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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만 Nov 18. 2020

당신의 영광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슬램덩크 - 흥미로운 이야기와 매력적인 캐릭터의 조건


누군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 무엇이냐 물으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소설책이요? 소설책은 탑 쓰리가 있어요.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백 년의 고독, 위대한 게츠비.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은 나이 때에 따라 좀 달라요. 대학 때는 노암 촘스키와 프로이트의 책들. 그 이후엔 진화심리학 서적들. 지금은 생물학 책들이 제게 가장 큰 인사이트를 주고 있어요.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책이 무엇이냐 물으면 답은 하나. 슬램덩크요!


나의 오랜  중 하나는 이처럼 좋아하는 슬램덩크를 양장본 세트로 소장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올해 생일 결국 그것을 이루었다.



어릴 때부터 줄곧 좋아했던 인물은 단연 윤대협이었다. 여유 넘치는 태도에 무심한 눈빛, 거기에 천재적인 농구 실력까지. 윤대협은 말 그대로 완벽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야기 작법을 수년간 배운 지금 윤대협이라는 인물은 그전과 다르게 보였다. 이노우에 다케히코(슬램덩크 작가)가 윤대협의 캐릭터 구축을 가장 후회한다는 인터뷰 내용에 공감이 갔다.

윤대협은 절대 주인공이 될 수 없다. 만화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높음에도 불구하고 부수적 인물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가 너무 완벽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가 윤대협을 좋아했던 이유이지만 주요 캐릭터로서 매력이 없음을 인정해야만 다.

주인공은 감춰진 능력이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도 독자 또는 관객들이 끝까지 그를 응원하고 기대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주인공의 결함이다. 시나리오를 공부할 때는 그것을 주인공의 내적 모순이라 배웠다. 위기가 외부적 요인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으로부터 왔을 때 이야기는 훨씬 더 매력을 갖는다. 그래야만 주인공이 스스로 내적 모순을 극복하고 내면의 진짜 목표를 향해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다. 이 만화의 주인공 강백호는 그런 점에서 주인공 역할에 걸맞다. 그의 외부적 목표는 자신의 천재적 능력을 발휘해 좋아하는 여자에게 잘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노력 없는 천재여야 할 그는 이내 자신의 결점을 깨닫는다. 바로 그가 농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풋내기라는 사실이다. 강백호는 줄곧 자신의 약점을 무시해오지만 훌륭한 라이벌 서태웅을 통해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의 '진짜' 목표를 깨닫는다. 그의 진짜 목표는 진정한 바스켓맨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진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을 깨닫고 농구에 전념한다. 그의 극적인 성장은 그가 하는 슛의 변화에서도 잘 드러난다. 단번에 눈에 띄고 싶었던 강백호는 초반에 슬램덩크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슛은 그가 이만 번의 연습을 통해 몸에 익힌 화려하지 않은 점프슛이었다.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그는 (주로 그의 결점 때문에)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계속해서 그를 응원할 수 있는 것은 그가 '타고난 운동신경'이라는 숨겨진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대협에게는 약점이 없다. 극복해야 할 것이 없기 때문에 성장할 것도 없다. 필요한 모든 능력은 이미 가지고 있기에 숨겨진 것 또한 없다. 서태웅은 윤대협만큼 큰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약점이 있다. 본인 위주의 플레이 스타일이 그것이다. 그는 자기 능력에 대한 오만함 때문에 팀 메이트와 함께 하지 못한다. 그가 그런 스타일을 고수하는 한 그는 결코 윤대협을 이기지 못한다. 그리고 마지막 산왕전에 이르러 서태웅은 자신의 결점을 깨닫고 패스를 하기 시작하면서 윤대협에 버금가는 선수가 된다. 매력적인 인물 빌드업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채치수를 예로 들어보자.

