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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mi Mar 01. 2023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다

연말연시, 구설수에 오르내리다

직장생활 N년차. 직장생활이 익숙해지긴 했지만 아직 서투른 게 더 많은 그런 연차.


연말연시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승진을 하게 되었고, 불과 6개월만에 업무가 바뀌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원치 않던 구설수에 오르내렸다. 승진과 직무 이동 전 노동조합에 찾아갔다는 소문이었다. 심지어는 찾아가서 울었다고.


일만 하느라 바빠서 노동조합 근처에는 가지도 않았는데 황당한 소문이 퍼지니 당황스러웠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어?"


사람들은 소문을 참 좋아한다. 그리고 소문과 더불어 이 속담을 참 좋아한다.


나도 처음 내 소문을 들었을 때, 혹시 내가 무언가 땔감을 주지 않았나 끊임없이 내 행동을 돌아보며 자기검열을 했으니까.


사회생활에서는 적절히 가면을 써야 하는데, 나는 이 분야엔 매우 서툴렀다. 적이 생기더라도 부당하다고 느끼면 말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일까. 아니면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직장에서 눈물 한방울이라도 흘린 거 아닐까?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퉜던 것 때문일까. 그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결국 내가 말하는 방식이나 살아온 삶의 방식이 잘못된거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 이유들로, 승진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기보다는 풀이 죽은 채로 다녔다. 사실과 다른 소문이 퍼진 이유에 대해 굳이 잘못을 찾자면, 가면을 쓰고 사람을 대하지 않은  잘못이리라.


하지만 채 한달도 지나지 않아 두번째 소문이 퍼졌다. 이번엔 직무변경 때문에 노조를 찾아갔다고?


너무 단기간에 소문이 연달아 퍼지면서 오히려 자기주관이 바로 섰다. 이건 아니다. 내가 땔감을 준 게 문제가 아니다. 나는 땔감을 준 적이 없고, 내가 무엇을 했든 그걸 자기 마음대로 변형하고 와전시키고 심지어는 없는 사실까지 날조하여 만들어내는 누군가의 잘못이 명백하다.


동료 중 몇몇은 말했다. 헛소문이니 아무 행동도 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소문이 소문을 낳기 마련이니, 내가 가만히 있어야 그 소문이 잠잠해질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연이어 나오는 소문을 보며 나는 소문을 내는 '누군가'가 동일인이라 추측했고, 침묵은 또 다른 소문을 만들어내고 잘못된 소문을 기정사실 처럼 만들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주변인들에게 혹시 관련된 주제가 언급되거나, 언급이 되지 않더라도 적극적으로 소문에 대해 말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만약 헛소문을 들었다면 소문의 출처가 누구인지 물어봐달라 했고, 사실과 무관하다고 말해달라는 부탁까지.


하지만 나를 아끼는 동료들이 나를 변호해줄때마다 듣는 이야기는, 그래서 노조를 가긴 갔대? 울긴 울었대? 하는 등의 말이었다. 소문은 한줄이지만, 나는 그 한줄을 아니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 내가 결백함을 증명해야 했다.


"왜 내가 하지도 않은 것에 대해 이렇게까지 변명해야 하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만약 내가 무언가 잘못된 행동을 해서 소문이 퍼졌다면, 그 행동을 하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그 행동은 내가 오롯이 한 것이기 때문에, 내가 책임을 지는 것이 맞고 그다지 억울한 감정도 들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행동을 하지도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인간관계에도 회의감이 들었다. 앞에서는 말갛게 웃으면서, 뒤로는 그런 말을 하겠지 하는 사람에 대한 의심과 불신이 생겼다. 의심을 하며 사람을 대하다보니 스스로도 너무 피곤했다. 사회생활이란 원래 가면을 쓰고 해야 한다는데, 나이는 먹을만큼 먹었음에도 정신연령이 너무 어린지 그 피로감이 상당하다.


그래 뭐 그럴 수도 있지, 나도 그거에 맞춰야지. 애써 마음을 다잡아본다.


소문에 대처하는 정도는 없다. 속한 집단의 상황을 살펴보며 침묵을 택할 수도, 정면으로 맞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제대로 된 증거 없이 소문을 낸 사람을 찾아가서 다짜고짜 뭐라 하는 것은 역공을 당할 소지가 크다.


이 사건만 두고 보면 내 잘못은 없다. 하지만 어딜가나 이상한 사람들은 있다. 그리고 누구나 잘못을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누군가가 헛소문을 냈을 때 그를 방어해주는 것은 사실 평판이다. 이런 상황에 마주했을 때 나를 보호하고 도와줄 수 있는 주변사람과 평판을 많이 만들어 놓자.


그리고, 아니땐 굴뚝에도 연기가 날 수 있음을 늘 염두에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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