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호 Sungho Kim Oct 27. 2023

5편. 경영자와 규율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한 대표님이 급히 찾아왔습니다. 

“급하게 상의할 것이 있어서 뵙자고 청했습니다 대표님.”

“아~네. 무슨 일이신 가요?”

“저희 회사에 팀장들이 있는데 오늘 좀 큰 충돌이 있었어요. 그동안 한 팀장이 주도하면서 다른 팀장을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왕따를 시켰는데요. 왕따를 당해오던 팀장이 오늘 저에게 급기야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오랫동안 성실히 일해온 팀장이고 충성심이 강한 사람이라 일단 반려를 한 후 해결할 테니 시간을 좀 달라고 했죠. 왕따를 한 팀장은 팀원들을 모두 자기편으로 만든 것처럼 보이는데, 저에게 은근히 다른 팀장의 사직서를 받지 않으면 자기와 팀원들 모두 퇴사하겠다는 압박을 하고 있고요. 이 일로 인해서 제가 좀 마음이 복잡하네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마음이 너무 심란하시겠어요. 그런데 혹시 왕따를 시키는 팀장이 회사를 나가면 매출에 타격을 얼마나 받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영향은 있겠지만 그렇게 크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럼 그 팀장이 일을 탁월하게 잘하는 사람인가요?"

"나쁘지는 않지만 실력이 탁월하지도 않습니다."

"그럼 내일 가셔서 해고 통보를 하세요."

"저도 그런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닌데요. 하지만 그 친구를 따라서 팀원들이 다같이 퇴사를 한다면 그건 또 다른 이야기라서 그 부분이 약간 걱정됩니다."

"최악의 경우 팀원들까지 다 같이 나갔을 때 대안은 무엇인가요?”

“전원 새로 채용을 해야 겠죠?”

“새로 채용하는데 어느정도 시간이 걸리나요?”

“글쎄요. 최소 2개월 이상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럼 최악의 경우라고 해도 두 달만 버티면 되는군요.”

“네 그렇죠.”

“두 달 버틴다고 각오하시고 내일 그 팀장을 해고하세요. 최악의 상황이 되지 않을 확률이 훨씬 더 높을 것 같은데요. 팀원들은 많이 안 나갈 수도 있습니다. 설사 나간다고 해도 좋은 것이죠. 이 참에 태도가 안 좋은 사람들을 더 나은 사람들로 교체할 수 있는 기회이니까요.” 

그분은 제 얘기를 듣자 무엇인가 깨달었다는 표정을 짓더니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갔습니다. 그리도 다음 날 실제로 그 팀장을 해고했습니다. 팀원들이 동요를 했지만 제 예상처럼 대거 이탈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탈한 소수의 멤버들은 신규 채용으로 대체했고 두 달도 지나지 않아서 조직은 빠르게 안정되었습니다. 

[ 그때 그 결정을 너무 잘한 것 같아요. 대표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

그분은 문자로 감사인사를 전해왔습니다. 


경험이 풍부한 리더들을 보면 인재를 소중히 여기며 집착하는 반면 어느 직원이라도 아니면 절대 연연하지 않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것이 대단히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 기업의 CFO로 일할 때였습니다. 한 사업의 철수결정으로 대규모의 감원을 진행했는데 그러다 보니 역할에 따라서 한 사람만 남는 경우가 생겼죠. 그 틈을 타서 혼자 남은 직원 중 하나가 급여인상을 요구했고 그 부서장은 당황해서 저에게 급히 달려왔습니다. 전 그 직원을 내보내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사업실패로 구조조정을 하는 상황에서 회사의 약점을 파고들어 급여인상을 안해주면 나가겠다는 협박을 하는 직원이라면 차라리 나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대표는 그 면에서 저와 생각이 일치했습니다.  우리가 정한 원칙은 이것이었습니다. 


“협의를 하려는 직원과는 어떤 협상이라도 한다. 하지만 협박을 하는 직원과는 어떠한 협상도 하지 않는다.”

때로는 자신의 위치나 능력이 회사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협박하기도 합니다. 조금 더 심한 경우엔 정보와 조직도 등을 교묘히 단절하고 의도적으로 조정하여 자신의 중요성을 높이는 행동을 지속하여 회사가 그를 더 많이 의지하도록 만든 후에 교묘하게 협박을 일삼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문에 리더의 의식은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누가 협상의 대상인지 누가 그렇지 않은 지 자칫 섣부르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혼자 정보와 중요 업무를 독점하는 직원은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기에 초기부터 주의해서 막아야 합니다. 

- 회사를 협박하는 직원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방출이 답입니다. 

- 회사 안에서의 자신의 존재와 위치를 절대적으로 중요하게 만드는 사람의 특징은 협업을 하지 않고 밑에 사람도 잘 키우지 않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사람을 조심해야 합니다. 


이태리에서 외국의 제도와 문화에 낯설기 때문에 더 휘둘리기 쉬운 환경에서도 저는 자신을 의지하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협박의 기미를 보인 팀장을 내보낸 경험이 있습니다. 비록 그 결정으로 일정기간 남은 사람과 함께 고생을 각오하고 했습니다. 


다소 과격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결정으로 인하여 아직 회사가 망하는 경우를 본적이 없습니다. 회사는 특정인 때문에 망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가 주저하는 사이에 조직 전체적으로 깊이 뿌리내리는 부정적인 생각과 좋지 못한 태도 때문에 망합니다. 


직원들이 건강한 태도를 갖도록 기준을 제시하고 실행을 독려하는 것을 우리는 규율이라고 부릅니다. 기업이 바르게 경영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규율이 지켜져야 하며 그 일을 하는 최종 책임자는 바로 경영자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4편. 리더가 기억해야할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