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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식 Jan 31. 2018

시험 성적을 한 번에 올리는 비법

고등학생 A군은 같은 반 B군이 의심스러웠다. 어떻게 갑자기 성적을 그렇게 올렸을까?     


분명 자신처럼 평범 이하의 성적을 유지하던 녀석이, 어느 날 갑자기 전교권에서 놀다니?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방과 후에는 매일 온라인 게임에 접속해 있었고, 학교에서도 공부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쉬는 시간에도 맨날 땅콩이나 까먹고 있었다. 

어떻게 그럴까? A군은 B군과 그렇게까지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물어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혹시 커닝 같은 조심스러운 이야기가 나올까 봐 일부러 점심시간에 B군을 찾아갔다.

B군은 운동장 한쪽에서 무언가를 까먹고 있었는데, 쭈뼛 다가간 A군이 물었다.     


“뭐 먹어?”

“응? 도토리.”

“도토리?”     


도토리를 생으로 먹던가? A군은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생도토리가 두뇌에 좋은가?      


까득 까드득      


B군이 맛있게 도토리를 먹는 모습을 얼마간 지켜보던 A군은, 조심스럽게 본론에 들어갔다.     


“있잖아. 너 성적 말이야. 되게 갑자기 올랐더라.”

“응.”

“어떻게 그래? 뭐, 공부를 많이 하는 거야? 아니면 뭐…”     


말끝을 흐리는 A군을 가만히 돌아보는 B군. 갑자기 눈을 빛내며 물었다.     


“알려줘?”

“뭐?”

“비법을 알려줄까?”

“어? 어. 그럼 좋지, 난.”

“알았어. 그럼 방과 후에 나 따라와.”     


B군은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A군은 무언가 비법이 존재하고, 그것을 알려준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방과 후. B군은 A군을 학교 근처의 산으로 데려갔다. 가면서 B군은 선심을 쓰는 듯이 말했다.     


“절대로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뭐 원래 네가 좀 조용한 성격인 건 나도 아는데, 그래도 절대 떠들고 다니면 안 돼.”

“알았어.”

“그리고 내가 너 이거 알려주는 대신에, 너도 나 도와줘야 해. 알았지?”

“그래.”     


B군은 등산로를 벗어나기 시작했고, 어느 작은 굴 앞에서 멈춰 섰다. 엎드려야 겨우 통과할만한 굴은 성인 남자는 쉽게 못 들어갈 만한 크기였다.     


“따라와.”     


A군은 교복에 흙이 묻는 게 신경 쓰였지만, 앞장서는 B군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만큼 길지 않은 굴을 통과하자,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거기서 A군은 놀랐다.     


“헐, 뭐야?”     


정면의 벽에 원숭이 얼굴 조각이 커다랗게 새겨져 있었다. 눈을 감고 입을 크게 벌린 형상이었는데, 이마 위로 주름진 뇌가 드러나 있는 특이한 조각이었다.

B군이 놀란 A군을 툭 치며 말했다.   

  

“야, 너 천 원 있지?”

“어? 어.”

“그럼 천 원이랑, 교과서 아무거나 꺼내 봐.”     


A군은 순순히 시키는 대로 했다. 

B군은 조각으로 다가가 시범을 곁들여 설명했다.     


“자, 한 손으로 이렇게 원숭이의 뇌를 만지고 있는 상태에서 천 원을 입에 집어넣어 봐. 절대 이 손을 떼면 안 돼!”

“어.”     


A군은 B군이 비켜난 자리에 서서 한 손을 뇌에 올렸다. 가까이서 보니 커다란 입안은 끝이 보이지 않는 구멍이었다. 그 안으로 천 원짜리를 떨구자 순간,     


그그긍-     


원숭이의 감긴 눈이 돌가루를 날리며 떠졌다.     


“어!”     


깜짝 놀란 A군을 보며 빠르게 소리치는 B군.     


“손 떼지 마! 손 떼지 말고, 이제 그 안에 교과서를 넣어!”     


A군은 놀라면서도 시키는 대로 했다. 그 순간,     


“아!”     


A군의 눈이 감기며, 순식간에 몰입 상태가 되었다.

약 10초 뒤, 원숭이의 눈이 다시 감겼다.      


그그그긍-     


“헉!”     


눈을 번쩍 뜬 A군이 깜짝 놀라 B군을 돌아보았다.     


“세상에! 교과서 내용이 완벽하게 기억나! 아니, 완벽하게 이해돼!”

“어때? 멋지지?”     


B군은 씩 웃었고, A군은 감탄했다. 어쩐지, 이거라면 당연히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다.

흥분한 A군을 진정시키며, 설명을 시작하는 B군.     


