훠궈, 촨촨, 마라탕, 마파두부, 페이창펀, 쏸라펀, 단단미앤, 회과육
친구들과 중국음식을 먹으러 여행을 왔고, 가끔은 일로 중국을 몇 번씩 찾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천 음식과 격정적인 사랑에 빠진 계기는 프랑스 파리에 살면서이다. 아시아를 벗어난 외국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겠지만 외국에서 맛보는 한식에 만족하기는 쉽지 않다. 스스로 요리를 해서 먹거나 가끔 특정메뉴가 그리워 한식당을 가지만 먹어왔던 개인적인 기준과 경험에 바탕을 두어 까다롭게 평가할 수밖에 없는 한식당을 찾으며 우리는 실망을 거듭한다. 그리고 한식과 약간의 공통분모가 있는 아시아식을 대안으로 찾아 나선다. 한식과 달리 외국음식이다 보니 그 맛이나 스타일에 조금은 너그러울 수 있어 향신료에 거부감이 없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일식이나 중식을 끊임없이 탐험하게 될 것이다.
파리에 사는 동안 다양한 중국음식을 먹기 위해 중국 친구를 사귀고, 중국인들의 커뮤니티나 웹사이트를 찾아 정보를 얻었다. 꼭 먹고 싶은 한식은 한국에 돌아가서 먹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쏸라펀(새콤하고 매운 당면국수) 혹은 사천식 마파두부를 만들어 먹어야 하는 음식 취향만큼은 절반의 사천 사람처럼 살았다. 코로나 시대의 격리기간 동안 몇 달 동안 식당에 갈 수 없어 실패와 좌절을 거듭하며 사천음식점에서 먹을 수 있을법한 시간과 테크닉이 필요한 사천요리를 집에서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 어느 날 운명처럼 훠궈와 마라탕, 마파두부가 있는 강렬한 빨간 맛의 본고장 쓰촨 성의 청두에 살게 되었다.
세계 여러 도시마다 세제, 음식, 사람들의 체취 등 공항이나 길에 서있으면 순간적으로 그 공간을 소개하고 정의하는 그 특유의 냄새가 있다. 산 넘고 물 건너 청두의 공항에 어렵게 도착해 저녁식사 시간이 다 되어 숙소로 들어오는 길에서 고추와 마늘, 사천후추를 같이 볶고 뒤섞은 듯한 청두 입성을 환영하는 듯한 매캐하고 자극적인 냄새를 흠뻑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