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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만 Jul 14. 2020

부자로 살기로 했다

돈의 속성 by 김승호



"책은 어떻게 골라?"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아마 '책은 읽고 싶은데 무슨 책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겠어'라는 뜻일 것이다. 답을 하자면 나는 '관심'가는 책을 고른다. 그런 책으로 독서를 시작하면 된다. 사람들에게 추천받아 읽는 책도 있지만 나의 경우 대부분은 읽던 책이 마음에 들어 그 작가의 책을 모두 구해 읽는다든지 그 주제, 혹은 의문 나는 점과 관련된 사항의 책들을 찾아 읽는 식이다. 어떤 경로로 책을 읽게 되었는지와 상관없이 내가 믿는 것이 하나 있다. 내게 꼭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책이 나에게 온다는 믿음.

이십 대 때는 주로 철학책과 정치학 서적을 읽었다. 삼십 대가 된 나는 자기 계발서(라고 분류된 책)와 경제 서적을 읽고 있다. 내가 읽는 경제 서적이란 돈에 관한 것이지만 결국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자기 계발서(라고 분류된 책)라고도 볼 수 있다.     


이십 대의 나는 돈에 대해 무지했다. 예술가로 살겠다고 마음먹은 후 의도적이든, 어쩔 수 없던 것이든 돈을 멀리했다. 그때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예술가라는 사실을 몰랐을 때였고, 특정 분야의 예술(영화)을 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세속적 이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돈이 없는 것을 예술가로서의 자부심이라 여겼다.

하지만 결국 영화를 그만두게 된 것은 바로 그 돈 때문이었다. 여러 가지 안타까운 사연과 허울 좋은 과장을 붙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돈'이었다. 나이대가 바뀌었는데도 통장에 만 원이 없어 지폐 한 장 바꿀 수 없는 현실 앞에서는 웬만한 각오도 무너져 내린다. 반대로,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서른까지 영화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나의 끊임없는 창작력이나 고상한 예술혼 덕이 아닌 부모님의 경제적 뒷받침 덕분이었다.

돈과 관련해 크게 비참함을 겪고 나서는 돈에 대한 관점이 주변 사람들에 의해 계속 변화하게 되었다. '재능 기부'의 문제점을 비판하던 지역 예술가 선생님들을 만난 후에 나는 어떠한 형태의 기부도 고깝게 보았다. '받은 만큼 일한다'는 어리석은 원칙을 고수했다. 그것이 어리석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나의 가치, 내 예술의 값어치는 남이 지불하려는 가격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기에 그것에 맞출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 내가 '부자'가 되겠다고 이 책, 김승호 스노우폭스 그룹 회장의 '돈의 속성'을 집어 들기까지는 여러 깨달음이 있었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해야 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이것보다는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는 이유로 더 이상 돈을 핑계 삼고 싶지 않았다. "나도 돈 있었으면 ~한다", "내가 돈이 없어 그렇지, ~" 같은 말과 멀어지고 싶었다. 특히, 선행이나 친절, 봉사마저도 돈을 핑계로 미뤄버리는 것을 이제는 그만하고 싶었다.

유명 투자자 존 리의 말도 기억에 남았다. '진정한 부자는 돈에서 독립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계속해서 내게 질문을 했다. 난 돈으로부터 얼마나 독립하였는가. 나의 삶은 얼마나 주체적인가. 이와 관련해 톨스토이 역시 이런 말을 남겼다. "'부'란 부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의 개수"

결국 '부'를 얻고자 하는 나의 노력은 나 자신의 자유를 위한 것이었다. 이 책은 '자유'를 위한 나의 여정에 그것을 이미 성취한 선배가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느낌이었다.



경제적 독립을 이루는 것, 즉 부자가 된다는 것은 자본 소득이 노동 소득을 앞지르게 하는 것이다. 이 말은 나의 소득이 더 이상 내 노동에 의존하고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에서 벗어난 인간은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


자본 이익이 노동에서 버는 돈보다 많아지는 날이 바로 당신이 부자가 된 날이고 경제적 독립기념일이다. (p43)


결국 더 이상 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 부자가 되는 첫걸음이다. (...) 더 이상 일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는 의미는 두 가지다. 내 몸이 노동에서 자유롭게 벗어나도 수입이 나오고 내 정신과 생각이 자유로워서 남과 비교할 필요가 없는 것을 말한다. 즉, 육체와 정신 둘 다에서 자유를 얻은 사람이 부자다. (p89)


개인이 독립하려면 내 수입이 나의 노동이 아닌 다른 곳에서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내가 벌어들인 모든 근로 수입을 아껴서 이 소득이 자산을 만들게 하는 것이 독립운동의 시작이다. 내가 아직 독립하지 않았다면 모든 소득은 자산을 만드는 데 사용해야 한다. 소득의 대부분을 자산이 아닌 소비재에 사용하는 사람들은 평생 독립을 이루지 못한다. 소득이 모여 자산을 이루고 자산이 다른 자산들을 낳고 키우며 그렇게 낳고 키운 자산의 규모가 내 노동 급여를 앞지르는 날이 바로 개인 독립기념일이다.
그날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5개년, 10개년, 20개년 자산 운용 정책을 만들고 투자를 진행하여 기필코 내 세대에서 이 가난의 꼬리를 끊어내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그날 이후로는 내가 일을 하든 안 하든 모두 내 자유다. 은퇴를 해도 되고 일을 해도 좋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동시에 쟁취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기 결정권이 스스로에게 생겨난 날이다. (p122)



하지만 자본 소득이 노동 소득을 능가한다는 것은 빈부 격차와 불평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만으로는 아무것도 생산해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나는 금융을 믿지 않는다. '부'가 노동과 생산에 괴리된 채 스스로 증식하는 구조, 즉 '부가 부를 부르는' 구조는 위험하다. 물론, 이 책에서 말하는 '투자'는 '투기'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같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처음 책을 추천해준 분과 의논해 보았다. 그녀의 생각은 이랬다. '자본주의란 여태껏 자본을 가진 자본가와 그렇지 못한 노동자의 이분법적 세계였다. 더 이상 다른 세계는 없는 것처럼 이들의 관계는 공고했고, 계층 이동은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책에 나온 데로 노동자가 노동소득 이상의 자본소득을 가질 수 있는 변화가 가능해지면 어떨까. 기존의 자본주의 시스템과는 다른 체제를 꿈꿀 수 있는 기회로서의 '투자'를 생각해본다면 이것을 꼭 부정적으로 보아야만 할까.'