나는 채치수라는 캐릭터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에게는 강하고 뚜렷한 목표가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한 번도 잊지 않은 전국 제패의 꿈. 하지만 도내 최강, 아니 국내에서도 톱클래스에 꼽힐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는 약한 팀원들 때문에 단 한 번의 승리도 얻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꿈을 놓지 않는다. 그 사이에 많은 이들이 그를 탓하며 떠나갔다. 그저 재밌게 농구를 하고 싶었을 뿐이었던 동료들에게 그의 꿈은 너무 벅찼다. 원맨팀을 이끌며 고군분투하던 채치수는 고등학교 3학년 마지막 여름이 되어 자신의 꿈을 함께 해줄 든든한 팀메이트를 얻는다. 그로 인해 그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전국 제패라는 꿈에 한 발 짝 가까워진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그의 성장 또는 변화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짜 성장은 마지막에 등장한다. 역시 산왕전 에피소드에서이다. 그는 팀의 승리와는 별개로 센터로서의 능력을 마구 뽐내야 국내 최고의 S대 체대에 스카우트될 수 있었다. 하지만 신현철이라는 압도적인 능력을 가진 적수 앞에서 채치수는 그에게 직접 대항해 자신을 증명하기보다는 승리를 위해 팀원들을 믿기로 한다. 항상 원맨팀을 이끌며 본인이 최고의 역할을 해야만 한다는 태도가 몸에 배어있던 그가 이제 '진짜'로 팀을 의지하게 되었다. 전국 제패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좋은 팀원들을 만나길 원했지만 속으로는 여태껏 그러했듯 자신이 모든 것을 이끌어야 된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팀원들을 믿고 이제 내가 아니어도 '우리는 강하다'를 진심으로 믿었을 때 그는 꿈에 더욱 가까이 가게 된 것이다. 어쩌면 채치수의 숨은 능력은 센터로서의 자질이나 압도적 영향력이 아닌 믿음(언젠가는 좋은 팀원을 얻어 꿈을 이루리라는 믿음, 내가 가장 강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강할 수 있다는 믿음)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는 약점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면서 성장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캐릭터의 전사가 등장한다. 주로 플래시백으로 등장하는 캐릭터의 과거 이야기는- 시나리오 작법상으로 좋은 기법이라고는 하지 않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인물에 좀 더 공감하고 감정 이입할 수 있도록 만든다. 하지만 윤대협은 약점이 없기에 전사도 없고 성장도 없다. 그래서 이 인물에 관객들이 동정할 여지가 없어진다. 결국 작가의 말처럼 가장 아쉬운 캐릭터가 되어버린 것이다.



일본에서 슬램덩크 캐릭터 인기 순위를 매기면 강백호와 서태웅이 자웅을 가린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같은 조사를 하면 압도적으로 정대만이 일 등을 차지한다. 특히 남자들 사이에서는 90퍼센트 이상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슬램덩크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인 '안 선생님, 농구가 하고 싶어요' 장면은 스무 번이 넘게 본 것 같지만 언제나 내 눈물 꼭지이다. 역시 천재의 몰락이라는 설정은 언제나 사랑받는 이야기인 것 같다. 어쩌면 이 만화에 등장하는(가나가와 현 한정) 모든 캐릭터의 고교 입학 당시 스펙으로는, 정대만이 최고일 것이다. (알려진 바 유일한) 중학 MVP 출신이므로, 어쩌면 이후 고교 MVP를 따내는 해남의 이정환보다 실력이 앞섰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많은 고교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하고 존경하는 안 선생님이 있는 북산 고교에 간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농구를 그만둔다. 그가 농구를 그만두는 이유는 어찌 보면 사소할 수도 있다. 부상은 그렇게 큰 요소가 아니었다. 어쩌면 부상이 아니어도 그는 농구를 그만뒀을지 모른다. 이름보다는 'MVP 출신'이라는 이력으로 불리던 정대만은 그 타이틀을 짊어지기엔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했다. 드리블조차 어설펐던 당시의 채치수에게 질투심을 느낀 정대만은 최고의 동료가 될 수도 있었던 채치수와 동반 성장하기보다는 그를 피해 달아났다. 이 만화에서 수많은 명장면과 명대사를 쏟아낸 산왕전에서 작가는 이런 얘기를 다. 언제나 승리하는 산왕과의 경기에서 도전하는 팀이 느끼는 압박도 어마어마하지만, 결코 져서는 안 되는 이들이 가진 부담 역시 엄청나리라. 그에 비추어 보면 정대만 역시 중학 최고의 선수가 고등학교에 와서도 최고여야 한다는 부담을 견뎌내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그렇게 쉽게 포기해버리던 정대만은 결국 '포기를 모르는 남자' 정대만으로 변화한다. 이 년간의 공백으로 중학교 시절의 체력밖에는 가지지 못한 것이 그의 약점이자 한계요, 그럼에도 한때는 도내 최강이었던 그의 슈터로서의 자질이 우리가 그를 믿고 응원하게 하는 요소이며, 육체적 한계를 뛰어넘는 그의 정신력과 농구에 대한 열정이 그의 성장인 것이다.

