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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밍이 Jan 15. 2021

20대 초반의 '짝'과 30대 초반의 '스트레인저'

5박 6일 만에 내 반쪽을 찾게 된다고?

"예전 프로그램 '짝'이 새롭게 나온대!"


30대 여자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다름 아닌 연애. OTT의 홍수 속에서 나는 연애 프로라는 프로는 모두 섭렵했다. 그중에서도 나에게 생각과 고찰을 하게 하는 프로는 요즘 새롭게 하는 짝 리턴즈, '스트레인저'다. (왓챠,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프로그램의 형식은 짝과 거의 똑같다. 애정촌이 아닌 스트레인저 빌리지에서 낯선 남녀 12명이 5박 6일간 함께 부딪히며 서로의 반쪽을 찾기 위해 탐색하고 경쟁한다. 마지막 날 이들은 최종선택을 하고 서로 커플이 되느냐 남남이 되느냐가 결정된다. 중간중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기회가 있다. 식사시간을 함께할 사람을 선택한다든지, 미션을 통해 데이트권을 획득해 데이트를 신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선택이 최종선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묘미이다.


'짝'이라는 프로는 내 기억에 아마도 20대 극초반에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창 대학생이 되고 썸인 듯 아닌 듯 설레는 마음으로 밀당도 해보고 연애도 했던 시기에 20대 후반, 30대 초반이 주를 이뤘던 '짝'은 재미는 있지만 내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나는 32살이 되었고, '스트레인저'를 보면서 마치 내가 출연자라도 된 양 저 사람은 어떻고 저 사람은 저떻고 얘기하며 보게 되었다.


조건을 안 볼 수가 없네


이 프로그램은 서로의 이름은 숨긴 채 미스터김, 미스이 등의 성을 부르면서 5박 6일을 지낸다. 첫날은 서로의 성만 알 뿐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지나가지만 둘째 날 아침이 되면 서로의 나이와 직업, 사는 곳을 알게 된다. 신기하게도, 아니 당연하게도 첫날의 선택과 둘째 날의 선택은 달라진다. 서로가 사는 지역이 너무 멀기 때문에, 직업적인 성향이 많이 달라서,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기 때문에 등등의 이유로 처음에 끌렸던 사람보다 더 자신에게 맞는 짝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너무나 이해되는 상황이다. 20대 때는 그냥 외모가 마음에 들고 성격이 잘 맞으면 연애를 시작했던 나인데, 이제는 외모, 성격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와 라이프스타일도 맞아야 하고, 밥벌이는 하고 있는지, 사는 지역은 나와 너무 멀지는 않은지 고려하게 된다는 것이다. 왜 그런고 하니 외모, 성격 이 두 가지만 고려한 연애는 주로 실패로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정말 사랑한다면 다 이겨낼 수 있잖아 등의 이유는 20대 때 물 건너간 구닥다리 사유가 되어버린 것이다. 내가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 내가 실패하고 싶지 않기 위해서 나도 어느덧 내가 정말로 좋아하지 않는 '조건'이라는 것을 보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어릴 때는 이게 나쁜 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게 꼭 나쁘다고만 할 수 있는지 물어보게 된다. 어쩌면 현명한 게 아닐까? 내가 다치지 않기 위해서, 나는 소중한 사람이니까.  


물론 서로를 알아보기에는, 관계가 깊어지기에는 5박 6일은 너무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30대가 되고 나니 '스트레인저'처럼 서로 각기 다른 직종에 근무하는 새로운 누군가를 '알' 기회는 흔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스트레인저 빌리지'라는 곳에 입소해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이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으며, 5박 6일간 어딘가에 나가지 않고 온종일 붙어있으면 6일 후 호감을 가지고 관계를 시작하기에는 어쩌면 충분한 시간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의미에서 '스트레인저'는 30대의 또 다른 만남의 장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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