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은 중요한 덕목
일을 하다가 보면 자기 일을 책임감 있게 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전의 나라면 그냥 내가 대신해 버리거나 잘못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피하는 길을 택했을 것이다. 이제는 다르다. 자기 일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에게는 정확하게 이야기한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조금 힘들어질 것 같아요.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다면 미리 이야기해요. 나중에 사고가 터지고 나면 많은 사람이 힘들어져요. 난 책임감이 강한 사람과 일하는 게 좋아요." 이 말을 들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까? '자기도 잘못할 때 있으면서...',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걸까?', '다음에는 실수 없이 잘 해내야지.',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해서 너무 미안하네.' 무슨 생각을 할지가 궁금했던 적은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알 수 있다. 다음부터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 대한 미안함이나 잘 해내겠다는 다짐을 했을 것이다. 나를 보는 눈이 길어지며 불만에 가득한 표정이면 내 잘못을 생각해 보거나 본인의 잘못을 생각할 수 없는 것일 것이다. 여러 사람들과 일하면서 그래도 자신을 한 번 더 되돌아보거나 다른 사람에게 미안함을 느낀 사람들과는 그래도 일할 수 있었다.
사무실에 새로운 신규 직원이 오면 최고참에 속하는 나는 이렇게 말한다. "여기는 매우 바쁜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에요. 본인 업무는 일단 스스로 연구하세요. 연구하다가 정말 모르겠으면 제일 바쁘지 않아 보이는 사람에게 물어보세요." 친한 후배는 이 말을 들었을 때 충격이었다고 하였다. 내가 들었어도 충격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말을 몇 년 동안 해온 사람으로서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 준 선배보다는 스스로 연구할 시간을 준 선배가 더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시간이 지난 후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 준 후배보다 스스로 연구했던 후배가 훨씬 일을 잘하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한순간 야속함은 하나도 겁나지 않는다. 처음 그 말을 했을 때는 정말 바빠서 한 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방법이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마지막에 꼭 덧붙이는 말이 있다. "사고터지기 전에 꼭 말해요. 그때는 모두가 도와줄 거예요." 위로가 되었을까? 안도감이 들었을까? 어떤 마음이 들었든 그들에게 뒤를 지켜주는 선배가 있음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었길 바라본다.
내가 만난 후배들에게 "난 책임감 없는 사람이랑 일하기가 제일 싫어요."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책임감이 있어야 했다. 나의 실수는 곧 내 말에 대한 책임을 지지 못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긴장해야 하고 조금 더 열심히여야 한다. 나와 함께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다행히 책임감이 있다. 그런데 잠시 만나는 사람은 아닐 때가 있다. 어제 분명히 "오늘 일에 대한 결제는 다음 주 모든 일이 끝나고 함께 해도 될까요?"라는 질문에 "예! 그러셔도 됩니다."라고 답변을 받아 결제 준비를 하지 않았다. 다른 일들로 너무 바쁜 와중에 "결제는 어떻게 하나요?"라고 묻는 그 사람을 바라본다. "어제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요. 결제를 추후에 같이 해도 된다는 말씀에 결제 준비를 안 했는데, 지금 해야 하나요?" "아! 지금 해도 되고 나중에 해도 됩니다." "어제 이야기를 미리 드린 부분인데 지금 정신없는 와중에 이렇게 말씀하시니 너무 당황스럽네요. 지금 결제를 원하시면 10~15분 정도 기다리셔야 하는데 어떻게 하시겠어요?" "아닙니다. 다음에 다시 같이 하겠습니다." 일련의 사건을 끝낸 후, 한심함이 보인다. 오늘 진행된 행사부터 생겼던 불만이 서서히 차오른다.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할 부분을 해두지 않아 10분 넘도록 지체되도록 하여 "왜 이렇게 지체가 되죠?"라는 말에 "10분 정도 준비 시간이 필요합니다."라고 답변하는 그 사람. "그럼 10분 미리 준비했어야죠."라고 가시 돋친 말을 한다. 진행이 매끄럽지 않은 것, 어제 내가 한 말을 기억도 못 하는 사람, 내가 하는 질문에 얼버무리며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태도. 이 모든 것들이 책임감이 없어 보인다. 자기 일이라면 다음 진행 상황을 알고 10분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면 10분 일찍 움직였어야 하고 꼭 결제가 필요하다면 미리 이야기를 하거나 잊지 말아야 한다. 자기 업무라면 어떤 질문이 들어와도 명확하게 답변을 해야 한다. 설사 모르는 질문이 들어오더라도 확인 후 다시 이야기하겠다는 명확하고도 깔끔한 반응이어야 한다. 답답함이 차오른 후 다음 주 행사는 이 사람과 하기 싫어진다. 미리 예약된 것이라 하겠지만 이런 태도로 일을 하는 사람과는 다음은 없을 것 같다.
너는 책임감이 있니? 책임감이 있으려 애쓴다. 그리고 노력한다. 그래도 실수는 한다. 그래서 빠르게 실수를 인정하고 같은 실수는 하지 않으려 애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 일을 잘 해내는 사람들이라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