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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smi Sep 24. 2021

VC 를 만나다 (2)

초심으로 돌아 가자 초심캠프

배달의 민족(우아한 형제들) 뷰노 배틀그라운드(PUBG) 스푼라디오 등 화려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본 엔젤스.

스타트업에 그닥 관심이 없었을 때도 본엔젤스의 이름은 많이 들어 봤다. 그런 본엔젤스에서 초심캠프라는 새로운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http://bonangels.net/chosim


우리가 지원했을 때(2021년 상반기)가 1기였고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정말 초기 단계(투자 유치 이력이 없는)의 스타트업에 지원해준다는 말에 솔깃했다. 심지어 서류와 면접을 거쳐 최종 발탁이 되면 프로그램 시작 전에 투자유치가 이루어 진다. 


나름 피드백을 받고 피벗팅을 했지만 결국 이전과 같은 문제에 봉착했다. 과연 우리가 해결하겠다고 한 문제점이 과연 진짜 많은 사람들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문제점일까? 설문조사도 진행해 봤고, 탐사를 나갔던 오픈 채팅방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단도직입전으로 질문을 던져보기도 했다. (비록 강퇴당하긴 했지만..) 좋은 아이디어네요, 있으면 쓸 것 같다는 말을 제법 들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확신이 들어야 개발을 시작할 수 있을까? 얼마나 답답했으면 당시 유행하던 '클럽하우스'에서 데일리 호텔 창업자인 신재식 대표님한테 손 들고 질문까지 했는데, 

결론적으로 돌아온 답은 '일단 해보라' 였다. 


결과적으로 성공하든 실패하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 보는 과정 안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 

자체적으로 개발을 못 할수도 있다. 그러면 바로 외주로 맡긴다고 생각하지 말고, 개발을 할 수 있는 사람을 팀으로 영입해라. 이것 또한 그 팀의 능력이다. 


개발, 그것도 특히 앱 개발은 외주비가 아주 비쌌다. 우리가 그것을 직접 해 봄으로서 들이는 기회 비용보다 훨씬 더. 자체 개발에 성공한다면 그것 자체가 우리 팀의 능력, 경쟁력이 되고 실패한다면 한계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얻을 게 있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무스비 - 라는 말처럼 모호하고 다소 무책임한 말로도 들릴 수 있지만 그게 정답이긴 했다. 해보기 전까진 아무것도 모르는 거니까. 



이번에도 팀 전원 (4명), 그리고 본엔젤스의 파트너님, 그리고 한 분이 더 들어오셨는데 결과적으로는 저번에 했던 네이버와의 미팅보다 더 우왕좌왕하는 미팅이 됐다. 인터뷰 초반부터 뭔가 발표 내용이 잘못 전달되고 있음을 느꼈다. 이를 바로 잡고 싶어 서로 말을 하려다 보니 실제 우리 사업에 대한 이야기는 비교적으로 짧게 진행 됐다. 핑계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미 발표가 끝난 상태에서 잘못 전달된 내용을 고치기는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두 번째로 한 VC 와의 미팅도 그 다음 단계로 이어지진 않았다. 우리가 받은 피드백은 아래와 같다. 



*사진을 찍는게 문제인가? 사진을 찍지 않는게 문제인가? 문제 정의가 잘 와닿지 않음. 추상화된 말이 아닌, 뾰족한 문제 정의가 필요하다. 

: 뾰족한 문제 정의라는 말이 와 닿았다. 사진을 찍는데 그것이 체계적으로 아카이빙 및 관리되지 않아 눈바디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가 생각한 문제점이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운동 시 몸 사진을 찍는 사람과 찍지 않는 사람의 비중이 50 대 50 정도 되어, 만약 사진을 찍는 사람들만을 타겟팅한다면 시장이 너무 작아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I 라는 키워드를 빼고 싶다. 이제 기술력만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아니다. 

: 이 부분은 사실 앞선 네이버와의 미팅 때 나온 얘기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술은 사실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다. Pose detection, 그리고 image to image translation 이라는 기술에 꽂혀서 '어떻게든 이 기술을 사용해 보겠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면 그것이 100% 틀리다고는 말을 못하겠다. 

다만 네이버는 기술 그 자체를 중요시하고, 그래서 새로운 기술을 발굴하고, 그 기술을 사용한 창업을 도와주는데 특화되어 있는 반면 본엔젤스는 아무리 기술 창업이더라도 기술에 +알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듯 했다. 배달의 민족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플랫폼 기업이 된 것을 보면 이해가 간다.

 

*보안 문제도 있는데, 고객이 왜 우리 서비스에 사진을 남기고 싶어 할까?

: 아무래도 몸 사진을 남기는 것이다 보니 예민한 부분이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아이템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했는데 보안 솔루션을 이용하겠다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이런 리스크를 떠안으면서까지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이것이 우리의 차별점이자 아이템 핵심이 될 것이다. 

사실, 애초에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가 큰 사람들은 우리의 고객으로 고려하지 않았다. 아무리 보안 솔루션을 쓴다 해도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일 테니까. 우리의 고객은 인스타그램에, 혹은 오픈 채팅방에 자신의 사진을 스스럼 없이 올리는 사람들이다. 물론 모두가 다 알고 쓰는 SNS 에 사진을 올리는 것과 누가 운영하는지도 모르는 앱에 올리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일 수 있지만, 적어도 네이버 웹툰에서 미리보기 캡처를 방지하는 것처럼, 무단 저장 및 유포를 방지할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필드에서의 목소리가 반영된 팀을 만나고 싶다. 이 사업이 될 것 같다면, 왜 될 것 같은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 아쉽게도 본엔젤스와의 미팅을 진행할 당시 MVP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건 그냥 어쩔 수 없나 보다. 아무리 초기 상태의 팀에도 투자 기회를 준다고는 하지만, VC 입장에서는 MVP 검증도 안 된 팀을 원하지 않는다. 


*팀을 볼 때, 지속적으로 인사이트를 뽑아낼 수 있는 팀인지를 본다. 인사이트를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은 보이는데, 지금 단계는 아직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뽑아낼 단계는 아니다. 

: MVP 개발도 안 된 상태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예상 매출 및 수익을 산정하는 과정에 너무 많은 가정이 들어 갔다. 들어가야 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해 무리해서 준비했는데 오히려 독이 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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