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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찌기 Jun 04. 2023

문과생이 50억 현금을 가질 수 있는 법


일요일 저녁, 다음날 출근에 대한 공포를 잊기 위해 친구 Z양과 골뱅이 무침에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맨날 만나는 친구였기에 근황 토크를 할 일도 없었다. 그래서 이런 술자리에는 늘 멀쩡한 얘기보다는 소위 말하는 뻘소리가 주요 안주가 된다.

나는 대뜸 친구에게 최근에 본 임영웅의 아파트 매매 기사를 봤냐며 물었다.


- 합정역에 메세나폴리스 알지? 거기 하하도 사는 데.

- 응, 근데?

- 거기 펜트하우스를 임영웅이 50억에 샀대. 대출 없이, 올 현금!

- 영웅 씨는 그럴 만하지. 50억이 뭐야 100억도 통장에 있을 것 같은데?


친구는 50억 그까이꺼라는 말투로 대수롭지 않게 들었다.

‘너 뭐 돼?’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돈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게 아니라, 몇 억, 몇 십억 자체를 본 적도 없고 경험해 본 적도 없으니 어떤 느낌일지 감도 안 잡힌달까.

술도 들어갔겠다, 한탄도 시작되었다.


- 우리는 평생 50억 만져볼 일 없겠지?

- 요즘 로또 1등 돼도 힘들긴 하지. 얼마더라 요즘 10억 하나?

- 우리 같은 문과생에게는 미래가 없어. 예체능을 했어야 했나? 아이돌이나 가수!

- 누가 시켜줘야 하든 말든 하지.

- 아니면 우리 지금이라도 웹소설 써야 해!


내가 ‘웹소설’이라는 단어를 말하자 Z양은 ‘이 기집애 또 시작이군’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열 번은 더 했을 나의 웹소설 일장연설이 시작되었다.

결과는? 소주나 좀 더 마시다가, 친구의 ‘내일 출근해야 하니까 집에 가자!’라는 말로 마무리되었고, 나는 집에 가서, 웹소설은 무슨, 소주 반 병 더 마시고 쿨쿨 잠에 들었다.


이 글을 올리는 지금도 수많은 술자리에서 ‘웹소설’이란 단어가 나오고 있다.  

최근 웹소설 연재만으로 돈을 벌고, 2차 창작물로 발전했을 때 받는 저작권 금액이 어마어마해지면서 사람들이 웹소설에 갖는 관심이 커졌다. 로또처럼 언젠가 웹소설을 써서 부자가 되고 싶다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고 이들을 위해 웹소설 쓰는 법은 책, 강의, 유튜브를 통해 퍼져나가고 있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경쟁자들이 너무 많은 상황이다.


내가 ‘웹소설 그까이꺼’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접근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왜냐면 나는 이미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고, 90% 포기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강의도 듣고, 책도 읽으면서 캐릭터도 짜고 시놉도 대강 짜봤었다. 하지만 올리지 않은 이유는, 읽으면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고, 결말까지의 연결을 도저히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웹소설 작가님들 존경합니다.


그럼에도 웹소설을 포기하지 못하는 10% 이유는 ‘저작권’이라는 아주 매력적인 권리 때문이다.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가장 갖고 싶었던 것이 바로 저작권이었다. 저자들은 책의 저자이자 저작권을 갖고,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도 표지 디자인과 일러스트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하지만 편집자는? 편집권이라는 게 있다고는 들었지만 본 적도, 만져본 적도 없다. 편집권이라는 것으로 들어오는 것은 월급뿐. 회사를 그만두면 그나마 사라질 돈이다.


그래서 나는 저작권이라는, 영원불멸의 권리가 가지고 싶었고 그에 대해 돈도 벌 수 있는 ‘웹소설’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문과생이 50억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에는 AI가 책을 쓸 거라고? 책은 써도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감동과 재미를 주는 글은 30년은 더 걸리지 않을까? 나 죽기 전에는 나오지 말기를…


처음에는 소소한 방법으로 저작권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데 그게 안된다. 대박 날 소재, 돈을 벌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고 싶다.

친구들 말로는 너는 너무 욕심이 많고, 무엇을   돈부터  생각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돈이 되는 소재에 집착하느라 정작 시작을  한다고.

아니, 다 돈 벌려고 하는 것 아닌가? 그게 뭐 나빠.

임영웅 씨도 트롯이 좋아서 시작했겠지만, 그것이 무료 봉사였다면 아예 쳐다보지도 않지 않았을까?


자본주의깊게 물들 내가 언젠가는 나만의 저작권을 가지고, 그것으로 돈을 많이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웹소설에 대한 집착을 놓지 않겠다.

언젠가는 내 머릿속에 망상이 돈이 될 수 있겠지. 그때까지 열심히 끄적대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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