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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miyou Nov 27. 2020

사랑의 다양한 색깔

주미경 동화집 『내 가방 속 하트』

『내 가방 속 하트』는 어린이들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동화 일곱 편을 묶은 책이다. 누구나 스스로를 슬프게 하는 콤플렉스 하나 정도는 누구나 갖고 있기 마련이다. 동화집 『내 가방 속 하트』의 인물들 또한 각기 다른 결핍을 갖고 있다.




표제작인 「내 가방 속 하트」의 아용은 같은 반 친구를 좋아하면서 자신감 넘치는 친구에게 부러움과 열등감을 느낀다. 「오빠의 두 번째 방」의 다해는 오빠 중심으로 돌아가는 가족 분위기에 외로움을 느끼고, 「드래곤을 타고 기타를 치자」의 영표는 부모님과 떨어져 시골에서 지내며 마음 편히 기댈 수 있는 거라곤 드래곤 소나무뿐이다. 「용남매 복수 작전」의 용미는 자신을 버리고 간 엄마가 또다시 자신을 버리라고 하는 문자를 발견하고, 용구는 아빠에게 매일같이 괴롭힘을 당한다. 「춤 신의 운동화」의 호는 춤을 잘 추고 싶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지만 타고난 춤꾼인 전학생에게 묻히며 열등감과 부러움을 느낀다. 「보랏빛 후드 티」의 나진과 부모님은 불의의 사고로 언니를 잃은 슬픔 속에 살아가고 있으며 「밥밥띠라라」의 ‘나’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삼촌 집에 얹혀사는 신세로 외로움과 설움을 끝없는 배고픔으로 느낀다.



이처럼 각기 다른 상황 속에서 친구 혹은 가족에 의해 결핍을 느끼는 인물들이 주를 이룬다. 주미경 작가는 평범하고 안전한 상황 속의 어린이들보다 어려운 환경 속에 처한 아이들을 인물로 데려오고 있는데, 그들이 무너지지 않고 꿋꿋하게 고난을 이겨내는 과정을 그려내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존재할 아이들을 떠올리며 그들을 지그시 지켜봐 온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이 동화집의 특징은 소설 속에서 주인공들의 고민을 완벽히 해결해 주고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주인공들이 낙담하거나 포기하지도 않는다. 각자의 고난과 어려움을 스스로, 조력자와 함께 딛고 일어서려는 노력을 보며 함께 힘을 내게 되고, 때로는 어른들마저 위로하는 어린이의 캐릭터를 보며 위로를 받는다.



이 책은 어린이들의 세계 속의 감정들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채롭게 그려내고 있다. ‘사랑’은 남녀 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말랑말랑한 성질인 건지 여러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가지각색으로 형태를 달리한다. 때로 사랑은 형제간에 존재할 수도 있고, 세대를 뛰어넘어 옆집 할아버지와 초등학생 사이에 존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고민과 고난을 이겨내고 어른이 된다. 그 시절을 포기 않고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주변의 따스한 시선과 도움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대의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초등학생 때와 또 다른 세대의 아이들은 어떤 고민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을까. 이 책이 그들에게 작지만 꼭 필요한 위로를 전할 것이다.




*리뷰를 위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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