“이건 지혜의 신이야. 뭔가를 넣으면 그 본질이 담고 있는 지식을 그대로 옮겨주지. 물론, 성금은 내야 해. 그리고 성금은 항상 배로 올라. 처음에 천 원을 냈으면 그다음에는 이천 원, 그다음에는 사천 원. 이런 식이지.”

“아…”

“솔직히 말하면, 나는 지금 백만 원도 넘어서 못 쓰고 있어.”

“헐…”     


A군은 놀라며 머릿속으로 몇 회에 얼마인지를 계산했다. 

과장되게 한숨을 내쉰 B군은, 주머니에서 도토리를 꺼내 먹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너는 운 좋은 줄 알아, 인마! 내가 미리 먼저 다 해봤으니까 말이야. 나는 솔직히 말하면, 다 낭비한 거야. 생각해 봐, 지금 성적 잘 나와 봐야 뭐하냐? 나중에 수능이 중요하지!”

“아…”

“그러니까 너는 지금 쓰지 말고, 나중에 수능을 위해 쓰란 말이야. 내 꼴 나지 말고!”     


B군의 말은 구구절절 옳았다. A군은 새삼 고마웠다.      


“내가 아까 말했지? 절대 비밀을 지켜야 하고, 그리고 나 좀 도와달라고.”

“어.”

“그래서 부탁이 있는데… 한 십만 원만 보태줄 수 있어?”

“십만 원?”     


십만 원이 당장 큰돈이긴 하지만, A군은 오래 망설이지 않았다. 이런 기연이 십만 원이라면 정말 너무 싸다.      


“그래. 알았어.”

“고마워! 짜식, 나중에 네가 지식을 넣을 때 그때 줘.”     


둘은 웃으며 동굴을 나섰다. 둘은 앞으로 무척 사이가 좋아질 것 같았다.

그날 이후 A군은 시험 성적이 안 나와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B군과 함께 수능용 책을 선정하고, 돈을 모으는 것에 집중했다.

시간이 흘러, 모든 것이 준비된 어느 날. 둘은 다시 원숭이 조각 앞에 모였다.     


“자, 시작해.”

“그래.”     


A군은 원숭이의 뇌에 손을 올리고, 이천 원을 넣었다.      


그그그긍-     


A군은 여러 차례에 걸쳐 준비해간 책의 지식을 모두 습득했다. 그리고 머릿속에 가득한 지식과 그 이해를 느끼며 희열에 떨었다.     


“완벽해!”

“자, 이젠 내 차례인가? 난 돈이 없어서 한 번밖에 못 하겠네.”     


A군이 비켜나고, B군이 원숭이의 뇌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돈을 털어놓는데 순간,     


“윽! 뭐야? 돈이 걸렸어! 망할! 너 남은 돈 없지?”     


B군은 인상을 찌푸리며 구멍 쪽으로 머리를 기웃거렸다. 그러나 뇌에서 한 손을 못 떼서 자세히 숙여 보지 못하는 상황. 다급하게 A군을 불렀다.     


“야, 도와줘! 플래시 좀 켜 봐!”     


A군이 얼른 핸드폰 플래시를 비추며 다가갔다. 그가 고개를 숙이고 원숭이의 입안을 적극적으로 살필 때, B군이 말했다.     


“야, 근데… 내가 전에 한번 다람쥐를 넣어본 적이 있거든? 어떻게 됐는지 알아?”

“응?”

“글쎄, 다람쥐의 모든 지식이 전해지더라고. 먹이를 찾는 방법부터 그걸 저장하는 방법, 천적을 피하기 좋은 방법 등등 모두 말이야.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어.”     


그그그긍-     


“어?”     


A군은 갑자기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에 고개를 들려고 했다. 원숭이의 눈이 떠지는 소리가 아닌가? 

한데,     


“아!”     


B군이 A군을 강하게 밀었다.

아차 하는 순간 원숭이의 입안으로 삼켜지는 A군. 

곧바로 B군의 눈이 감기고, 10초간 새로운 지식이 전해져왔다. 수능에 관한 모든 공부가 완벽한 A군의 지식이.     

.

.

.     


누군가에게 쫓기듯 허둥지둥 산에서 내려오는 B군은 비틀거렸다. 큰 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아, 아니, 아니!”

“처음부터 이럴 속셈이었구나?”

“미안해! 제발!”

“너는 인간쓰레기야!”

“제발, 그만!”

“뭘 그만해? 평생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B군의 입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A군의 말투와 B군의 말투를 반복하며, 한순간도 쉴 틈 없이.

B군은 후회했다. 도토리가 맛있을 때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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