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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웅이 집 May 07. 2023

미니멀 유목민 N연차

가까이하기엔 조금 먼 당신


미니멀 유목민이 되기 위해 힘쓰는 날이 계속되는 중. 미니멀 네이티브가 아니기 때문에 노력이 필요하고, 앞으론 노력의 정도가 줄어들 뿐이지 평생 안고 갈듯 싶다 ㅋ  그간 미니멀 태생을 향한 작은 시도와 영향을 적어둔다.


1. 소비점검 

충동구매와는 거리가 멀어졌고, 소비를 할 때 지금 나한테 꼭 필요한지 여러 항목들로 점검하게 된다. 안 하던 걸 하려던 초반에는 자제력 키우기에 가까웠는데, 점검 시도가 오래되다 보니 요즘은 자제력 보단 물건의 필요도를 요모조모 살피고 있다. 필요도와 활용도에 제 역할을 하는 소비인지 점검하는 과정은 소비 후에 만족도를 높여준다. 주로 물건에 대한 소비가 그렇고, 경험소비에 아끼지 않음은 여전하다. 소비를 미뤄두던 항목이 자꾸 생각나면, 그걸 샀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는데 마음이 계속 갈구하면 구매 버튼을 누르고, 안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때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미니멀 소비를 유지하면 내 물건이 어디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굳이 노력 없이도 인지하는상황이 단순한 사고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 없는지 존재감도 모르는 물건이 없어서 좋다. 물건 외에 관계도 미니멀하는 편인데 내 주변과 최측근에게 잘하고 살자는 깊이감에도 집중할 수 있다.


소비점검은 저축 가속도를 붙여주기도 한다. 버는 건 계속되는 상황에서 고정 비용은 예산 내에서만 쓰고 있으니 돈이 잘 모이는 효과도 있다. 생활비나 개인 용돈, 취미활동 등의 고정 비용은 월간 예산을 정해 둔 범위 내에서 사용하고 양가 용돈이나 경조사는 연초에 미리 연간 예산으로 빼서 두니 일상에서 변수로 생기는 돈이 발생하지 않아 계획적으로 돈을 쓰고, 거기에 소비점검 역할이 피처링을 하고 있다.


2. 가방 없는 외출

가방 없는 외출은 일 년 차를 맞는데 대만족. 물론 365일 중에 전부를 가방 없이 다니긴 힘들고, 그중 80%는 내 몸만 챙기는 날들이었다. 이동할 때 신경 쓸게 딱히 없는 점이 좋았다. 익숙해진 지금은, 날씨 좋을 때만 여행 가는 기분이 가끔 튀어나오는 정도. 귀갓길에 뭔가를 사 와도 본래 들고 있던 것이 없으니 챙김에 부담이 없다. 핸드폰과 지갑에만 집중하니 행동과 이동에 대한 여유가 마중 나온다. 대신 가방이 애매하게 필요한 날은 불편하다. 그럴 땐 아예 백팩을 메서 손을 자유롭게 만든다. 이런 시간을 일 년 보내니 가방을 가지고 다닐 때보다 없을 때가 비로소 가방의 역할을 확실히 알게 되었고 (기능적, 심미적 등등) 내 기준에선 딱히 들고 다니지 않아도 큰 지장이 없고, 이런저런 이유들을 제쳐두고라도 이동할 때 몸이 가벼운 게 제일 좋음 ㅋ


3. 평온함 

일단 물건 소비를 늘이지 않으면, 집 공간과 수납 등이 미니멀하게 제 기능만 하도록 유지가 되는데, 이 공간에 있으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건축가 유현준 교수 왈, 인간이 태어나면 2가지 제약을 받는데 첫째는 시간 제약이오, 둘째는 공간 제약이라 했다. 요즘은 정보 과잉 시대다 보니 내가 있는 공간만이라도 미니멀하게 만드든 시도를 하거나 생각을 멈추는 명상 등을 하게 된다고. 미니멀한 공간은 사고할 기회를 더 만들어 주기도 한단다. 내가 있는 공간에서 심리적으로 평안함을 느끼고 몸도 쉬이 누울 수 있는 건 미니멀 유목민을 유지하려는 노력과 거주 공간에 대한 개인적인 가치관을 찾아서라고 생각한다.


건설적인 얘기만 해서 본능적인 솔찍함을 던져보자면 유니크한 화병에 관심이 생긴 나머지 미니멀 일탈도 있다. 꽃을 사고 화병을 사는게 아니라, 화병을 사고 꽃을 사는 지경. 딱히 기능이 있는 건 아니지만 꼴렉떠의 마음이 계속된다면 천천한 속도로 모아보고, 이로써 물건이 늘어난다면 평소보다 좀 더 미니멀하게 지내는게 균형 잡힌 쎄임쎄임이 아닐까 합리화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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