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보면 욕심이 난다
2019.07.09
여느 주말 부부, 주말 가족처럼, 나도 평일에는 서울의 직장에서 일을 하고, 주말에는 아이들을 보러 친정에 내려간다. 금요일 퇴근과 동시에 광주광역시로 향하는 고속버스를 탑승하고 아이들과 부모님과 주말을 보낸 후 월요일 새벽에 서울로 향하는 고속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원거리 이동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도 했었지만 일년을 이렇게 지내니, 이것도 적응이 되어 이제는 할만하다. 초반에는 입에 염증이 끊이질 않고, 감기를 달고 살았지만, 부모님이 지어주신 보약 탓인지, 아니면 그저 몸이 익숙해진 탓인지 이제는 다 괜찮다.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부모님도 모두들 이 생활에 적응해 간다. 애기아빠가 사망하고 나서, 몇 달이 지난 후 아이들을 맨 처음 친정에 맡기고 출근을 하던 일요일을 기억한다. 그때는 지금처럼 일요일을 보내고 난 후 월요일 새벽에 올라오지 않고, 일요일 오후에 서울로 올라왔는데, 그 여름날 오후 아이는 옴팡치게 울었다. 둘째는 갓 돌이 지난 상태라 오히려 그간 몇 달간 서울에서 아이들을 봐주시던 할머니(친정엄마)와 더 정이 들어 그렇지 않았는데, 둘째보다 19개월 더 먼저 태어난 첫째는 그리도 울었다. 문 앞에서 가지 말라고 무지막지하게 우는 아이를 두고 나오는 나를 두고, 친정아빠는 나를 걱정했다.
“괜찮다, 경옥아. 다 괜찮으니까 얼른 가라.”
라고 그새 눈물을 글썽이시면서 말씀하시는 친정아빠의 얼굴을 본 순간 나도 마구 눈물이 났다. 아이를 떼내고 택시에 올라타던 나는 버스 터미널로 가는 택시 안에서 내내 울었다.
그랬던 날들이 지나갔다.보통은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 월요일 이른 새벽에 바로 서울로 출근을하지만, 가끔씩 서울 집에 청소를 해야 한다든지 해서 뭔가 서울에 주말에 해야 할 일이 있는 날은 월요일 새벽이 아닌, 일요일 오후에 서울에 올라온다. 일요일 오후에 집을 떠나던 어느 날, 아이들은 내게 나란히 서서 허리를 굽혀
“엄마, 회사 잘 다녀오세요.“
하고 인사를 했다. 아, 그 순간 나는 뭔가 모를 뭉클한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걸 느꼈다. 아, 이래서 아이를 낳는 구나. 이래서 다들 자식을 낳아서 키우는 구나. 나는 그때 알았다. 아이들 둘이 나란히 서서 내게 인사할 때, 차오르던 벅찬 감동은 부모가 아니고서는 그 어떤 것으로도 느낄 수 없는 감동일 것이다.
나의 아이들은 벌써 나를 응원해주는 데에까지 자랐다. 나는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되었을 즈음 아이 얼굴을 보며,
“너가 나를 사랑하기 훨씬 전부터, 그 처음부터 나는 너를 사랑했다.”
라고 말해주리라고 늘 생각했는데, 아이는 언젠가부터 내게 더 많은 사랑을 주고 있었다.
비록 주말뿐이지만 그렇게 지지고 볶고 지내는 동안 아이들은 부쩍 컸다. 그리고 남편이 사망하고 난 후 힘들게만 생각되던 시간들은 사라지고, 이제는 이대로도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물끄러미 올라오곤 한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내게 행복과 사랑을 주고, 또 모두가 공감하는 육아의 힘듦으로 인해, 육체적 힘듦도 동시에 준다. 다만 몇 개월 이지만, 아이들은 정말 부쩍 크고, 부쩍 힘이 세졌다. 아이들이랑 놀면, 왜 한살이라도 젊었을 때 아이를 낳아 키워야 하는지를 몸소 느끼게 된다. 그날도 주말 저녁 여느 날처럼 아이들은 내게 엉겨 붙어 있었다. 시름시름 힘들다는 생각도 올라올 때쯤, 마침 애기들 둘이랑 엉겨 붙어서 씨름하던 모습을 지켜보던 친정엄마가 그러셨다.
“야, 너는 하루지? 여기는 매일이야, 그런게.”
음. 정확히 말하면 하루는 아니다. 이틀 정도는 된다, 내가 주말에 아이들과 보내는 날이.
어쨌든 엄마의 그 말을 듣고서 나는 무심히 이렇게 말을 했다.
“엄마, 근데, 그래도, 엄마는 아무리 힘들어도 아빠가 있잖아, 엄마.
나는 아무도 없어.”
