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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들 Oct 19. 2024

inability가 아닌 industry

그냥 하면서 산다.

 어릴 때 인기 있는 친구는 이유가 있었다. 잘 생겼다. 축구를 잘했다. 달리기가 빨랐다. 게임을 잘했다. 싸움을 잘했다. 말을 웃기게 했다. 머리가 좋았다. 노는 데 진심이었다. 남들이 없는 뭔가 하나는 있었다. 난 모두 해당 안 됐다. 뛰어난 구석이 없었다. 특기를 답할 때면 늘 난감했다.

 점차 자존감이 낮아졌다. 사춘기에 들어 더 했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게 부끄러웠다. 뭔가 할 때 자신감이 없었다. 위축되고 주눅 들었다. 피할 수 있다면 도망쳤다. 그나마 할만한 것만 골라서 했다. 리스크가 있으면 미리 포기했다. 무능하다고 생각이 굳어졌다. 쭈구리였다.

 그나마 잘하는 게 있었다. 끈기가 있었다.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했다. 잠을 줄였다. 종일 생각했다. 지독하게 몰입했다. 될 때까지 했다. 내겐 어렵지 않았다. 특별한 능력이 필요 없었다. 그냥 하면 됐다. 난 시간이 오래 걸렸다. 언젠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공부할 때 힘들었다. 시험 기간이면 달달 외웠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융통성이 없었다. 토시 하나까지 외웠다.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머리에 천천히 새겼다. 수행하듯 했다. 다행히 중간 이상은 갔다. 비효율적이었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지금 생각하면 미련했다. 다시 하면 요령 있게 할 수 있다.

 군대 가기 몇 달 전 공장에서 알바를 했다. 용기 뚜껑 잠그는 일이었다. 웬만하면 자리 안 뜨고 일했다. 엉덩이 무겁게 자리를 지켰다. 장갑 끼면 불편해 맨손으로 했다. 나중엔 손에 물집이 잡혔다. 물집을 피해 계속 돌렸다. 익숙해지니 속도가 빨라졌다. 물집이 아물고 굳은살이 됐다. 한동안 변함없이 그렇게 했다. 사장님이 눈여겨보셨다. 다른 일도 맡기셨다. 처음엔 짧게 일하려고 했다. 적당히 돈 벌고 놀다 들어갈 생각이었다. 계획이 틀어졌다. 입대 직전까지 그곳에서 일했다.

 지금 하는 일도 마찬가지였다. 남들이 기피하는 업무였다. 해도 인정받지 못했다. 사원 때여서 주는 대로 받았다. 늘 그렇듯 난 그냥 했다. 끝장을 봤다. 모르면 알 때까지 연구했다. 문제 해결할 때까지 물고 늘어졌다. 야근이 잦았다. 주말에도 출근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았다. 내 할 일을 했다. 맡은 일은 책임지고 했다. 하다 보니 10년이 넘어갔다. 나 같은 사람이 많지 않았다. 아직 그 업무하고 있다고 하면 놀랬다. 대단하다는 사람도 있었다.

 근면도 능력이었다. 내가 가진 특기였다. 시작은 화려했지만 끝이 흐지부지한 사람이 많았다. 꾸준히 하면 나중에 몇 명 남지 않았다. 처음엔 나도 아는 게 없었다. 버티니 노하우와 지혜가 쌓였다. 그것들이 내 직장 생활을 이어가게 했다. 몇 줌 안되지만 경쟁력이 됐다.

 다른 사람에게 없는 것이니 재능이었다. 나도 재주가 있는 사람이었다. 더 이상 무능하지 않았다. 그동안 나를 잘 알지 못했다. 스스로 사랑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내게 미안했다. 이제 그렇지 않기로 했다. 나도 멋진 사람이다. 성실함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자부한다. 아주 훌륭하다.

 가장 날 인정해 준 사람은 아내였다. 아내는 내가 존경스럽다고 말한다. 아내가 못하는 것을 내가 한다. 내가 못하는 것을 아내가 한다. 나도 아내를 높인다. 서로 보완한다. 못할 일이 없다. 혼자 헤쳐나가기 힘든 세상이다. 함께라면 갈 수 있다.

 내 특기를 다른 곳에 쓴다. 내 꿈에 쏟는다.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한다. 직장 다니며 하기 쉽지 않다. 그래도 그냥 한다. 원래 하던 대로 부단히 노력한다. 남는 시간에 틈틈이 한다. 목표를 세워 도전한다. 시간은 오래 걸릴 것이다. 최소 10년 예상한다. 하다 보면 전에 없는 뭔가 발견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즐겁다.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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