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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호 Sungho Kim Oct 17. 2023

1편. 리더십은 정성이다.

며칠 전 후배를 만나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그가 식사 도중 말했다. 

“그때 주신 아이패드 지금까지 잘 쓰고 있습니다.”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내가 언제 아이패드를 사줬지?’

그리자 오래 전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렇다. 난 부하직원들을 위해 이것저것 참 많이도 선물을 고민하고 구매하고 주는 것을 기쁨으로 삼았었다. 입사 기념으로 주기도 했고, 승진 기념으로 주기도 했고, 출장 후에 돌아오며 하나하나 챙기기도 했다. 동일한 선물을 모두에게 그냥 나눠주는 것을 싫어했고 각 사람에게 모두 다른 의미를 담아 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자연스럽게 퇴근 후의 시간에 선물을 사러 다니는 경우도 꽤 자주 있었다. 여직원들을 위한 선물을 고르기 위해서 때로는 아내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회사의 비용으로 주기도 했지만 방금 전 언급한 아이패드와 같이 더 많은 경우엔 내 개인 비용으로 했다. 혹시라도 나의 직책 때문에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선물은 거의 대부분 직원들에게 나눠주었다. 때로 나만 성과금을 받는 경우에는 소액이라도 직원들과 나누며 감사함을 표현했다. 그것이 내게는 리더로서 갖는 마땅한 도리였다. 


내게 합류를 요청한 기업의 대표님과 시간을 두고 서로 합이 맞는지 점검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래서 정식직원의 신분은 아니지만 자문역처럼 근무 외의 시간에 그 기업에 파트타임으로 나가 도움을 주기로 했다. 그렇게 접점을 늘려가면서 대표님이 직원들에게 하는 모습을 근거리에서 지켜봤다. 해외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직원들을 위해 출장길에 자신의 짐보다 직원들에게 줄 음식을 더 많이 담아가는 모습, 오래 앉아서 일하는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고자 의자 하나도 꼼꼼히 고르는 모습, 시간외 근무가 많은 직원들을 위해 보약을 챙기는 모습, 직원의 생일은 물론 결혼기념일 마다 정성스러운 선물을 챙기는 모습, 등 내가 본 것은 직원을 진심으로 위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 때문에 난 오히려 삭감된 급여에도 그 대표님과 함께 하기로 결정했고 그 기업에서 내 직장생활을 통틀어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어느 날 한 팀장이 퇴근 후 미팅을 요청했다. 사뭇 무거운 분위기에서도 느꼈지만 막상 그가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는 말을 꺼냈을 때 내 마음은 철렁 내려앉았다. 너무나 어렵게 선택한 팀장이었고 이제 2년차에 접어들면서 성과도 기대 이상으로 내주는 인재였다. 얼마전 받은 제안이 너무나 좋은 조건이었기에 고민이 된다는 말을 하며 자신의 급여를 인상해 줄 수 있는지 문의해왔다. 하지만 너무나 큰 격차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정성 밖에는 없었다. 먼저 그가 그렇게 인정받고 있음에 대해서 축하했고 그가 어떤 선택을 하던 진심으로 응원하겠다고 했다. 다만, 더 함께 일하고 싶은 내 마음이 얼마나 절실하고 진심인지 표현했다. 당장 조건을 개선하지는 못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급여 만이 아니라 그가 맡은 일에 대해서도 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찾겠다는 약속을 담아 내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그의 결정을 기다렸다. 그는 남기로 했고 그후로도 몇 년을 우리는 환상적인 팀웍으로 일을 할 수 있었다.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라는 책에서 고기리 막국수집에서 보여주는 손님을 향한 진심이 독자들에게 감동을 전해준다는 평을 보고 책을 구매했다. 그 책을 본 후 가족과 함께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막국수집을 다녀왔다. 손님 이전에 사람임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는 마음은 가게가 작던 크던 무관한 일이다.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 장사의 기본이듯이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 인사(人事)의 기본이다.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장사와 인사(人事)는 다르지 않다.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직원을 찾는가? 나는 절실함으로 직원을 붙잡는가? 나는 진정으로 직원이 성공하도록 최선을 다해서 돕고 있나? 직원이 나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정말 소중한 존재라 고백할 수 있는가? 직원의 성장을 위해 리더로서 치루어야 할 값지불을 기꺼이 하고 있나? 


리더십은 ‘리더의 도리’의 영어적 표현이다. 리더란 이끄는 사람, 곧 지도자이다. 이끄는 이가 가져야할 제일의 덕목은 “정성”이라고 나는 믿는다. 정성이 없는 리더는 그냥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일 뿐이다. 정성이 결여된 리더십은 사람을 다루는 한낱 기술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리더십의 출발은 사람을 향한 정성스런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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