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자 골프 4] 골프의 길(도)을 찾아서
안기자는 자신의 승리를 자신했다. 레이크코스 마지막 홀은 630미터의 파 5 홀, 무지막지하게 길지만 직선 코스로 멀리만 보내면 된다. 후반부로 오면서 드라이버가 안정되면서, 김사장보다 빠르게 그린에 진입할 거라 생각했다. 이제 농부의 힘을 보여줄 때다. 그런데 티샷이 멀리 산속으로 사라졌고, 김사장은 페어웨이 중간으로 잘 보냈다. 처음부터 한 타 지고 시작했다.
“한 타 접어준 거야.”라고 떠들었지만, 마음은 조급해지고, 만회해야겠다는 생각에 유틸리티를 잡았다. 연습장에서 보통 160~170미터를 쳤던 채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제대로 맞지 않아, 급해 죽겠는데, 60미터나 갔을까? 웨지를 쳐도 이것보다 멀리 가겠다. 한 번 더 망샷이 나오고, 그사이 김사장은 저 앞에 가고 있다. 세 번 만에 잘 맞았지만 그린 옆 벙커에 빠져버렸다.
벙커에서 나와 홀 아웃하는 동안 김사장이 어떻게 치는지 보지도 못했다. 모두 마무리하고 캐디에게 조용히 스코어를 물었다. “똑같아요. 진짜 골프 쌍둥이 맞네요!”라며 웃었다. 이 정도면 승부조작 수준이다. 작년, 재작년 베트남 다낭에서 칠 때도 승부를 내지 못했는데…. 후반부로 오면서 몸이 급속히 안 좋아져 클럽 들 힘도 없어진 김차장이 말했다. “내일, 더블!”
물 좋기로 소문난 파인리즈CC의 온천도 못하고 로비에 누워있는 김차장을 먼저 숙소에 눕혀놓고, 박빙의 승부를 펼친 김사장과 안기자는 사이좋게 점심을 먹으러 갔다. 메뉴는 이번 라운드에 도움을 해님이 추천해 준 뼈찜이다. 기분도 좋고, 음식도 맛있어 술이 술술 들어갔다. 저쪽 테이블에 있는 사내들이 보내준 술도 먹고, 급기야 합석을 해서 웃음 잔치를 벌였다.
“고마워, 김사장. 좋은 기회를 마련해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 주다니.” “별말씀을. 나도 너희와 함께 하면 더블로 즐겁다네.” 김사장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근데 우리 헤어질 때 되지 않았는가? 내일은 내가 이기든 네가 이기든 승부를 보자!” “좋아! 매일 연습하는 안기자의 힘을 보여주겠어!” “지랄!(웃음)” 그렇게 고만고만한 두 사내는 헤어질 결심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