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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승민 Jul 09. 2021

누구를 위한 공청회인가

얼마 전 주민 토론회라는 것을 가봤어요. 저희 집은 수도권인데 출근할 때 보니까 동네에 새 전철역을 만든다고, 국회의원이 토론회 같은 걸 개최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더라고요. 마침 그날 간만에 칼퇴근을 했는데, 도대체 어디에 역이 생긴다는 건지 궁금도 하고 국회의원은 그런 자리에서 어떤 얘기를 하나 호기심도 들고 해서 갔어요. 생각보다 사람이 많더라고요. 관심 없을 것 같은 행사에 많이들 오는구나 했죠. 


국회의원이 이게 뭐 이래이래 해서 역을 만들려면 예산이 더 필요해서 정부 승인이 필요한데 이 지역 출신이고 어디 소속인 자신이 열심히 할 테니 주민들도 힘 써달라 하고, 질문 시간에는 어르신 몇 명이랑 주변에 무슨 아파트 회장님이라는 분이 나와서 지역과 주민한테 필요한 거니 꼭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다같이 ‘으쌰으쌰’ 하면서 끝날 때까지 아무도 제가 궁금한 걸 안 묻는 거예요. ‘그래서 이게 언제 완공돼서 출퇴근이 얼마나 편하고 빨라지는 거냐’는 거요. 이게 나만 궁금한 건가 싶어 뒤를 돌아봤는데(좀 앞자리에 앉았거든요), 와아…. 이건 뭐 ‘오바’ 조금 해서 완전 노인정이었던 거예요. 느낌상으로는 3분의 1은 흰 머리, 3분의 1은 벗겨진 머리, 3분의 1은 뽀글이 파마인 거 있죠. 


좀 이상하지 않아요? 이게 서울 오가는 학생이랑 직장인 때문에 만들자 하는 것 아닌가요? 아, 왜 예전에 빨간(광역)버스 입석 못 타게 해서 난리였던 적도 있잖아요. 그런데 거기에는 정작 장거리 통학하거나 출퇴근하는, 아침 저녁 지옥철이랑 지옥버스에서 볼 법한 얼굴은 없는 거예요. 그러니 도대체 언제, 그걸로 얼마나 싸고 편하게 출퇴근 할 수 있는지 묻는 사람은 없었던 거죠. 


멍 때리다가 순간, ‘아, 이거 교통이 아니라 이 주변 집값이 몸통인 건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색안경을 끼고 보니까 거기 어르신들이 주변 상가나 집주인, 부동산 아저씨처럼 보였어요. 무서웠죠. 우리 일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이해에 따라 결정하고 있는 거잖아요. 정작 당사자는 관심도 안 가지는 사이에.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어요. 어쨌든 저 양반들은 국회의원도 꼬셔가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이 옳다는 걸 실제로 만들고 있잖아요. 그런데 나는, 우리는 뭘 했나 하는. 동네 친구 중에 그런 얘기 하는 애도 못 봤고, 저도 그런 데 가본 게 태어나 처음이었으니까요. 이해도 돼요. 먹고 사느라 바쁘니까. 그 시간에 제 친구는 야근을 하고 있었고, 저도 모처럼 칼퇴근해 간신히 시간 맞춰 도착해 저녁도 굶고 앉아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착잡해요. 이런 게 작은 우리 동네만의 얘기는 아닐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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