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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해의 취미생활 Nov 14. 2022

사람 때문에 어려워진 중국

스콧 로젤, 내털리 헬 - <보이지 않는 중국>

# 결국 사람이 다 한다


중국은 강대국이 됐다. 풍부한 노동력, 넓은 내수시장이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많은 사람'이 중국을 강대국으로 만들었다. 중국 인구는 14억명에 달한다. 전세계 인구의 18%를 차지한다.


그런데 중국 전문가로 40년간 활동해온 스탠포드 대학의 스콧 로젤과 작가인 내털리 헬은 그들의 저서 '보이지 않는 중국'에서 중국의 성장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핵심 원인으로 '사람'을 지목한다.



의문을 들었다.


중국 성장의 원천은 '사람' 아닌가? 그런데 왜 사람 때문에 한계에 직면했을까?


꽤나 흥미로운 주제였다. 책을 사서 읽어봤고, 수긍이 됐다.




# 보이지 않는 중국


 * 괄호 안은 인용구


중국은 그간 저임금-저기술 기반 제조업을 지배하면서 경제력을 신장시켰다. 지난 2000년도는 누가 뭐라해도 'Made in China'의 시대였다.


중국은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그 어떤 나라보다 값싼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했다. 나이키 신발부터 최신 아이폰까지, 모두가 중국의 저렴한 임금을 활용했다.


그 결과, 중국은 2000년대에 10%대에 달하는 GDP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아무리 풍부해도, 자꾸 쓰면 고갈된다. 중국은 더 이상 저임금 노동력을 대량 동원할 수 없다.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하는 노동자 옛날처럼 많지 않다. 평균 임금은 상승했다.


이전처럼 저임금-저기술 기반 제조업으로는 성장할 수 없다. 방글라데시, 베트남은 중국보다 더 저렴한 임금으로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은 미국과 경쟁한다. 반도체, AI, 전기차, 배터리, 드론 등 고부가가치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


만약 중국이 안정된 고임금 고소득 국가로 탈바꿈하고 싶다면, 더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획일화되지 않은 일을 해낼 수 있는 노동력이 필요할 것이다.

국내외 새로운 고용주들은 비판적으로 글을 읽고, 기초적인 수학을 할 수 있으며, 세심한 논리적 결정을 내리고, 컴퓨터를 사용하며, 영어를 할 줄 아는 노동자를 원할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고부가가치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이능숙하게 감당하는 '인적 자본'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노동자는 과거보다 '더 많이 생각해야' 하고, '새로운 것을 더 빠르게 배워야' 하고, '더 글로벌해져야' 한다. 노동자의 경쟁력이 전제되어야 회사도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다. 바보로 구성된 회사에서는 바보같은 결과만 나다.


반도체, AI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고등교육을 이수한 똑똑한 인재가 요구된다. 이런 인력이 풍부해야 기업들이 인력난을 겪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언제든 사람을 충원할 수 있다.


중국은 여기서 문제에 직면한다.


2015년 국가 인구조사 데이터를 보면, 중국의 노동인구 가운데 12.5%만이 대학 교육을 받았다. 중국 정도 성장을 이룬 다른 국가보다 낮은 수치이며, 심지어 훨씬 가난한 나라들보다도 낮다. 중국은 대학 교육 성과에서 아주 후순위에 속한다.

2015년 정밀한 조사를 보면, 현재 중국의 노동인구 중 30%만이 고등학교 이상 교육을 받았다.


저자에 따르면 중국 노동력수준이 낮다. 저자는 충격적인 통계를 보여준다.



중국은 경쟁국 대비 대학, 고등학교 교육을 받은 노동력의 비율이 현저히 낮다. 꼴지수준이다. 남아공, 브라질, 아르헨티나, 말레이시아, 터키 노동자의 일반적인 교육 수준이 중국보다 더 양호하다.


저자는 이 통계를 제시하며 중국은 혁신 제조업 성장에 필요한 인적 자원이 부족하다고 언급한다.


그간 언론을 통해 중국 공과대학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수만명의 공학 박사가 배출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 엘리트 계층은 그렇지만, 일반적인 중국 노동자의 교육 수준은 처참할 정도로 낮다.


한 단계 더 나아가보면, 도시와 농촌의 격차가 더욱 극심하다.


