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자 골프 11] 12째 라운드 2
아쉽다. 처음 9홀에 갔을 때는 그것도 길게 느껴졌는데, 이젠 너무 아쉽다. 18홀 라운드가 내일 아침에 있으니, 정신 차리고 계획한 작전에 돌입해야지. 이름하야 ‘절주작전’. 지난번에 파인리즈 CC에 왔을 때 하도 기분이 좋아 만취상태에 이르렀고, 숙취 골프를 진행하며 ‘관리’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나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것이 골프니까.
술이 몇 잔 돌고 김사장과 김프로님(이하 ‘님’ 생략)이 작전을 짜는 게 눈에 들어왔다. “내일 게임의 재미를 높이기 위해 팀전을 펼치는 건 어때? 나랑 김프로, 너랑 김차장.” 응, 이건 그냥 점심을 얻어먹겠다는 이야기. 김차장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내가 날 못 믿…. 음. 술김이 아니었다면, ‘노(No)’를 했겠지만, 자존심을 살살 긁는 김사장의 언변에 ‘예스’를 말해버렸다.
새벽 5시에 일어났을 때, 김차장이 4시에 보낸 속초 바다 사진이 도착해 있었다. 아직 밖은 컴컴한데, 전에 찍은 사진인가? 나중에 알고 보니 1시간 반 자고 잠이 깨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 일찍 출발했다는…. 아침을 먹으며 상황을 말하니 김차장은 당황하며 받아들였다. 그리고 당당하게 말했다. “우리에게 3 업(UP)을 주시오!” 그렇게 게임의 규칙은 정해지고, 티오프!
첫 홀에도 모두 드라이버가 잘 맞았는데, 안기자만 공이 웨지처럼 하늘 높이 솟았다. ‘괜찮아, 아직 많이 남았어.’ 마음을 쓰담쓰담했지만, 세컨드 샷은 해저드 행. 다행히 어제 배운 퍼터 방법이 통해 최악은 면했다. 시나브로 점수를 잃어가며 맞은 파3 3번 홀, 김프로가 버디를 하면서 기세를 올렸다. 버디는 점수가 추가돼 역전당할 상황, 안기자의 그림 같은 버디가 나왔다.
참 희한하지. 버디 분위기를 이어가면 좋으련만, 항상 안 좋은 결과가 나온다. 트리플 보기와 양파, 점수 새는 소리가 술술 들린다. 양파 이후 각성 싸대기로 정신을 차리고 있는데, 김사장의 표정이 좋지 않다. 창백한 그의 얼굴에서 속에서 무언가 부글부글 끓는 것이 보였다. 티샷은 물에 빠지고, 결국 자연의 부름(nature’s call)을 받은 그는 카트를 타고 멀리 사라졌다.
김사장이 사라진 8번 홀, 미스 샷 2개와 해저드 샷 1개. 이럴 줄 알았으면 친구 따라갈걸. 전반 마지막 홀에서 돌아온 그의 얼굴은 그렇게 평온할 수 없었다. 드라이버 티샷은 기가 막혔고, 세컨드 샷은 그림 같고, 퍼팅은 아름다워 파를 기록했다. “이게 바로 똥샷의 힘이다!” 후반전 첫 홀 오너가 된 김사장이 경기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3 업을 모두 까먹고, 0:0 균형이 맞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