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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밍이 Jan 14. 2021

사람에게 다친 나에게 찾아온 여행

직장동료와 함께 떠난 유럽 - 1편 : 코로나 이전

"반장님, 여행가요?" (반장님은 우리 회사의 직원에 대한 호칭이다.)


업무 중 쉬는 시간에 나는 만 서른을 맞이하여 내 생일날 떠나는 여행을 준비 중이었다. 지난 2년간 근무하며 어디 한 군데 떠나지 않고 다시 유럽을 방문하겠노라 다짐했던 것이 곧 현실화되는 순간이었다. 비행기표를 예약하려고 알아보고 있던 그때, 내 뒤에서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저도 유럽 가려고 하는데, 혹시 가게 되면 같이 가요!"


선뜻 다가온 제안에 놀라움 반, 반가움 반이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나는 가족여행 외에는 누구와도 여행을 같이 가본 적이 없었다. 해외는 더더욱. 혼자 하는 여행이 익숙했던 터라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여도 될지 고민이 되었다.


둘째, 나는 이전 회사 사람들과 잘 지내지 못했다. 회사 사람들과 여행을 간다는 건 정말 생각도 못할 일이었고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말 그대로 사람에게 다친 상처가 큰 나였다.


고마웠다. 어쩌면 나에 대한 편견이 없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선뜻 나에게 여행을 함께 하자고 제안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고마웠고, 여행을 함께해도 괜찮을 만큼 나를 믿어준다는 것 같아 고마웠다.


고민과 고마움 중에 나는 고마움이 더 컸던가보다. 그 제안을 그 자리에서 수락했고 우리는 서로 이틀간의 간격을 두고 떠나기로 했고, 5일간 함께하는 일정을 계획하여 비행기표를 예약하였다. 포르투와 바르셀로나를 목적지로 정해두고 3-4달간 열심히 돈을 모아 여행을 준비하였다.


근무지에서 만날 때 서로 얼마 모았는지 이야기도 하고, 어디가 가장 가고 싶은지 나누기도 했다.




우린 함께 가우디 전시회를 다녀오기도 했었고,



커피를 먹으며 스페인에 관한 책을 읽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 하루 여행 날짜가 다가왔다.


 내 생일을 3일 앞둔 여행 당일,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는 나는 근무를 마치고 직원분들께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하고 출국장으로 향했다. '그래, 모 아니면 도야. 내가 먼저 배려하고 동료와 잘 지내다 오자!' 근무지로 보는 인천공항과, 여행을 떠나는 여행객의 입장에서 보는 인천공항은 꽤나 느낌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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