만약 그가 북산이 아닌 해남이나 상양 같은 뛰어난 팀으로 가 평탄하게 농구 경력을 계속 쌓았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지금보다 더 훌륭한 선수가 되었을까. 왠지 아니었을 것 같다. 그의 방황은 그가 더 큰 선수로 되기 위한 초석이었다. 현재 그가 자신의 한계(결점)라고 생각하며 한탄하는 것은 바로 (공백으로 인한) 그의 약한 체력이다. 하지만 그의 진짜 문제는 그의 내면이었다. 최고의 재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고 흔들리는 그의 정신력 말이다. 그가 좋은 팀으로 갔더라도, 아니 그랬다면 더더욱 그는 자기의 진짜 문제로 인해 농구를 완전히 그만뒀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그는 자신의 진짜 문제였던 정신력으로 외면의 문제점인 육체적 한계를 극복한다. 그러으로써 그는 포기를 모르는 단단한 내면을 가진 인간으로, 선수로 성장한 것이다.     



이처럼 극적인 성장과 캐릭터에 대한 공감(연민)으로 정대만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물이 되었다. (하지만 일본과 비교해봤을 때 '유독' 우리나라에서 더 인기 있는 원인은 좀 더 공부해볼 필요가 있겠다) 하지만 내겐 정대만보다 더 마음이 가는 인물이 있다. 바로 안경 선배 권준호이다.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호감 탓이기도 하다. 권준호 역시 주인공이나 주요 인물이 되기에는 한참 부족한 캐릭터이다. 그의 어정쩡한 실력 때문이 아니라 그에게는 확고한 목표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그는 채치수의 전국 제패나, 서태웅의 고교 최고의 플레이어, 강백호의 서태웅에게 지지 않는다 같은 확실하고 분명한 꿈이 없다. 다시 말하면 그에게는 주동인물로서 사건을 진행시킬 동력이나 추진력이 없다는 말이다. 그는 언제나 자신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동료들의 꿈에 기대어 목표를 설정할 뿐이었다. 이번 게임으로 은퇴하고 싶지 않다, 좀 더 농구를 하고 싶다 같은 동기로는 주인공이 되기에는 부족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에게 애착이 가는 것은 그가 전국 진출의 마지막 관문인 능남과의 대결에서 결정적인 골을 넣음으로써 자신의 목표를 자신의 힘으로 추구해 나가는 장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주전 선수를 빼면 벤치가 약하다는 소리를 듣는 북산의 만년 후보 선수 권준호는 능남의 감독에게는 조금의 경계 대상도 아니었다. 채치수와 함께 끝까지 팀을 지켜낸 유일한 삼 학년생이지만 농구를 막 배우기 시작한 풋내기 강백호, 2년의 공백 후에 돌아온 정대만에게도 주전 선수 자리를 빼앗긴다. 하지만 그는 어떠한 시샘도 하지 않고 팀을 응원한다. 어쩌면 그런 성격이 그를 주인공이 되지 못하게 하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그가 정대만의 대타로 경기 후반에 들어가 결정적인 3점 슛을 넣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었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한때 농구를 버렸던 정대만을 대신해 재능은 없지만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항상 그 자리를 지켰던 권준호의 골이 승부를 결정짓는 요인이 된 것은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농구의 기초도 모르지만 천부적인 재능으로 금세 주전의 자리를 따낸 강백호도 중요하지만 벤치에 앉아있는 팀원들 역시 중요하지 않을까. 능력이 없어도 농구를 좋아할 수 있고, 또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훌륭하고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런 점에서 결말의 의미도 생각해 보았다. 훌륭한 결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딘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먼저 북산이 전국 제패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에는 크게 서운하지 않았다. 소년만화에서 연재가 길어지며 흔히 범하기 쉬운 패착이 바로 밸런스의 붕괴이다. 