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미련을 접은 것이라고 본다.
우리에게 ‘익숙한 북한’이 그 과격한 언사와 별개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끊임없이 모색해왔다면, ‘새로운 북한’은 이를 내려놓고 국가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안보, 특히 군비증강에 올인하다시피 한 정부였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런 안보 강박, 다시 말해 첨단무기 도입과 군사력 증강에 집착하면서 정작 북한더러 핵포기를 요구하는 ‘내로남불’ 행보가 북한을 질리게 만들었다
이 책에서는 얄타체제를 좀 더 넓은 의미로서, 요컨대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2차 세계대전 전후 국가간체계 질서의 틀로 이해하고자 한다.
또한 동아시아의 샌프란시스코 체제와 ‘제3세계의 저항’ 그리고 그에 대한 강대국 대응의 과정까지도 얄타체제의 틀 속에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이렇듯 광범하게 규정할 때만, 2차 세계대전 종전 질서로서의 얄타체제를 미국 헤게모니 하의 새로운 국가간체계의 틀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새로운 다자주의적 질서 속에서 강대국들은 유엔 안보리를 장악해 상호적 제약 아래 강대국 상호 간의 전쟁과 영토주의적 확장을 억제하였으며, 또한 이 질서를 통해 신생 독립국들이 ‘발전’하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요한 이유는 이 넓은 의미의 얄타체제가 본격적으로 해체되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에서 대만 위기가 군사적 점령이라는 길을 향해 나아가면, 한국전쟁 종전 이후 특히 한중 수교 이후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 사실상 포기되면서 한반도 핵위기가 중국 문제 해결에 있어 하나의 우호적 외적 조건이라는 변수로 바뀔 수 있다.
중국이 대만의 군사적 점령을 실제로 시도한다면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도발이 동시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시작된 세계질서의 동요가 대만 위기를 거쳐 한반도 핵위기로 직접 이어질 수 있는 ‘위기의 연쇄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