튼해야 한다. 교육의 기회도 풍부해야 한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기업가 정신도 존중받아야 한다. 질문을 실험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제조-기술 역량도 필수적이다. 실험에 필요한 금융 지원도 당연하다.


일론 머스크는 미국 정부의 자금과 제도적 지원, 실리콘 밸리의 금융과 인재 등이 있었기에 이름을 떨치게 됐다. 좋은 사람만으로는 쉽지 않다. 좋은 환경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가 되어야 한다.


저자는 자신이 꿈꾸는 '질문의 나라'를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각자 고유한 재능이 무엇인지 평생 언제든 시험해 볼 수 있는 교육과 학습의 기회가 풍부한 나라, 자신의 역량을 스케일업할 수 있게 국가적으로 공유하는 지식과 경험의 인프라가 든든한 나라, 과학자와 기업가로서 무모해 보이는 꿈이라도 두려움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나라, 실패했어도 다시 시도하는 재도전의 기회가 있는 나라,

그래서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꿈과 야망을 품고 시험하며 도전하는 분위기가 충만한 나라가 기술 선진국으로서 한국의 꿈이다.





# 지금 10대들은?


청소년은 미래다. 10년, 20년 후면 이 세대들이 사회에 나온다. 일론 머스크는 30대에 로켓 날리기로 마음 먹었다.


이 세대가 '최초의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래야 지금보다 더 잘 살 수 있다. 그런데 이 세대를 길러내는 방식이 과거와 비슷해 보인다.   


나는 2000년대 후반에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돌이켜 보면, 그 당시 우리나라는 '추격자'에서 '질문자'로 넘어가는 과도기였던 거 같다. 나는 '추격자 대한민국'의 교육 방식에서 자라났다.


자율성보다는 규칙이었다. 물음표보다는 정답이었다. 문제를 내는것보다 문제를 푸는것만 했다. 물론 그때는 그게 중요하다. 그렇지만, 가끔은 물음표와 쉼표도 적절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게 없었다.


여전한 거 같다. 시험 잘보고, 좋은 대학가고, 좋은 스펙쌓고, 좋은 직장가고. 사람들은 가둬두고, 선생과 교수의 말만 잘 듣게 한다. 타인 시각을 잘 따르는 인재를 많이 키워낸다.


추격할 때는 이게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제 '질문'이 필요한 시기다. 교실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학생부, 내신, 수능으로 학생들을 일일이 기록하고 평가하는 거. 이제 그거 아닌거 같은데.




# 나는 질문하고 사는가?


사실 남 얘기할 때가 아니다. 나부터 문제다. 언제부터인가 질문이 없다. 허겁지겁 답만 찾는다. 그것도 쉽지 않다. 회사 생활이라는게, 질문으로 당장 바뀌는 것도 크게 없다.


그렇지만 마음으로는 알고 있다. 나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답을 찾는 과정에서, 더 나은 정책, 제도, 사업의 씨앗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비록 실무자지만, 그래도 '가능성'이라는 걸 만들어낼 수 있다.


애써 외면했다. 반성했다. 질문 좀 하고 살아야겠다.


이 책은 '질문'이라는 시각에서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의 역사를 조망하고,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처방한다. 내가 여기에 담지 못하는 역사와 진단, 그리고 처방이 풍부하다.


경제와 사회에 관심이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정말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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