중국의 인구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도시 노동력(25-64)의 고등학교 취학률은 2010년에 44%였는데, 이는 농촌 지역 같은 연령대의 비율(11%)보다 4배나 높았다.

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모든 공공 서비스가 후커우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주한 노동자 부모들 대부분은 그들의 아이들이 시골에 살면서 공립 학교에 다니도록 친척들에게 맡기거나 그들과 함께 도시에 살지만 교육의 질이 낮고 임시 인가만 받은 이주 아동을 위한 사립학교에 보내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저자에 따르면 도시 노동력의 고등학교 취학률은 2010년 기준 44%인데 반해, 농촌 지역은 11%인 점을 지적한다. 같은 나라에서 이럴수가 있나?


우리나라도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격차가 사회 문제라고 인식된다. 그럼에도 이 정도 통계는 아니다. 농촌에서 태어났다고 고등학교도 제대로 못 간면, 우리나라에서 어떤 말이 나올까?


저자는 후커우 제도를 근본 원인으로 지목한다. 후커우는 중국의 호적 제도다. 농촌 호적은 농촌 서비스만, 도시 호적은 도시의 서비스만을 받을 수 있다. 농촌은 도시 대비 교육과 의료 서비스의 질이 매우 낮다. 그러니 농촌 출신 아이들의 교육 수준은 낮다는 거다.


지금의 교육체계로는 '사람'을 길러내기 어렵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사람을 길러내기 어려우면 중국의 성장도 둔화된다.


중국의 성장 둔화는 어떠한 파급효과를 야기할까?


글로벌 경기 불황 우려된다. 당연하다. 전세계 GDP 중 중국 비중은 '18년 기준 16.3%다. 중국 인민들이 성장 둔화로 아이폰을 옛날만큼 구입을 안 한다면? 애플도 어렵지만, LG 이노텍, 삼성 디스플레이, 모두가 어려워진다.




정통성의 기둥 중 하나인 지속적이고 빠른 경제성장이 돌이킬 수 없게 무너진 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언론인 하워드 프렌치는 중국공산당이 더 많은 애국주의 열정을 부추기는 것 말고는 정통성을 강화할 다른 방법이 없다고 느낄 것으로 예상한다


게다가 중국 공산당의 강압적인 통치 정당성도 사라진다. 중국 인민들은 경제 불안정에 따라 목소리를 더 크게 낼 거다. 공산당은 민족주의 감정을 자극하여 인민들의 관심을 외부로 돌린다. 이렇게 되면 대만, 일본, 한국과의 갈등은 더욱 가시화될 거다.


저자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진단한 후, 중국 노동자의 역량 향상을 위해 필요한 처방들을 제시한다. 교육 제도 개선, 후커우 제도 개혁, 영아기 시절부터의 보육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들을 나열한다.




# 우리나라


(1)

우리나라 상황에도 시의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는 관광자원도, 천연자원도 없다.


우리는 그저 사람 '몸뚱아리' 하나로 여기까지 온 나라다. 중국과는 다른 의미로, 한국도 '사람' 덕택에 성장했다. 그런 나라인데, 세계 최저의 저출생 국가가 되면서 사람이 사라진다.


출생률 올리는게 쉬울까? 글쎄다. '사람 수'는 별개로 하고, '사람 역량'의 탁월함을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편적인 시민의 교육 수준, 의식 수준, 윤리 수준이 뛰어난 나라. 그게 해법 아닐까.


평소 우리나라 교육열을 삐딱한 시선으로 봤다. 교육의 공급 과잉 상태가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교육'이 한국의 장기적인 존망을 가를 핵심 요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이 원하면 언제든, 원하는 만큼, 돈 걱정없이 배우면서 자기계발하는 사회를 조성해야 한다.


(2)

저자는 중국 농촌 영유아를 언급하며 영유아 시기 부모의 육아 격차가 뇌의 구조와 형성에 파급효과를 미친다고 말한다. 어떤 아이는 부모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고, 의사소통 하며, 재밌게 논다. 어떤 아이는 그렇지 못하다. 전자의 아이가 장래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  


동의한다. 부모의 관심, 교육, 경제 수준에 따라 아이들이 누리는 교육적 수혜는 그 누구도 없앨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도 정기적으로 독서, 영화, 음악, 영등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국가가 제공하면 어떨까?


우리나라는 사람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사람의 잠재력을 끌어내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끝이다. 사람말고 아무것도 없는 나라다, 이 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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