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의 브런치
주말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일어나 곱게 차려입고 노트북을 챙겨 가보고 싶던 카페에 왔다.
서귀포 구시가지는 신시가지보다 주차하기가 좀 더 어렵다. 카페 전용 주차공간이 없어 주변을 빙빙 돌았다. 오랜만에 혼자만의 여유를 가져보려던 결심이 이렇게 실패하나 싶었는데 운좋게 주차에 성공했다. 카페에 도착해서는 애플브리샌드위치와 단호박 스프, 그리고 아메리카노가 포함된 브런치 세트를 시켰다. 첫 주문이었다. 단호박 스프의 맛은 어떻고, 이 샌드위치는 맛이 어떻네 품평해본다. 카페 한층에 전시된 전시도 관람해본다. 참 한가하다.
노트북을 켜두고 어떻게 살아야할까 라는 막연한 고민을 하며, 다이어리도 써보고 이것저것 찾아도 보고 기사도 보지만 선뜻 손에 잡히는 건 없다. 요새는 모든게 이런것 같다. 일상을 바쁘게 살지만 지나치게 많은 주제가 머릿 속에 들어왔다 나가다보니 정작 남는 생각은 없다. 결국 지나고 나면 폭풍같은 일상 속에 지친 나 자신만 남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헛헛한 마음만 든다. 애써 원래 다 그런거라고, 다들 그렇게 산다고. 식물도 물을 주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지만 나중에 보면 훌쩍 키가 커있듯이 나도 이런 바쁜 일상 속에서 나도 모르게 크고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물론 진짜 그런지 아닌지 알 순 없다.)
브런치에 글을 다시 쓰는 것도 너무나 오랜만이다. 일상을 돌아보며 정리하고, 또 하루를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생각하는 시간이 요새는 너무 부족하다. 최근엔 남자친구가 세줄일기라는 앱을 추천하며 같이 써보자고 해 몇번 글을 썼는데, 세줄 이내에 하루의 일상을 쓰는 것이 간편하고 바쁜 현대사회에 적합한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제는 개인이 쓰는 일기까지도 드라마나 유튜브처럼 모든게 짧아지는 요새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 같아 묘한 기분이 든다. 그래 뭐 바쁘니까. 그 세줄조차도 매일매일 쓰기는 버거운게 보통의 직장인들이다.
이번 주말에도 주말 출근은 해야겠지만... 그 와중에도 지금 여유를 즐기고 있는 것처럼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하고, 영어공부도 하고, 밀린 일도 하고, 아무 생각도 없이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 사실 식물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물도, 바람도, 햇빛도 모두 '적절하게' 필요하다. 토요일 아침의 브런치는 나에게 그 적절함을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