이미 세계관 최강자를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성장에 맞춰 이후 등장하는 적들의 능력치를 높여가야 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설정했던 세계관을 스스로 파괴시키는 실수는 작품의 질과 개연성을 크게 위협한다. 그 예로 '원피스'에서 시대의 이름을 정의하던 흰 수염이 이후에 등장하는 새로운 해적들의 능력치 앞에서 너무나 초라하게 퇴색되어 갈 때 나는 참을 수 없는 배신감을 느꼈다. 밸런스의 붕괴는 이렇게 매력적인 악역을 우습게 만들기도 하고 이로 인해 작품 전체의 신뢰도를 낮추는 결과를 낳는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만화의 결말이 고교 최고의 농구팀 산왕을 극적으로 무찔렀지만 이내 다른 경기에서 참패를 맞는 설정이 옳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세계관 최강자를 맞이하여 주인공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이상의 능력(어쩌면 이것이 그들의 특기일지도)을 모두 불태우고 그다음에는 본인들 본래 실력(또는 그 이하)으로 패배를 겪는다. 하지만 이때의 패배는 캐릭터의 실패나 꿈의 좌절이 아니다. 이미 그들은 모두 성장했다. 심지어 주인공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최고의 적인 고교 최고 선수 정우성 역시 성장한다. '맞수가 없다'는 게 오히려 약점이었던 그가 처음으로 패배를 맞이하면서 오히려 성장의 기회를 얻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뛰어난 결말에도 내가 아쉽게 또는 놀랍게 느끼는 부분이 있다. 이 모든 게 단지 고교 부 활동이라는 점이다. 해남전에서 부상을 당한 채치수는 다시는 농구를 할 수 없어도, 걸을 수 없어도 좋다며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처럼 모든 것을 바쳐 전념한 목표가 '단지 부활동'에 지나지 않았음은 읽는 이의 힘을 빠지게 하는 부분이었다. 특히 산왕전을 끝으로 농구부를 그만두고 수험생으로 돌아가는 채치수의 선택에 프로 위주의 엘리트 운동 교육에 익숙하던 나는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그런 면에서 일상 스포츠 교육이 잘 발달한 일본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능력이 있고 열심히 운동했으면 프로 선수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뭘 위해 그토록 달려온 것인가, 이 만화를 보며 그토록 열광했던 우리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응원해왔던 것인가 하는 허무함이 밀려온다. 동시에 스포츠가 꼭 프로 선수들을 위한 것만은 아님을 되뇌었다. 권준호 같은 선수들도 얼마든지 스포츠를 즐기고 노력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허전함이 있다. 이야기에서 주인공이 처한 위기는 목숨을 위협하는 것만큼 커야 하며 그의 목표는 그런 위기를 감수할 만큼 가치가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선수생명이 달렸을지 모르는 등 부상에도 "영감님의 영광의 순간은 언제입니까? 저는 지금입니다"하며 코트로 나가고, 평생 걸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순간에도 어린 시절부터의 꿈이었던 전국 제패를 위해 캐릭터들은 위험무릅쓴다. 그러면 적어도 그들의 목표 달성이 그만큼 이들의 인생에 있어 중요해야 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결국은 학창 시절의 부활동 정도였다는 결말은 지나치게 쿨하다. 그만큼 멋있기도 했지만 이 만화가 쿨함보다는 핫함을 쫓은 것이 아니었나 생각하면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게다가 주인공인 강백호처럼 풋내기이면서도 강백호의 최고 특기인 신체 능력에서 그를 압도하는 김판석과의 대결이 보이지 않은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여전히 내게 있어 슬램덩크는 최고의 책이다. 내가 이토록 열정적이었던 적이 있는가, 이렇게 최선을 다한 적이 있는가. 내 영광의 순간은 언제일까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뜨거워진다. 역시 이 만화는 쿨함이 아니라 핫함에 그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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