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인기가 없었다. 얼굴이 못 생겼다. 재밌지 않았다. 운동 신경이 부족했다. 게임에 소질이 없었다. 놀 줄 몰랐다. 잡기에 능하지 못했다. 매력 없는 사람이었다.
낯을 가렸다. 친하지 않으면 입을 꾹 닫았다. 무슨 말을 할지 몰랐다. 실수할까 봐 말을 아꼈다. 그 사람이 싫은 게 아니었다. 어색한 상황이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이 불편이 불쾌로 전달될까 전전긍긍했다. 스몰 토크가 약했다. 친해지려면 오래 걸렸다.
친구가 있었다. 많지 않았다. 공통분모인 사람이 있었다. 가까운 관계는 편했다. 주로 잘 들었다. 같이 신나게 놀았다. 지금도 만난다. 학창 시절이 외롭진 않았다. 인간관계가 넓지 않았다. 그 대신 깊었다.
인정받고 싶었다. 친구 많은 사람이 부러웠다. 낯선 사람과 쉽게 친해지길 바랐다. 사람들이 먼저 찾는 인물을 꿈꿨다. 여기저기서 연락 왔으면 했다. 약속 많은 인기인이 되길 원했다.
잘 생겨지면 그럴까 싶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방법이 있었다. 말을 잘해야 했다. 유머러스한 사람이 돼야 했다. 텐션이 높아야 했다. 외향인을 모델로 삼았다. 보고 따라 했다. 인싸가 되려고 노력했다.
안 하던 짓을 했다. 밝은 사람이 되기로 했다. 괜히 사람들과 친한 척했다. 사람 좋은 흉내 냈다. 웃기려고 노력했다. 회식 자리에 빠지지 않았다. 존재감을 남기려 안간힘을 썼다.
하다 보면 바뀔 줄 알았다. 그런 사람이 되는 줄 알았다. 안타깝게도 아니었다. 아무도 그렇게 봐주지 않았다. 역효과가 났다. 그냥 나대는 사람이 됐다. 이불킥 감이었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었다. 정장이 어울리는데 힙합을 입은 꼴이었다. 원래 맞지 않았다.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사람들이 먼저 알아봤다. 나만 몰랐다.
연기였다. 내 속에서 원하지 않는 움직임이었다. 억지로 했다. 마음과 행동이 반대였다. 내면이 채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비어 갔다. 가짜니 당연했다. 완전히 망했다.
원래대로 돌아왔다. 생긴 대로 살기로 했다. 어울리는 옷으로 다시 갈아입었다. 속이 편했다. 몸가짐도 자연스러웠다. 돌아오길 정말 잘했다.
주변 친한 사람들을 지켜봤다. 나와 인간관계 맺는 이유가 있었다. 내가 모르는 장점을 알고 있었다. 난 말이 많지 않았다. 그만큼 잘 들었다. 깊이 공감했다. 칭찬을 했다. 위로를 했다. 기분 좋은 말을 했다. 선 넘지 않았다. 배려했다. 내가 가진 매력이 있었다.
내 진가를 알아주는 사람들이었다. 가까이 있었다. 놓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을 볼 게 아니었다. 그들부터 챙겨야 했다. 감사한 분들이었다. 보답하고 싶었다. 더 이야기를 잘 들었다. 원래 하던 대로 잘했다.
날 가장 아끼는 사람은 아내였다. 아내는 늘 날 인정했다. 높이 세웠다. 덕분에 내 자존감도 올라갔다. 내가 더 잘 보였다. 더 잘 알게 됐다. 장점부터 보게 됐다. 부족한 부분을 없애려고 힘쓰지 않았다. 잘하는 것을 더 키웠다.
있는 그대로 받아 주는 사람은 한 명으로 충분했다. 많이 필요 없었다.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됐다. 바로 옆에 있었다. 그 한 사람으로 살아났다. 아내에게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양쪽 말을 들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