라고. 그냥 문득 생각나는 대로, 그냥 조곤 조곤 이야기 했는데, 친정 엄마는 내 말을 듣고 적잖이 놀라셨는지, “아이고, 뭐, 내가 그러려고 말한거는 아니고야,, “ 라고 하시며 당황해 하셨다.
그리고 친정엄마가 그렇게 거실로 나가시고 난 후 방에서 내게 마구 올라타면서 놀던 첫째는 내게 대뜸 이렇게 이야기 했다.
“엄마, 엄마에게는 비니랑유니가 있잖아요.”
라고.
아, 깜짝 놀랐다.
“그렇지, 그렇지. 엄마한테는 비니와 유니가 있지.
엄마가 깜빡했네.
이건 엄마가 정말 잘못 생각한 거다, 그치?
미안해, 빈아.”
엄마는 빈이와 유니 뿐이라고 늘 그렇게 이야기 해놓고, 느닷없이 할머니에게 딴 소리를 하는 엄마를 보고 아이는 또 얼마나 놀랬을까? 세상에, 내 아이가 이렇게 컸다.
이런 아이는 가끔씩 또 너무 귀여운 얘기를 해서 나를 놀라게 한다.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아이와 같이 미술관에 다니러 가던 날, 차 안에서 아이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엄마, 엄마 나는 구름에 올라타면 좋겠어요.”
라고.
“아, 그래? 그래. 엄마도 구름 위에 타면 너무 좋겠다. 근데, 구름에 어떻게 올라갈까?”
“아, 엄마 그럼 헬리콥터를 부르면 어때요?
헬리콥터는 하늘 높이 올라갈 수 있잖아요.
구름에 타면 구름은 차보다도 훨씬 빨라요, 엄마.
엄마 헬리콥터를 불러요.”
애기랑 얘기하다가 그 얘기가 너무 예뻐서 생각해보니, 마침 집에 헬리콥터를 타고 구름에 올라가는 그림책이 있었다. 아, 그걸 보고 얘기 하는 거구나. 아, 귀엽다. 내 애기. 예쁜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을 많이 사줘야겠구나. 엄마 돈 더 열심히 벌어야겠다.
그리고 몇 주 전. 아이가 갑자기
“엄마, 00는 이름을 쓰는데, 저는 못써요.”
라고 하면서 글자를 배우고 싶다고 했고, 유아 한글과 유아 수학 담당하는 선생님이 집으로 오셔서 방문 수업을 시작했다. 토요일에 수업을 하는데, 지난주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께서 수업 내용을 조금 이야기 해주셨다.
“빈이는 마트에서 무엇을 팔고 싶어요?”
하는 내용이었는데, 아이가
“팽이랑 바닷물을 팔고 싶어요”
라고 했다는 것이다. 팽이도 요즘 헬로카보, 다이노 와 함께 아이가 좋아하는 품목 중 하나라서 그렇다 치고,
“바닷물은 뭐예요?”
라고 선생님께 물었더니,
“헤엄치고 싶어서요. 바닷물 많이 팔고 싶어요.”
라고 했다는 것이다. 나는,
“아, 아이가 얼마 전에 물놀이장에 다녀왔거든요. 아마 그래서 그런가 봐요.”
라고 얘기했다.
너무 예쁜 생각을 가진 너무 예쁜 얘기들. 예쁘게 잘 자라고 있는 나의 아이들. 아이들의 행동과 말을 지켜볼수록 엄마는 자꾸 욕심이 생긴다. 내 아들, 내 딸. 너희들에게 헬리콥터타고 구름 가는 것처럼 예쁜 그림책도 더 사주고, 물놀이장처럼 재미있는 곳 더 많이 데려가고 싶어서.
그렇게 해서, 네 그 예쁜 입술에서 더 멋지고, 더 예쁜 이야기들이 더 많이 흘러나오게 하고 싶어서.
2023.07.27
예전에 쓴 글들을 보고 있으니,
아, 이렇게 기록을 해 두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새록새록.
사별하고 힘들었었다, 고만 생각했었는데
이런 글들을 보고 있으면
그동안 내가 얼마나 행복했었나를 깨닫게 된다.
나는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행복해지겠지.
나한테는 너희가 있으니까.
너무 사랑하는 내 애기들.
어제 올린 영상이에요 ^^
사별 후 더 잘살기를. 사별후에 더 성공할 수 있기를
저는 많은 분들이 그러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정말요.
사별 후에도 우리가 얼마나 잘 살 수 있는지,
다른 사람들 기대를 넘어서고, 그 쾌감을 같이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8월 8일 오후 10시에 사별 후에 얼마나 잘 살 수 있는지 세미나를 할거에요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https://forms.gle/mBvAS2iE62khJvu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