자본을 갖고 태어나지 않았어도 노동에만 의존해야 하는 삶과는 다른 생을 택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의 '자본 소득',  다른 이의 노동을 응원하고 파트너십을 맺는 공생으로서의 '투자'. 기존의 나의 신념에서 벗어나 이렇게 바라보니 돈의 속성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김승호 회장의 투자 원칙은 돈에 대해서만이 아닌 삶에 대한 태도와도 연결되어 있었다.


<김승호의 투자 원칙과 기준>
1. 빨리 돈을 버는 모든 일을 멀리한다.
2. 생명에 해를 입히는 모든 일에 투자하지 않는다.
3. 투자를 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는다.
4. 시간으로 돈을 벌고 돈을 벌어 시간을 산다.
5. 쫓아가지 않는다.
6. 위험에 투자하고 가치를 따라 하고 탐욕에서 나온다. (...) (p180)


(...) 이런 행운은 행운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빨리 무엇인가 이루거나 이익이 많다는 모든 것으로부터 거리를 둔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생명을 죽이고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모든 사업에 투자하거나 참여하지 않는다. 생명은 모든 생명과 연결되어 있다. 생명을 함부로 하고 자연을 존중하지 않으면 자연도 다른 생명도 나를 존중하지 않을 것이고 행운은 떠나고 건강과 사람도 떠난다.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가장 나쁜 투자다. 자산은 무엇인가 항상 투자를 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투자를 위해 대기하는 자본도 투자다. 그러나 아무 계획도 없고 아무 욕망도 없는 자산은 죽는다. (p181)


내가 돈을 버는 이유는 시간을 사기 위해서다. 나는 내 자산으로 나를 위해 쓸 수 있으니 무엇이든 공부하고 필요한 모든 것은 구할 수 있다. 주변에 정보를 확인하고 의견을 구할 수 있는 최고의 전문가들을 고용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자본이 생길수록 투자 대상의 정보의 양과 질이 달라진다. 더 좋은 자산 투자 구조들이 생겨난다. 돈을 벌어 시간을 샀더니 시간이 나를 공부시키고 전문가들을 만나게 하고 더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해 준다. 이 선순환은 계속 돌아갈 수 있다. (p182)


책을 읽으며 나는 왜 돈을 벌어야 하고, 돈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배웠다.

책의 첫 챕터 제목이자 첫 문장은 바로 '돈은 인격체다'이다. 돈 역시 품성을 갖고 있기에 좋은 돈과 나쁜 돈이 있다. 좋은 돈은 가까이하고 나쁜 돈은 멀리해야 한다. 이는 부채 역시 마찬가지다. 나쁜 부채는 쳐다도 보지 말아야 하지만 좋은 부채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좋은 돈이라면 아무리 작은 돈이라도 소중히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돈을 돈의 품성에 맞게 좋은 일에 써야 한다. 돈이 좋아할 일을 해야 돈이 따라온다.


좋은 돈을 모으려면 삶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돈의 주인이 좋은 돈만을 모으겠다고 마음먹으면 오히려 저절로 돈이 붙어 있게 된다. 욕심을 부리지 않기에 사기를 당하지 않는다. 행동이 반듯해서 허풍스러운 곳에서 술값으로 돈을 버리지도 않는다. 불로소득을 바라지 않기에 어디 가서 망신을 당하는 일도 없고 공돈을 기대하지 않기에 비굴하지 않아도 된다. 더불어 이런 사람에겐 기회도 더 생기고 행운도 많아진다. 품성이 좋은 자산이 많이 몰려와도 가족을 해치지 않고 뭉치게 만든다. 설령 행운처럼 생긴 자산도 이미 좋은 품성을 가진 돈 사이에 섞이면서 좋은 성품을 지닌 돈으로 변형되어간다. (p245)


책을 읽는 내내, 내 생활을 점검해보게 되었다. 허투루 쓰는 돈은 없는지, 돈을 함부로 무시하거나 방치하고, 남의 돈을 가벼이 여기지는 않았는지 반성했다.



절실할 때 내게 가장 필요한 책을 만나게 된다는 믿음은 이번에도 유효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내 삶의 현재 상태와 앞으로 내 삶을 어떤 태도로 어떻게 준비해 나가야 할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역시, 나는 부자로 살기로 했다.

돈에서 독립하고 노동에서 자유로워진다면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나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며 살아 갈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친절을 베풀 수 있을까. 


부자가 되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빨리 부자가 되려는 마음을 버리고 나를 부자로 만들어줄 좋은 품성을 가진 돈을 차근히 모은다. 그동안 복리와 투자를 배우며 경제 용어를 공부해 금융문맹에서 벗어난다. 마련한 종잣돈으로 장기적 관점에서(주식은 5년, 부동산은 10년) 가치 투자를 해 자산을 점점 불린다. 자본 이익이 노동 소득을 넘는다. 그러면 나는 노동으로부터의 자유를 얻은 '부자'가 된다.


나는 부자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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