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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난 돌멩이 Nov 25. 2022

[인생] 역갑질

스스로 약자라 이야기하는 이들의 악어의 눈물

몇 년 전 비정규직들의 요구로 무기계약직으로 대거 전환되었다. 2년 이상 근무한 이들은 무기계약직이 된다. 무기계약직이 된 후 그들은 본인 스스로를 '약자'라고 부르며 다양한 요구를 해오기 시작했다. 시작은 약자가 맞았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당한 억울함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현재 그들은 약자인가? 내 눈에 서서히 보이는 의무는 하지 않고 권리만 요구하는 모습들. 어이가 없다. 모든 무기계약직들이 그런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니었던 사람들도 변한다. 그들은 무리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어간다.


나는 정규직이다. 처음부터 공채를 통해 취업을 한 정규직이다. 그들이 비정규직일 때, 그들의 처우는 어떤지 사실 알지 못했지만 그래도 '우린 정규직이니까 조금 더 힘들고 복잡한 일은 우리가 하고 그들은 제시간에 집에 갈 수 있도록 하자.'라고 하였다. 정규직인 우리의 처우에도 관심이 없었고 그들의 처우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그때는 서로서로 돕고 위하는 모습이었다. 생일이 되면 생일 케이크에 초를 꽂고 축하해줄 수 있었고 그들의 슬픈 일에는 함께 울어줄 수 있었다. 선배가 되고 나서도 어린 후배들에게 서로 도와야 한다고 설득하며 서로서로 이해해보려 노력하였다. 무기계약직이 집회를 하고 노동조합에서 다양한 요구를 한다는 것을 들으면서도 '우리 무기계약직들은 그래도 아직 협조적이구나. 내가 이렇게 해 왔던 것이 나쁜 것은 아니었구나.' 하며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다. 노동조합에서는 서서히 얼토당토않은 요구를 한다. 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 인상되지 않았던 정규직의 월급은 아무도 요구하지 않는데 알게 모르게 집회와 요구를 해온 그들의 월급은 올랐다. 하는 일은 어린 정규직 후배들이 많은데 월급은 그들보다 더 적다. 어느 순간 국가는 우는 아이에게 떡을 더 주는 구조인가? 한 번도 관심 가지지 않았던 '노조'라는 것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나도 징징거리고 화를 내고 큰소리로 요구해볼까? 그들을 귀찮게 해 볼까? 무기계약직이 권리를 요구할 때 그들의 의무는 확인했는지 묻고 싶다. 정치에 관심이 하나도 없던 내가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궁금해졌다.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은 손해를 보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들이 존재하는지.. 과연 나는 호구가 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하였다.


협조가 잘 되던 우리들이었기에 불만이 없다가 그들이 하나씩 일을 넘긴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기에 그들은 우리 일이라고 생각하고 우리는 그들이 충분히 도와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지 않겠다는 말에 두 말하지 않았다. "알았어요." 후배들에게 "다시는 비슷한 요청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대신 그들의 일을 돕는 일도 없을 거예요. 난 그렇게 결심했어요."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하던 모든 말없는 도움을 멈추었다. 그들이 내가 내민 손을 뿌리쳤을 때 나의 마음도 그들을 떠났다. 우리는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그들은 그들의 일을 각각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들에게 하던 말없는 도움이 없어진 후 솔직히 우리의 몸도 편해졌다. 그들의 일과 나의 업무에 교집합이 생겼다. 늘 내가 하던 일이었기에 그들에게 일을 미루지 않고 그냥 처리를 시작하였다. 궁금한 부분들은 물어 그들이 의논할 수 있게끔 하였고 그들을 관리하는 상사에게 그들과 의논한 후 말씀해 주시기를 요청하였다. 이야기를 듣고 일을 하다가 작년과 무언가가 바뀐 사실을 알게 되었고 상사에게 보고를 하였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치 2가지를 이야기하고 선택해 주기를 부탁하였다. 전자는 무기계약직의 몸을 편하게 해 주지만 회사에는 큰 도움이 안 되는 선택, 후자는 회사에는 도움이 되지만 무기계약직은 조금 힘들어지는 일이다. 상사는 책임자와 이야기를 한 후 후자를 선택하여 진행하라고 하였다. 후자가 선택되었기에 그에 맞추어 모든 일들을 변경하기 시작하였다. 다음 날 이러한 결정이 미리 이야기되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후자가 선택된 것 들었죠?"라고 물었다. 그들 중 한 명이 "안 그래도 저희끼리 이야기를 해 보았는데 저희는 전자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어요."라고 한다. "그래요? 그럼 난 여기까지 할게요. 그쪽에서 모든 사항을 변경하여 일 처리하시기를 바라요. 사실 저는 무기계약직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야 할 책임도 없고. 그러니 넘길게요. 마감일이 내일이니 잘 처리하도록 해요. 나는 그렇게 뒤집어진 일 때문에 야근을 하고 싶지는 않네요."라고 이야기하였다. "그렇다면 그냥 그렇게 할게요."라고 말한다. 들은 후 그는 변경하는 복잡한 일들이 하기 싫었던 걸까? 기한이 시급해서 그렇다는 걸까? 기분이 매우 나쁘다. 그들이 입으로 나에게 결정을 하면 내가 그 일들을 모두 해줄 것이라 생각한 건지 정말 황당하다. 상사에게 이 내용을 보고하고 만약 그와 같은 요구가 다시 있다면 올해도 이 순간부터 이 일에서 그들과 얽히는 모든 일에 손을 뗄 것이고 내년에는 아예 그 일에 손을 놓겠다 이야기하였다. 나는 그들의 결정에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님을 다시 한번 이야기하며 불쾌함을 이야기하였고 상사 역시 함께 기분 나빠하였다.


스스로 약자라 부르며 갑질을 하기 시작하는 그들을 참고 지켜보아야 하는지 이제 궁금하다. 그들이 정말 자신의 일을 잘하며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는 이들인지 확인해주면 좋겠다. 권리를 주장할 때 그들이 의무를 잘하는지 확인을 하고 그들의 권리를 들어주길. 우는 아이에게 떡을 주는 건 탁상에서 공론하는 멍청한 이들만 하는 일임을 좀 알길. 그들이 징징거리는 이에게 시끄러워 떡 하나 던져줄 때 힘들어도 꾹 참고 눈물이 나도 한 번 더 참으며 열심히 하는 이들은 피눈물을 흘린다는 사실을 알길. 떡 하나 던져주어 그들의 눈물을 그치게 한 것은 그들이 책임을 다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책임을 회피한 것임을 제발 느끼길. 나는 우리나라를 사랑하지만 대충 일하는 그들이 제발 우리나라를 위해 중요한 자리에 있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내가 쓴 이 글이 열심히 일하고 그만큼의 권리를 찾지 못한 무기계약직에게는 참 미안한 일이다. 열심히 일하며 권리를 찾지 못한 무기계약직들은 주변의 동료에게 제대로 일하라고 제발 쓴소리를 하면 좋겠다. 얼굴 붉히기 싫어서 꾹꾹 참느라 함께 욕 얻어먹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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