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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Jun 06. 2020

최고 난이도, 노르웨이 여행 준비

(2) 불가능은 없다

  남편은 나랑 이름이 비슷해, 많은 사람들이 바꿔서 부른다. 하지만, 이름 빼고 모든 부분이 다 다르다. 남편은 이성적이고 현실적이고, 경험한 것만 믿는다. 자존감이 건강하고, 사람에게 관심이 별로 없다. 나는 이상적이고 직관적이고, 통찰력이 있다. 자존감이 낮고,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 하지만, 가장 치명적으로 다른 것은 남편은 집에 있는 것이 제일 행복한 사람이고, 나는 강아지 산책하듯 하루에 한 번은 무조건 밖에 나가야 한다.


  그래도 결혼 생활이 가능한 것은, 내가 나가자고 하거나, 여행 가자고 할 때 거절하지 않고 늘 함께 해 준다. 나는 여행 계획 세우는 것을 잘하고, 좋아한다. 직관적으로 세운 나의 여행 계획을 보고, 남편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동선은 효율적인지 등 체크해준다. 아, 눈물의 항공권은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제 루트를 짜고, 숙소와 렌트를 예약하면 된다.

 

  지금까지 갔던 국내 여행, 해외여행 계획을 세울 때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복병이 나타났다. 노르웨이 여행 책을 읽고, 인터넷을 검색해도 이해가 안 간다. 알아볼수록 머리가 더 복잡 해진다. 아무리 걸어도 여전히 모래 위 사막 같은 느낌이었는데, 오아시스가 나타났다. 심지어, 오아시스에는 사막을 벗어날 이정표까지 있다. 그것은 어떤 분의 블로그에 올린 노르웨이 여행 일지였다. 노르웨이를 2번 다녀오신 그분의 설명은 아주 꼼꼼했고, 이해하기 쉬웠다. ‘그래, 이 블로그 글을 뼈대로 루트를 그려보자’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과 달리, 노르웨이 여행은 대자연을 경험하는 로드트립이다. 그래서 루트를 짜는 것이 까다롭다. 오아시스 블로그 글을 중심으로, 다시 여행 책을 읽고 자료를 찾으며 정말 어렵게 루트를 완성했다. 사실, 블로그 글은 1년이 넘은 글이었고, 후반부부터 글이 멈추어 있었다. 글 주인분께 마지막이 너무 궁금하다고 답글로 부탁드렸고, 천사님께서 바로 글을 올려 주셨다.


  우리가 짠 루트에는 첫 번째 ‘미친 도전’이 숨어있다. 여행의 첫 시작점은 프레이케스톨렌이다. 발음하기도 어렵다. 이런 루트에서는 일반적으로 오슬로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가지만 우리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오슬로에서 렌트를 해 프레이케스톨렌 근처 숙소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운전시간만 8시간 이상 예상. 남편은 벌써부터 한숨을 쉬며 괴로워한다. 장롱 면허인 나를 대신해 남편은 여행 내내 혼자 운전을 했고, 주행거리를 보기 위해, 계기판을 리셋하고 출발했다. 마지막 날 주행거리는 깜짝 놀랄 숫자였다.

우리가 계획 세운 루트를 표시한 지도
오슬로 가르데르모엔 국제공항에서 프레이케스톨렌 근처 숙소까지

  가장 높은 산인 루트를 넘었다. 그런데 숙소를 정하는 것 또한 높은 산이다. 노르웨이는 항공권도 그렇고, 쉬운 것이 하나 없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우린 돈이 없다. 물론 돈이 없는 것은 불편할 뿐 불행한 것은 아니다. 우리 여행비용으로는 살인적인 노르웨이 물가를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두 번째 ‘미친 도전’을 하기로 했다. 바로 캠핑이다. 캠핑장에서 잠을 자고, 밥도 요리해서 먹기로 했다. 노르웨이는 캠핑의 민족답게, 캠핑장이 정말 많다. 평소에는 예약이 필요 없지만, 우리가 가는 시기는 극성수기여서 예약이 필수다.


  캠핑장에는 잠만 잘 수 있는 ‘히떼’라는 작은 오두막, 텐트 치는 자리, 캠핑카 자리가 있다. 히떼는 5만 원 - 8만 원 정도이고, 텐트 자리는 2만 원 이하로 이용할 수 있다. 우리는 원터치 텐트를 가져가기로 했다. 10만 원 이하로 백패킹 텐트를 열심히 검색했다. 그런데, 살짝 불안한 마음이 있어, 노르웨이에서 한인 민박을 운영하시는 이름 모를 분께 글을 남겼다. 이름 모를 그분은 강하고 직설적인 어투로 답글을 남겨 주셨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얼어 죽고 싶으면 텐트 치고 자세요’였다. 


  ‘돈보다 목숨이 중요하지’. 우린 바로 텐트를 포기하고 히떼를 예약하기로 했다. 위에서 말했듯 캠핑장은 너무 많았고, 가성비 좋은 곳을 찾기에 정보도 없었고, 도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위치가 좋고, 느낌적으로 꽂히는 아무 곳으로 예약을 했다. 루트도 숙소도 노르웨이어 때문에 더 헷갈렸지만, 어쨌든 해냈다.


  준비의 마지막 고비 물품 준비다. 이 또한 쉽지 않다. 캠핑용품으로 의자, 테이블, 코펠, 수저, 식료품, 양념통, 침낭, 배게 커버, 여름 이불을 챙기고, 여름, 가을 옷 등을 챙겼다. 남편은 준비물이 너무 과하지 않냐고, 빼자고 했지만 난 고집을 부렸고, 여행 중 남편은 나한테 고마워하며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 준비는 진짜 끝이다. 이미 여행이 끝난 것처럼 몸과 마음이 힘들지만, 드디어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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